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까지는 힘들대~.)
<아들 엄마 성장기 2>
아들이 거의 게임 중독 상태라 말도 못할 일들을 정말 많이 겪었다.
"언니야, 오늘도 00이가 나한테 못할 행동들 많이 했어.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되는 거지. 너무 힘들어서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
"2019년에 내가 철학관에 갔을 때 네가 2021년까지 힘들다고 했어."
"그럼 난 이렇게 힘만 들고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는 거야? 정말 다 던져 버리고 그만 두고 싶어."
"참고 견뎌 봐. 시간이 지나면 조금 나아질 거고 계속 그러진 않을 거야."
힘이 들 때면 항상 언니에게 전화를 하곤 했다. 언니도 사실 힘든 일 투성이인데 언제나 내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
언니가 우리 아들과 가족의 사주를 봐 준 것이 벌써 2년 전이다. 2021년까지는 힘들다고 했다는데 그 이야기를 2년 동안 간간히 다시 들으면서 난 왜 이렇게 힘든가? 왜 이렇게 힘들어야 되나? 내가 무슨 잘못을 한 거지? 내가 왜 이렇게 못났나? 이런 자존감 떨어지는 말들을 되뇌이며 마치 뫼비우스의 띠에 선을 긋고 있는 것처럼 내 신세를 곱씹고 곱씹기만 반복했다.
그러다 보면 과거를 거스르고 거슬러서 문제의 근원을 파헤치고 자책하며 결국 좌절하게 된다.
언니와 통화하며 또 저 이야기를 듣고 힘들다의 의미를 생각해 보았다.
난 그동안 나한테 발생하는 힘든 일 자체에만 계속 집착했다. 내가 배 아파서 힘겹게 낳은 자식인데, 양가 부모님 도움 거의 없이 나 혼자 죽도록 키웠는데 어떻게 저럴 수가 있나? 왜 이렇게 상황이 힘든가?
그런데 2021년까지 힘들다는 말이 힘든 일이 발생해서 힘이 들 수도 있지만, 아들과 나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 엄마로서 올바른 가치관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죽도록 애쓰느라 힘들다는 말이 될 수 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힘든 상황이 발생할 거다라는 생각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힘든 상황 자체에 집착하느라 나를 자책하고 나의 여건을 불평할 것이 아니라, 힘든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 애쓰고 노력하는 것 자체가 철학관에서 말하는 '2021년까지 힘들 것이다'로 생각한다면 그 정도 힘듦은 엄마로서 내가 기꺼이 감수해야 될 일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 엄마 되기가 쉬운 일이겠는가?
힘들다는 의미를 노력의 관점으로 생각하니 아들로 인해 발생하는 상황 자체를 힘들어하지 않게 되고 근본적 원인을 찾아서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우리 엄마도 우리 4남매를 키우며 힘든 상황을(경제적 힘듦, 맏이로서의 고단함, 오빠의 죽음 등) 받아들이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며 많이 힘드셨고, 그 힘들임을 크게 내색하지 않고 사신 탓에 자식들 모두 부모에게 마음 속으로 감사드리고 효도하려고 노력 중이다. 힘들이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건 없다는 것이 너무나 간단한 진리인 것을.
힘든 상황 자체에 집착하지 말고 힘들여 노력하는 내 자신을 격려하며 아들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고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엄마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