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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향기 Jun 15. 2023

어설픈 나쁜 엄마

(오늘도 아들은 학교에 안 갔다.)

  "엄마 놀이터에서 조금만 놀다 가."

  "안돼, 동생 데리러 가야 돼. 지금 6시인데 동생 데리고 가서 밥 먹고 씻고 자고 해야지?"

  "아니 조금만 놀게."

  "그럼 10분만."

  10분이 지나도 요지부동인 우리 아들. 시간 계획에 따라 딱딱 맞춰 움직여야 되는 나는 조급증에 가슴이 콩닥거리고 목소리가 높아진다.


  종일 유치원에서 꼼짝 마라 이것 저것 학습만 하고 제대로 한 번 놀아보지 못해서 조금 놀겠다는 아이의 마음을 하나도 헤아리지 못한 나쁜 엄마. 나는 나쁜 엄마였다.

   나는 성취를 중요시 여기는 사람이다. 어릴 때 풍족한 가정에서 못 자라서인지 학교 다닐 때 죽어라 공부했고, 공부를 하면 뭔가 내 인생이 달라질 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고 참고 견딜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인생을 바라보는 대부분의 관점이 성실, 책임감, 임무 완수, 성취 등에 맞추어져 있다. 그런 미덕을 갖추지 못한 사람을 싫어하는 마음도 한 구석에 있다.

   사람이 경험치로 쌓은 자신의 신념을 바꾸기가 얼마나 힘든가. 결혼을 해서도 내 인생 가치관의 대부분은 저런 것들에 맞추어져 있었고, 아이를 키울 때도 중요한 게 성실, 책임감 등이라고 생각해 왔다. 인간의 성장에 있어서 중요한 미덕이고 가치인 건 맞지만 성장해 가는 아이에게 중요한 건 기쁨, 행복, 여유, 안정감 등이었는데 그것도 못 헤아린 나쁜 엄마였다.


      나는 학교 선생님이 되었다. 할머니가 될 때까지 평생을 학교에 다니게 될 것이다.

   학교에 오면 문제를 일으키는 애들도 많지만 정말 뭐하나 나무랄 데 없는 아이들도 많다.

   결혼하기 전엔, 결혼해서도 아이들이 어릴 땐, 내 자식이 나무랄 데 없는 그 소수의 아이들이 될 줄 알았다.    그 아이들이 그렇게 되기까지 타고난 천성 더하기 부모의 정성이 있다는 걸 전혀 몰랐던 것이다. 그냥 내버려두면 그렇게 되는 줄 알았다. 그냥 성실, 책임감, 임무 완수 등만 잘하도록 키우면 되는 줄 알았다.

   무지함에서 오는 완벽한 오만이다.

   난 고등학교 내내 내신 1등급이었으니, 졸업할 땐 계열 6등으로 졸업했으니, 1등 2등을 놓친 적이 없으니, 난 성실하니. 당연히 내 자식은 성실할 거야. 공부 잘할 거야.(그리고 인생에 있어서 성적이 중요한 요소가 아니란 걸 이제서야 안다. 자식이 한껏 문제를 일으키고 난 후에야. 난 부끄러운 엄마다.)

   모든 걸 운명론적으로 생각하고 살았던 듯하다. 인생은 좌충우돌 방향성을 알 수 없는데 말이다.


   얼마 전 나쁜 엄마가 높은 시청률로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며 종영했다. 난 나쁜 엄마 속 나쁜 엄마만큼도 못 되면서도 나쁜 엄마 같은 엄마였다. 차라리 찐 나쁜 엄마였다면 우리 아이는 다르게 컸을까?

   

  후배 교사듵에게 선배랍시고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단호함과 친절함이 공존하는 교사가 되도록 노력해!"

   난 항상 어설프게 단호하고 어설프게 친절하다.

   화끈하게 단호하고 화끈하게 친절할 순 없는 건지.

   오늘은 우울+자괴감

   어떻게 탈출할까요?  여러분들!

(ANYWAY 이도현 잘생겼다. 하하)

   2023.6.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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