아이는 시간을 만지고, 나는 시간을 받아들인다.

흰머리 앞에서 다른 얼굴 둘

by 책 읽는 오리


내 나이 서른다섯.

흰머리가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다.

아직은 낯설어서,

머리카락 사이로 번뜩이는

흰빛이 보일 때마다 마음이 쿵 가라앉는다.


반면

우리 아들은 흰머리 뽑는 재미에 빠졌다.

원숭이 털 고르기 하듯

작은 손에 족집게를 들고 머리카락을 헤집는다.

그 모습이 사랑스럽다가도,

한참 끝나지 않는 흰머리 뽑기에

문득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나는 지금,

슬프고도 충격적인

나이를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고 있다.

노화는 늘 먼 미래의 일이라고 믿었는데,

이렇게 일상 속으로 성큼 들어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나를 부르고 있었다.


흰머리 몇 가닥이 대수롭지 않은 일인 줄 알면서도,

그 몇 가닥이 건네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시간은 분명히 흐르고 있고,

나는 더 이상 그 사실을

모른 척할 수 없는 나이에 와 있다는 것.


아이는 놀이처럼 시간을 만지고,

나는 상실처럼 시간을 받아 든다.

같은 시간을 지나면서도

우리는 이렇게 다른 얼굴로

시간을 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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