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쓰고 쓰임을 당할 것인가.
농구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아마 농구대잔치 혹은 마이클 조던 시절의 농구와 지금 시절의 농구의 차이점에 대해서 다들 아실 것이리라 믿습니다. 농구뿐 아니라 축구나 야구 등도 80년대의 축구나 야구, 그리고 지금 시대의 야구는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그중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는 포지션의 변화 및 전략과 전술의 변화를 들 수 있을 것입니다.
농구의 경우는 전통적인 포지션 개념이 존재했습니다. 키가 좀 작고 빠르고 패스를 잘하는 포인트가드, 마이클 조던처럼 맡기면 득점을 해낼 수 있는 슈팅가드, 그리고 스몰포워드 파워포워드 센터 등등 명확하게 표지션이 구분되면서 각각의 장점과 특징에 맞게 선수들이 그 틀에 맞춰서 성장하고는 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의 농구는 그런 포지션에 대한 구분 및 역할이 점점 더 없어지고 심지어는 포지션의 구분도 프로트 코트, 백 코트 등의 단순한 두 가지로 나누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다고 각 선수들의 구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그 안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에 따라서 더 세분화된 역할을 담당하고, 전술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선수들이 살아남기 쉬운 시대가 되었습니다. 야구의 경우도 이전에는 마무리 투수라는 개념이 없었습니다. 이전에는 선발, 중간계투, 마무리 등의 개념이라기 보단 투수의 역할이라는 것이 있고 그에 맞는 선수들의 성적이 있었습니다. 타자의 경우도 이전에는 홈런, 안타, 타율 등의 기록을 많이 봤다면 현재는 그 보다 출루율/장타율/대체선수 대비 기여도 등 기존과는 다른 의미의 데이터나 기록을 더 중시하고 많이 보고 점점 전술과 역할에 맞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야구의 경우는 그 밑바닥에 세이버매트릭스라고 불리는 다른 의미의 접근 방법이 큰 역할을 했고요.
사실 농구의 포지션, 야구의 세이버 매트릭스 이런 부분에 대해서 잘 모르신다고 하더라도, 시대에 따라서 각 승리를 위한 전술이 변화되고 그 전술에 맞는 선수들의 쓰임새나 역할 등이 변화된다는 점들은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전에는 각광받던 선수가 지금은 전술의 트렌드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쓸쓸하게 은퇴하기도 하고 반대로 이전에는 한 가지 재능밖에 없다며 버림받던 선수들이 현대의 전술과 딱 맞아떨어져서 유용하게 쓰이고 이전 같았으면 만질 수 없는 큰돈을 만지게도 되는 현상은 비단 농구, 야구뿐 아니라 어느 곳에서든 벌어지고 있는 현상일 것입니다.
하지만 IT회사에서의 디자이너로서의 역할을 비추어 보면 어떨까요? 분명 시대는 변화하고 있고 디자인에 대한 기대치,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전술이나 방법론들은 계속적으로 발전하고 새로운 방법들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Design thinking이라는 용어가 Ideo로부터 파생되어 시작되었고, 지금은 agile이나 data driven, 그리고 a/b testing 등의 용어들이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디자이너의 역할 등에 대해서는 그에 맞게 변화되고 있는가, 디자이너의 평가나 쓰임새가 그에 맞게 진화되면서 적절한 자리에 적절한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능력에 맞는 옷들을 입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한 번 더 고민해 봐야 할 것입니다.
누구나 Data driven design을 한다고 하고 agile방식으로 진행된다고 하면서 쉽게 얘기하지만, 정작 자신의 디자이너에게 요구하는 능력치 혹은 평가의 기준은 아직도 최종적인 산출물의 visual 적인 측면에만 높은 비중을 두고 있지는 않은지, 그 디자이너의 성장에 대한 plan을 생각할 때 그러한 여러 가지 전략적인 판단이 아니라 기존의 습관처럼 이어지던 판단 기준이나 잣대를 바탕으로 역량을 판단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 봐야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Hands-on을 진행하는 디자이너의 역량뿐 아니라 어떤 사람들을 어떤 포지션과 역할에 두고 어떤 식의 전략으로 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야 할까 이런 점들을 좀 더 큰 그림으로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또한 평가에 대한 여러 가지 기준들도 조금 더 복잡하고 세분화돼서 다양한 능력치나 skill등에 대해서 보면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또한 디자인/개발/PO 등과의 협업에 있어서도 디자인의 역할과 범위 PO의 역할과 범위 개발의 역할과 범위 등에 대해서 어떻게 정의하고 어떻게 프로세스를 만들고 어떻게 협업을 진행해 나갈지에 대한 부분들도 이전처럼 waterfall로서 딱딱 정의되고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닌 유기적으로 변화하고 적응해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유연한 generalist가 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드실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그런데 그보다는 각각이 개인의 특성을 어떻게 이해하고 그에 맞는 성장 및 역할을 어떻게 부여할 수 있는지에 따라서 같은 리소스 안에서 보여줄 수 있는 성과나 결과물의 퍼포먼스가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이를 전반적으로 조율해야 하는 매니징이나 프로젝트의 리드의 어깨가 한 껏 더 무거워지는 점은 피해 갈 수 없다고 보고, 개별적인 프로젝트의 디시전 메이킹 등의 판단보다, 더 다양한 측면에서 프로세스와 사람들을 이해하는 능력들이 정말 중요하구나 라는 점들을 느끼게 되는 요즘입니다.
참 돈 벌기 어려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