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진정시키고 부드러운 말투와 억양으로 말하기
안아주기 스물세 번째 날
약이 되는 말이 독이 되지 않도록 부드러운 말투와 억양으로 말하기로 했습니다.
온 가족이 어수선한 토, 일을 보내고 어제 겨우 집안 분위기가 진정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날들의 여파로 아들한테 잔소리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아들 입장에서 잔소리이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아들이 바르게 커나가는 데 필요한 말들입니다. 아들과의 큰 충돌과 갈등 이후로 그동안 웬만하면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좋은 게 좋은 거다 넘어가 버리고 잔소리를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부모로서 해야 될 훈육을 하지 않고 방임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잔소리를 하게 되었네요.
부모 입장에서 약으로 주는 말들을 할 때 자식이 잔소리로 느끼지 않으려면 말투와 표정이 중요할 텐데요. 겉과 속이 좀 달라도 될 터인데 여지없이 엄마의 속이 드러난 말투로 말하게 됩니다. 마음을 다지고 이야기를 해보지만 속을 숨기며 친절하게 말하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반 아이들한테는 되기도 하는데 아들한테는 여전히 잘 되지 않네요. 겉과 속이 같은 토마토 같다는 게 결코 칭찬이 될 수 없다는 걸 이럴 땐 절실하게 느낍니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예쁜 말투와 표정으로 이야기하면 좋은데 아래쪽 지방 사람인 저는 말투도 여지없이 퉁명스럽기 그지없네요. 집에서 말투를 바꾸기가 쉽지 않은 것이 남편도 같은 지역 출신이라서 더한 듯도 합니다. 아들의 태도에 대해서 이것저것 말을 합니다. 듣기 싫겠지요. 대꾸도 안 하고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귀로라도 듣고 있으면 다행이겠지만 과연 그럴지도 의문입니다.
대꾸를 하지 않더라도 이제는 필요한 말은 하고 아들을 가르쳐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갈등을 피하기 위해서 조용히 침묵하는 것이 부모의 올바른 행동은 아니니까요. 방임형 부모가 되지 않도록 다짐을 합니다. 잔소리를 하지 않으면 아들은 자기 생각에만 갇혀 살겠다는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듣기 싫어해도 잔소리를 할 예정입니다. 잔소리를 하지 않으면 지금의 일상이 너무 편안해 부모한테 벗어나지 않을 것이란 생각도 듭니다. 그렇다면 아들의 독립은 진짜 멀어질 것입니다.
잔소리를 두려워했던 부모에서 잔소리와 사랑을 동시에 주는 부모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정신과 샘 말씀대로 마음 약한 부모가 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다만 말투와 표정이 달라지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가끔 드라마를 보면 배우들의 말을 따라 해보곤 하는데 옆에서 듣고 있는 남편은 기겁을 합니다. 아무래도 영 어색할 겁니다. 말하는 저도 오그라듬을 참기 힘드니까요.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되듯이 고향에서 살고 있었으면 이럴 일도 없었을 텐데, 타 지역에 와서 사는 어려움입니다. 바깥에선 덜한데 편한 집에선 완전히 고향 말투를 못 버리고 있으니 아들들 귀엔 엄마가 너무나도 강한 사람으로 비칠 것입니다. 가끔 아들들에게도 표준어 억양을 구사하며 장난을 쳐보지만 손사래를 칩니다. 표준어 억양을 구사하는 엄마는 본인들도 어색해서 싫은가 봅니다. 본연의 엄마가 좋겠지요. 나고 자랄 때부터 봐왔던 엄마의 모습.
고향 말투를 쓰더라도 마음을 진정시키면 좀 부드럽게 말할 수 있을 텐데, 마음을 드러내는 말투를 부드러운 말투와 억양으로 바꾸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약을 내놓지 않았더니 아침에 먹지 않았습니다. 찾아서 방에 들고 갔는데 예전에 처방받은 저녁약이었습니다. 아들의 인상이 찌그러지고 입을 꽉 깨뭅니다. 불만인가 봅니다.
속은 상하지만 차분히 말해봅니다. 그나마 아침에는 차분해지는 엄마이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퇴근 후 지친 엄마는 때론 하이드 같은데 푹 자고 일어난 엄마는 지킬박사이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엄마가 그래도 약과 물을 들고 와 주는 수고를 했는데 다른 사람의 수고에 좀 감사해야 되지 않을까?"
아들한테는 잔소리로만 들릴 말을 해 봅니다.
대답 없이 약을 먹습니다.
약 먹는 걸 기다렸다가 팔을 벌렸습니다. 오늘은 인상이 일그러집니다. 토, 일요일의 감정이 아들은 아직 가라앉지 않았나 봅니다. 게다가 어제는 부드럽지 못한 말투의 잔소리도 잔뜩 들었습니다.
마지못해 와서 안기지만 차렷 자세입니다. 팔은 감지 않습니다. 벌써 23번 째인데 이틀의 실수로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서, 끊임없이 한결같아야 될 부모 된 자리의 어려움에 대해서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