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 할 일을 손에 잡지 못하고 누워만 있었다.

게으름을 충분히 즐기기

by 책 읽는 오리

해야 할 일을 손에 잡지 못한 채

한동안 누워만 있었다.


아, 심적으로도 육적으로도

많이 동이 나 있구나.

나, 제법 힘든 상태였나 보다.


그 시간은

내 상태를 적나라하게 받아 든

성적표 같은 순간이었다.


게으름은 소진의 시작이다.

에너지가 고갈되면

우리는 게을러진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해야 할 일이 분명히 있는데도

쉽게 손에 일이 잡히지 않는다.

침대에 자꾸 드러눕게 되고,

손은 무의식 중에 SNS를 넘기고 있고,

지금 하지 않아도 되는 정리, 집안일로

시간을 꾸역꾸역 흘려 보낸다.


마음 한켠에는

‘해야 한다’는 부담이 계속 남아 있다.

그럼에도 좀처럼

시작할 힘이 나지 않는다.


이 상태를 우리는 흔히 게으름이라 부르지만,

어쩌면 그것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소진되어 버린 마음이 보내는

조용한 신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게으름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더 채찍질하기보다,

멈춰 서서

나의 소진을 정직하게 인정하는 시간이

먼저 필요하다.


충분히 쉬지 못한 사람에게

부지런함은

다시 시작될 수 없기 때문이다.


어제오늘은

몸과 마음이 필요로 한 만큼

누워 있었다.


오늘까지만 충전하고,

내일부터는

다시 내 자리로 돌아가야겠다.


도망치듯 서두르지 않고,

회복된 만큼만 움직이면서.

이제는 나를 소진시키는 부지런함이 아니라,

나를 살리는 속도로 가보려 한다.


어제와 오늘의 내가 하지 못한 일은

내일의 내가 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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