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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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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향기
Jun 14. 2023
7. 포기가 아닌 이해
(2019년 4월 5일 금요일 수업 시간 중 일화)
DY이가 학기초부터 계속 준비물이 갖추어지지 않고 있다. 각도기, 공책 등. 어머니에게 3번 문자를 보내고 이젠 어머니도 지치셨는지 답도 없으시다.
4월이 되었는데도 기본 준비물이 안 갖추어지니 답답한 노릇이고, 마지막 문자를 보낸 다음날 DY에게 물었다. 엄마한테 안 혼났니? 아니요. 엄마 별 말 없으셨어요.
뒤에 앉은 KW가 그 소리를 듣더니 포기했네 포기했어.
우리 아들한테 정말 자주 듣던 말이다. 부모한테 무언가를 통제 당하다가 화가 확 올라 정말 미쳤다고 밖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는 행위들을 부모한테 하고 난 후, 엄마인 나도 어찌할 방법이 없어서 상관을 하지 않으면 항상 하던 말이다.
' 엄마 나 포기했어?'
포기란 말. 참 듣기 싫은 말 중의 하나다.
포기하고 싶지 않지만 포기하게 만드는 녀석이, 막상 포기를 하면 그 포기를 못 받아들여서 또 억지를 쓴다.
대체 부모는 어떻게 해야 되는 것인지 심각한 고민과 더불어 부모로서 내 자격에 좌절감을 팍팍 느끼게 하는 우리 아들이다.
이야기가 새어버렸는데,
kw
의 포기했다는 말을 듣고 내 뇌리를 스치며 동시다발로 나온 말은 이거다.
"포기하신 게 아니라 이해하시는 거야"
아! 이게 무슨 일인가? 지체하는 것도 없이 반사적으로 내뱉은 말.
아! 왜 그동안 아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포기하려고만 한 걸까?
이해와 포기. 얼핏 생각해 보면 참 비슷해 보인다.
우리 아들 같이 게임에 미쳐버린 아이에게 제어프로그램도 포기하고, 시간 약속도 포기하고, 공부 시키는 것도 포기하고 그냥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 두는 것과 게임을 미치도록 하고 싶은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며 내버려 두는 것.
둘 다 내버려 두는 것은 똑같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는 분명 다르다는 것을 지금은 안다.(왜 하필 그게 경찰을 세 번이나 부르고 남들은 평생 겪을까 말까 한 일을 이토록 많이 겪고 난 뒤인 것이 안타깝지만)
포기 속엔 아이에 대한 미움과 부모로서의 나의 자질에 대한 좌절감과 막막함이 포함되어 있다.
이해는 아이를 지켜 보고 기다리겠다는 인내와 내 아이가 어떤 행동을 하든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아이를 딱하고 불쌍하게 여기는 사랑의 마음이 포함된 것이다.
난 그 수 많은 육아서를 읽고 인문학 서적을 읽으며 피상적으로 아이를 사랑해야 한다. 있는 그대로의 나와 아이를 인정해야 된다는 것을 수백번 쓰고 되뇌었으면서도 그게 무슨 의미인지는 정말 알지 못했던 것이다.
포기가 아닌 이해.
앞으로 진심 아이를 이해하는 마음을 가질 것이다.
똑같이 내버려 두지만 이해의 마음을 바탕으로 아이가 스스로 욕구를 조절할 수 있도록, 부모로서 해야 될 조언을 차분히 이야기해 주는 그런 날들을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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