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중독, 우울, 불안)
요즘은 국가가 제도적으로 해 주는 것들이 참 많다. 그런데 그런 좋은 제도들도 아는 사람들만 이용할 뿐 정작 필요한 사람들은 알지도 못하고 혜택도 못 누린다는 게 함정이다.
아무튼 나도 아이 학교 위클래스를 통해 상담을 받게 되었다. 지난 3년 반을 상담이다 정신과다 온갖 노력을 다했지만 달라지는 건 없고 제자리 걸음, 똑같은 운동장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돌고 있는 느낌이다. 대체 이 긴 장거리 달리기는 언제 끝이 나는 걸까?
개인적으로 비용을 지불하고 아이와 나 함께 상담을 받다가 너무 지쳐 버린 내가 아이만 상담을 받겠다고 말했더니 상담 선생님이 아이만 못 받는다고 아주 강하게 독설을 뿜으셨던 게 작년 이 맘 때이다.
그 분의 직업적 소신인지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인지 모르겠으나(아마 둘 다 내포하고 있을 것이다. 인간 사는 게 그런 거지) 상담을 가는 것 자체가 무게로 느껴지고, 나를 발가벗기고 탈탈 털어내는 것 자체가 힘들어질 시기였건만 그런 내 마음을 받아들이지 않는 상담쌤이 참으로 밉기도 했던 시기였다.
아무튼 내 마음이 상담조차 거부하는 상황에서 아이 상담마져 끝나버리고 힘을 잃고 이런 저런 다른 방법을 찾아헤맸지만 진전 없는 날들의 연속이이었다.
아이는 졸업을 했고 중학교에 들어갈 시점에 코로나 바이러스로 집에서 그야말로 무위도식하는 하루 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아이는 게임 말고는 관심사가 없다. 아이가 게임으로 즐거운 날이면 엄마인 나는 피가 말라가고 심장 한가운데 돌덩이를 얹고 있는 느낌이 한가득이다.
엄마인 나는 아무런 요구를 할 수가 없다. 그저 밥이나 주고 지켜 보고 있어야 된다.
수많은 육아서를 읽고 육아 프로그램을 보면서도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건지, 아이를 던져 두는 게 방임인 것만 같고 간섭을 하면 튕겨 나가고의 연속이다.
그냥 우울하다. 아무 것도 하기가 싫다. 힘을 내고 싶어서 브런치 글을 열었다.
난 대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되는 걸까? 나같은 고민을 하는 엄마들이 많은지는 모르겠지만 생각보단 꽤 있겠지? 하지만 차마 드러낼 수 없기에 다들 힘들고 괴로운 게 아닐까?
인간은 고통을 나누고 사는 존재일까? 고통을 혼자 감내하고 사는 존재일까?
감내하는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나마 익명의 공간인 듯한 이 공간에서 주저리 주저리 썰을 푸는 나를 보면 고통은 나누는 것인 듯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