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부모한테 어떻게 말하고 행동했든 간에 부모로서 자식에게 미안한 것은 진심으로 사과하기로 했습니다.
부모님을 못 뵌 지가 오래되었습니다. 친정도 시댁도 같은 곳이니 자주 갈 법도 한데 시댁 어른들은 아무도 안 계시니 올해 들어서는 지난 3월 아버지 생신을 끝으로 찾아뵙지 못했습니다. 3시간이라는 물리적 거리도 어려움으로 다가오는데 사실 부모님 돌아가시면 후회하겠지요. 3시간이 뭐 대수라고요.
오랜만에 아이들도 할아버지, 할머니를 만나기를 바랐으나 따라가지 않았습니다.
우선 작은 아이가 약속이 있다고 먼저 거부를 했습니다. 분명 외갓집 가는 게 우선이었는데 반 친구들 모임이 생겼다고 거부를 합니다. 큰아이도 그런 적이 있어서 작은 아이만 다르게 대할 수도 없기에 설득을 하다가 포기를 합니다. 자아가 커져 가고 친구가 중요한 나이여서 그러려니 받아들입니다. 큰아들은 갈 의사가 있습니다. 그런데 불안한가 봅니다. 동생이 가지 않는 외갓집에 혼자 가려니 심심할 것이라 예상합니다. 큰아들은 그때부터 진정을 하지 못했습니다. 동생을 설득하려고 하네요.
"할아버지, 할머니 사시면 얼마나 사신다고 너 후회할 거야. 빨리 같이 가."
본인도 동생만 할 때 같이 가지 않은 적이 다수 있으면서도 아마 후회가 되긴 했던 모양입니다.
동생은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갈지 말지 번복을 하는 큰아들을 기다리느라 한 시간을 허비하고 남편도 초조해집니다. 차가 밀릴 것이 걱정되는 것이지요. 운전하는 사람 입장이야 이해되지만 그때부터 예민해지는 남편도 야속해집니다.
남편은 느긋하고 순한 사람이라 웬만한 일로 예민하게 굴지 않습니다. 그런데 운전할 때의 그 지겨움을 참기는 힘든 모양입니다. 저에게 고속도로 운전을 시키지 않는 남편이 고마우면서도 초조해하는 모습에 저도 덩달아 예민해지기 시작합니다.
결국 큰아들도 데리고 나가지 못했습니다.
불안한 마음을 안고 친정으로 갑니다. 거의 다 도착할 무렵 전화가 옵니다.
큰아들과 작은 아들 사이에 큰 싸움이 일어났습니다. 자식 키우기가 녹록지 않은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이겠지만 꼭 나한테만 이런 일이 생기는 것 같다는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작은 아들을 이웃집 동생에게 맡아달라고 부탁하고 큰아들을 진정시킵니다.
딸을 오랜만에 보는 엄마는 할 말이 많으십니다. 치매가 오시지 않을까 살짝 걱정이 됩니다. 끊임없이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십니다. 보건소에서 실시한 치매 검사에서 이상이 없다고 진단을 받았다고 하시지만 걱정이 많이 됩니다. 엄마가 겪은 전쟁 이야기, 돌아가신 우리 오빠 이야기, 몇십 리를 걸어가서 유학하는 오빠들 점심을 챙겨줬던 이야기, 딸이라고 배움을 더 이어가지 못하게 했던 이야기, 늘 반복되는 엄마의 이야기를 처음 듣는 척 경청해주고 있었습니다. 사실 힘이 듭니다. 문득 저는 똑같은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반복하고 있지 않은지 생각도 해보고 지나간 글들 보며 반복되는 이야기들에 한숨도 쉬어 봅니다. 저도 엄마 같아질까 걱정도 됩니다.
친정에서 돌아왔을 때 엄마의 문자가 왔습니다. 큰아들이 별일 없는지부터 묻습니다. 큰아들이 주변 사람들의 걱정과 근심을 조금이라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엄마는 즐거웠다고 문자를 넣었습니다. 비가 와서 어디 가지도 못하고 그저 이야기 들어준 것뿐인데요. 말상대가 필요했던 엄마가 처량하게 느껴집니다. 저도 말상대가 필요해서 브런치에서 이러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들들을 데리고 저녁 외식을 합니다. 평화롭게 지나가길 바랐지만 사소한 말다툼이 이어집니다. 제가 마음이 편해지니 남편이 마음이 불편한 곳이 있나 봅니다. 작은 아들이 우리가 없는 동안 폰을 여러 차례 던져서 액정이 깨졌는데, 액정 때문이 아니라 충격이 가해져서 배터리에 이상이 생기면 불이 난다고 예민해져서 잔소리를 하기 시작합니다. 듣고 있기가 힘이 드네요. 제 잔소리도 아마 저랬을 겁니다.
결국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도 모르게 가족 간에 다툼이 일어나고 뭐가 뭔지도 모르게 안정되지 못한 분위기의 집이 되어버렸습니다. 큰아들과 저도 사소한 말다툼이 이어집니다. 아들을 상대로 싸우지 말자고 그렇게 다짐했건만 이상하게 되어 버린 하루입니다.
어제 정신없는 집안 분위기에 일어나기 싫은 것을 억지로 마음을 다잡아 몸을 일으켰습니다. 출근을 하지 않으면 우리 반 아이들의 하루도 망치니 억지로라도 일어나야 됩니다.
이틀을 비웠더니 먹을 게 없습니다. 짜파게티로 끼니를 해결해 줍니다.
다 먹은 아들에게 말합니다.
"엄마가 다 미안하다. 너도 미안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미안하단 말은 하지 않아도 되니 엄마랑 같이 안아보자."
처음에 꿈쩍도 않던 아들이 저 말에 몸을 일으킵니다. 본인도 조금은 미안하겠거니 제 맘대로 편하게 해석해 버립니다.
현명한 부모가 되는 길은 너무나도 멀어 보입니다. 누구 탓도 하지 않는 것이 정신에 좋은데 어제는 자식 탓 남편 탓, 오늘은 제 탓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밝게 인사하며 들어오네요. 목소리가 밝은 2학년 아이들의 생활이 부럽습니다. 오늘 하루 아이들 보며 마음을 진정시켜야겠습니다.
아들과는 다시 또 제가 노력하는 하루를 만들기를 다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