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또래에선 저 키는 엄청 큰 키였다. 고등학교 때는 저 키에 47Kg이라는 몸무게로 살았고,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하기까지는 52Kg. 그리고 결혼과 출산을 겪으면서 지금의 몸무게가 되었다.
나는 같은 키에 47Kg부터 71Kg까지, 다양한 영역대의 몸무게를 겪으며 지금까지 살아왔다.
근래 들어 건강검진을 하면 콜레스테롤 수치, 중성지방, 혈당 모든 게 높게 나온다.
결혼 전에는 내가 살이 찔 거라고 0.0001프로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친구들은 늘 내게 말했다.
"가시나, 그렇게 먹는대도 살도 안 찌고. 나는 물만 먹어도 찌는데."
그래서 난 영원히 살찌지 않을 거란 굳은 확신을 가지고 살았었다. 그 확신 때문에 내가 살이 찌고 있다는 사실도 사실 체감하지 못했다.
돌이켜 보면 결혼 전에는
"0 선생, 왜 이렇게 말랐어? 살 좀 쪄."
"미스코리아나 되지. 왜 선생님이 됐대?"
"모델하시죠. 선배님. 그런 꿈꿔보신 적 없으세요?"
이런 말들만 들었다.
결혼을 하고 30대, 40대를 거치면서 어느 순간 말랐다고 하는 사람들이 하나도 없어지면서 아 내가 살이 쪘구나 하고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이미 늦어버렸다. 그 불어난 몸무게를 되돌리기에는.
큰 키라 살이 찌는 것도 잘 몰랐고, 옷들도 항상 허리가 남아돌곤 했기에 그 옷들이 내 몸에 붙기 시작했어도 살이 찌고 있다는 걸 깨닫지 못하고 살아왔다.
도대체 어디서 나온 확신인가?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있을 거라는 어리석음이란.
그런데 난 세상을 좀 그런 생각으로 사는 편이다. 연애를 할 때도 저 사람은 변하지 않을 거야 했다가 상처를 받기도 하고. 우리 반 학부모들은 늘 언제나 나를 신뢰할 거야 했다가 곤란한 상황에 빠지기도 하고. 그래서 상황을 너무 꾸밀 줄도 모르고 너무 곧이곧대로 고지식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