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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향기 Jun 29. 2023

하루를 보내며 쓸데없이 아무 말

오늘 하루

비가 내린다.

마음에 신경통이 온다.

비가 내리니 쓸데없이 눈물이 난다.

놀기 바쁜 애기들은 선생님의 눈물을 몰라서 다행이다.

연수를 듣는다.

나이 듦을 실감한다.

이렇게 모르는 게 많아서 언제까지 견딜까 걱정이 밀려온다.

챗지피티, 겟지피티, 카훗, 띵꺼벨, 미리캔버스 따라가야 될 것 천지다.

단어도 머리에 잘 안 들어온다.

퇴근 시간 시동을 켠다.

어디로 가야 하나.

갈 곳은 집뿐이다.

빗속을 뚫고 퇴근한다.

기다리는 건 씻어주길 바라는 그릇들, 개어주길 바라는 빨래들

약부터 털어 넣는다.

며칠은 잘 견뎠는데 약이 뭘 해줄 수 있는 걸까.

설거지를 한다.

뽀득뽀득해지는 그릇들.

내 마음도 뽀드득 반짝거리면 좋겠다.

땀이 흘러내린다.

흘러내리는 땀은 수건으로라도 닦지 내 마음의 눈물은 뭘로 닦아야 하나.

풀어진 머리를 단단히 묶는다.

마음은 단단히 묶기도 힘들고 풀기는 더 힘들다.

샤워를 한다.

땀은 씻기고 때는 씻기는데 내 마음의 때는 뭘로 씻어야 할까.

카톡을 보낸다.

답이 없다.

기대는 마음, 혼자 서지 못하는 마음.

뭘로 세워야 되나.

빨래를 돌린다.

빙글빙글 내 마음도 돌아간다.

빨래는 끝나면 제자리라도 찾지.

내 마음은 언제 제자리를 찾아갈까.

텔레비전을 켠다.

끊었던 쇼핑을 다시 해야 되나.

컴퓨터를 켠다.

쓸데없이 말도 안 되는 아무 말이나 써 내려간다.

정말 아무 말이나.

그래도 다행인 건 자고 나면 내일은 금요일이다.

정말 아무 말이나 쓸데없이 하고 있는 내가 왜 이럴까 싶다.

오늘 하루 그렇게 끝나려나보다.


피시방 간 아들이 돌아온다.

밥을 다시 해야 된다.

아직 하루는 안 끝났다.

정말 쓸데없이 아무 말이나, 아무 말이라도 해야 하루를 끝낼 수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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