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다.
마음에 신경통이 온다.
비가 내리니 쓸데없이 눈물이 난다.
놀기 바쁜 애기들은 선생님의 눈물을 몰라서 다행이다.
연수를 듣는다.
나이 듦을 실감한다.
이렇게 모르는 게 많아서 언제까지 견딜까 걱정이 밀려온다.
챗지피티, 겟지피티, 카훗, 띵꺼벨, 미리캔버스 따라가야 될 것 천지다.
단어도 머리에 잘 안 들어온다.
퇴근 시간 시동을 켠다.
어디로 가야 하나.
갈 곳은 집뿐이다.
빗속을 뚫고 퇴근한다.
기다리는 건 씻어주길 바라는 그릇들, 개어주길 바라는 빨래들
약부터 털어 넣는다.
며칠은 잘 견뎠는데 약이 뭘 해줄 수 있는 걸까.
설거지를 한다.
뽀득뽀득해지는 그릇들.
내 마음도 뽀드득 반짝거리면 좋겠다.
땀이 흘러내린다.
흘러내리는 땀은 수건으로라도 닦지 내 마음의 눈물은 뭘로 닦아야 하나.
풀어진 머리를 단단히 묶는다.
마음은 단단히 묶기도 힘들고 풀기는 더 힘들다.
샤워를 한다.
땀은 씻기고 때는 씻기는데 내 마음의 때는 뭘로 씻어야 할까.
카톡을 보낸다.
답이 없다.
기대는 마음, 혼자 서지 못하는 마음.
뭘로 세워야 되나.
빨래를 돌린다.
빙글빙글 내 마음도 돌아간다.
빨래는 끝나면 제자리라도 찾지.
내 마음은 언제 제자리를 찾아갈까.
텔레비전을 켠다.
끊었던 쇼핑을 다시 해야 되나.
컴퓨터를 켠다.
쓸데없이 말도 안 되는 아무 말이나 써 내려간다.
정말 아무 말이나.
그래도 다행인 건 자고 나면 내일은 금요일이다.
정말 아무 말이나 쓸데없이 하고 있는 내가 왜 이럴까 싶다.
오늘 하루 그렇게 끝나려나보다.
피시방 간 아들이 돌아온다.
밥을 다시 해야 된다.
아직 하루는 안 끝났다.
정말 쓸데없이 아무 말이나, 아무 말이라도 해야 하루를 끝낼 수 있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