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다는 것의 투명함

읽을수록 숨을 곳이 없어질 때

by 책 읽는 오리




읽는다는 것과 산다는 것 사이의 괴리를 느낀다.

나는 오랫동안 읽는 내가 곧 나라고 믿어 왔다.

하지만 최근, ‘읽는 나’와 ‘살아내는 나’ 사이에

생각보다 훨씬 먼 간극이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읽을수록 근사해지고 있다고 여겼다.

읽을수록 진보하고 있고

읽을수록 풍성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었다.

나는 여전히 ‘나’였고

나의 서툰 자리는 여전히 공허했다.


읽으며 성장하고, 변화되고, 새로워지고 있다고

확신했던 지난날들이

어느 순간 부끄러움이라는 화살이 되어 돌아왔다.


읽는 내가 근사해지려면

삶이 먼저 달라져야 했다.

읽은 만큼, 혹은 읽으려 했던 만큼

내 삶도 함께 새로워졌어야 했다.


기대만큼의 변화가 없어서 실망한 것인지,

아니면 나의 자격지심이 만들어 낸 낙담인지

정확히 구분할 수는 없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매일 무언가를 읽으며 지켜 오던 나의 루틴이

어느새 긁히고, 상처 입었다는 것이다.


오늘도 반신반의하며

정해 둔 분량을 채웠다.

앞으로도 계속 읽기는 하겠지만

이 읽기를 밀어줄 동력은

이제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내일의 나를 돌볼

이 읽을 시간들이

조금씩 줄어들게 될까 봐

벌써부터 마음 한켠이 조용히 불안해진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