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지 못하고 살아진다 5

눈물 흘릴 시간에 행복해지자

by 나무 향기


아들의 3학년 선생님은 아들을 따뜻하게 품어주셨다. 4학년 선생님도 마찬가지였다. 결혼을 했지만 아이가 없는 선생님임에도 아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어떻게 할 것인지 수시로 상담을 해주셨다. 아들이 친구가 없어서 친구를 만들어 주고 싶어 하셨다. 아들이 점심 시간에 카드로 탑 쌓기를 할 때 친구들과 같이 박수쳐 주고 기뻐해주기도 하셨다. 아들이 엄마를 흉보는 일기를 써도 크게 동요하지 않고 담담하게 선생님 마음을 표현해주셨다. 5학년이 되어서도 4학년 담임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하면 아이를 불러서 대화도 나눠주셨다. 뜻하지 않게 선생인 사람이 선생들 흉을 보게 되었는데 세상엔 좋은 선생님이 더 많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나 교육의 힘과 영향을 생각하지 않으면 결코 선생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조금 나아지는 듯한 아들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친구는 없었다.

아들의 유일한 친구 게임. 아들의 게임 중독은 4학년 2학기부터 심해지기 시작했다.


학교에서도 정을 못 붙이고 하루 하루가 힘든 아들을 엄마가 잘 돌봐주지 못했다. 마음을 살펴주지도 않고 아들을 혼내기에 바빴다. 아들의 행동이 부끄럽기만 한 엄마였다. 아들의 마음보다 내 마음을 더 헤아렸다.

아들은 게임의 세계에 더욱 빠져들었다. 학원도 빠졌다. 엄마랑 같이 등교를 하러 나가면서 엄마 안녕 잘 다녀와 했던 아이가 다시 집으로 들어가서 게임만 하고 결석을 하기도 했다. 담임 선생님의 문자에 깜짝 놀라 안절부절하기를 여러 차례 했다. 반 아이들을 챙겨야 되는데 아침 시간이 혼란으로 시작되는 게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엄마를 너무 힘들게 하는 아들. 게임에만 빠져드는 아들. 눈에 보이는 게 없는 것 같았다. 판단력도 흐려지는 게 보였다. 아들과 말다툼을 자주 했다. 화를 내고 소리를 질렀다. 아들은 한 번도 굴복하지 않았다. 게임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로 엄마에게 덤벼들었다. 다툼이 반복되고 손지검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균열을 바로잡기가 힘들었다. 시간이 갈수록. 그리고 내 마음은 점점 피폐해졌다. 학교에서는 가면을 쓰고 사는 느낌이었다.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은 날이 많았다.

하지만 여전히 살아있다. 상담을 받으며 마음을 조금씩 다졌다. 내가 없으면 천덕꾸러기가 될 아들. 그리고 나 없이는 못 산다는 남편. 나를 걱정해 주는 친정 식구들. 때론 지겨운 밥벌이 학교.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의외로 많다. 사라지지 못하고 살아가는 이유다.



어른답지 못한 어른이 아이들을 망치고 있습니다. 저도 그런 엄마 중 하나였고요. 아들의 타고난 기질의 문제도 무시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인생을 더 산 어른인 제가 아들을 변화시켜야 되는 것이지 아들이 엄마를 바꿀 수는 없는 일입니다. 현명하지 못했던 엄마의 모습을 반성해보지만 시간은 너무 흘러버렸습니다. 그런 생각에 눈물을 흘린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습니다. 아들과 갈등으로 퉁 부은 눈으로 출근하는 게 부지기수였습니다. 이젠 눈물 흘리지 않으려고요. 눈물 흘릴 시간에 엄마가 좀 더 행복해지고 아들을 미워하는 마음보다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가지려고 합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어디선가 저 같은 실수를 범하는 엄마가 없기를 바래서입니다. 자식을 키울 때 연령에 맞는 사랑을 줘야 되고, 엄마의 인생이 너무 중요해서 자식을 등한시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리고 학교에서 부당한 일을 당할 때 당당히 맞서는 엄마가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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