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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향기 Jul 18. 2023

잠이 오지 않는 밤

조각, 조각 끊어진 생각들

  브런치 글쓰기에 온 정신이 매몰되어 있던 한 달이었다. 

  6월 14일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고 7월 17일 밤 11시 53분 현재 한 달 3일째다. 주제도 딱히 없고 쓰고 싶은 이야기가 떠오를 때마다 서랍 속에 메모해 두었다가 짬 내서 쓰고 발행한 글이 110개나 된다. 민폐녀가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나에겐 소중한 글들이다. 글을 발행하는 행위는 퍼즐 조각을 하나하나 찾아 맞춰나갈 때의 힘듦과, 다 맞추어진 그림을 볼 때의 희열과 재미를 동시에 준다.


  평온하지 않은 마음을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는 방법으로 치장을 열심히 했었다. 너덜한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겉을 아름답게 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었다. 옷도 예쁘게 입고 아침마다 고데기를 말고 화장을 곱게 했었다.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그런 행위들도 멈추었다. 안아주기 시리즈를 쓰기 위해서 아들 아침을 챙겨주고 얼른 출근해야 했기 때문이다. 고데기를 말던 긴 머리는 그냥 질끈 묶고, 원피스만 입던 일상에서 청바지 면티로 차림이 바뀌었다. 거의 1등으로 출근을 한다. 치장으로 때론 30대 후반에서 40대로 보이던 모습도 제 나이로 보이는 것 같지만 신경 쓰이지 않았다. 누가 뭐라든 그저 행복했다. 안아주기가 주고 글쓰기가 객이 되어야 되는데 글을 쓰기 위해 안아주기를 하는 것처럼 주객이 전도된 느낌도 없지 않아 있다. 하지만 글을 꾸준히 쓰지 않았다면 아마 안아주기도 중단되었을 것이다. 글이 나에게 의미를 부여했다. 이런 저런 이유로 브런치 글쓰기에 미쳐 있던 한 달이었다.



  글쓰기에 매몰되어 있던 지난 한 달 동안 집은 비교적 평온했다. 엄마가 행복해야 가정이 평안하다는 말에 어느 정도 수긍을 할 수 있었던 한 달이었다. 안아주기 글을 쓰면서 글에 대한 책임감으로 안아주는 행위를 계속할 수 있었다. 아들을 보는 것이 언제나 불편했는데 아들을 안아줄 때는 측은지심도 일었다. 그리고 아들에게 미안했다. 제발 잘 컸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만 한가득이었다.


  그러다가 앞선 주말을 기점으로 일상이 조금 변해버렸다. 외가에 오지 않았던 두 아들의 다툼은 마음을 불편하게 했고 온 가족이 어쩔 줄 몰라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하는 일요일을 보냈다. 어수선하고 엉망이 되어버린 집안 분위기. 거기에 보태어 글쓰기에 대해 방향성도 잃어버렸다. 물론 큰 주제나 틀을 가지고 글을 쓰고 있었던 건 아니지만 갑자기 글쓰기가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정선된 글을 썼다면 과연 이 짧은 기간에 110개를 쓸 수 있었겠는가 생각하니 부끄러워진다. 주말엔 고민 끝에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독자들에게 질문까지 던졌다. 정성스럽게 답글을 달아주시는 분들의 마음이 정말 따뜻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글 쓰시는 분들이 모인 공간이라 조언도 남다르고 분위기도 여느 온라인 공간과 다르다고 남편이 말했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발행하려고 쓴 글을 남편에게 보여주니 또 신랄한 비판을 한다. 기분이 썩 좋지는 않으면서도 인정한다. 내가 봐도 어수선한 글이다.


  글만큼이나 지난 토, 일도 어수선했다. 비가 세차게 퍼붓다가 해가 비쳤다가 다시 세차게 퍼붓는 걸 반복하는 요즘 날씨처럼 내 마음도 정신없고 어수선했고 집안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남편과 다툼도 없이 아주 잘 지냈는데 일요일엔 다툼도 있었다. 그 여파로 오늘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고 퇴근 무렵 후배의 전화 한 통으로 편안해진 마음으로 퇴근 끝자락에 일을 조금 할 수 있었다. 어수선한 마음을 정돈하고 싶어 퇴근 후 스타벅스에 갔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켜 놓고 읽고 싶은 책은 펼쳐만 둔 채 브런치 작가들의 글을 하나 둘 읽었다. 구독하시는 분들 외에 라이킷 해 주신 모르는 분들의 글도 하나씩 읽어보았다. 다양한 직업, 삶, 경험, 아픔, 행복이 존재한다. 감성을 자극하고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는 글들이다. 몰랐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글들도 있었다. 난 언제쯤 저렇게 감성이 풍만한 글을 쓸 수 있을까 고민도 된다. 

  그렇게 조금씩 마음을 풀었다. 그리고 집에 왔다. 남편은 미안한지 정성스럽게 저녁을 준비했고 미안하단 말을 한다. 다 본인 잘못이라고. 마음이 다 풀린 줄 알았는데 남편 얼굴을 보니 왠지 또 화가 오른다. 글을 안 쓰냐고 묻는 남편에게 안아주기 외에는 절필할 거라고 답을 했다. 붓을 들고 제대로 된 글을 쓴 적도 없는 것 같은데 절필이란 말을 입에 올리는 상황이 좀 당황스럽기도 하다. 그렇지만 절필이란 말을 들먹거릴 만큼 글쓰기가 두려워진 것도 사실이다. 



   밥도 짓고 토마토 주스도 사주고 과일도 깎아주는 남편 덕에 화가 조금씩 누그러졌다. 토마토 같은 당신을 위해 토마토 주스를 사 왔다는 남편의 농담에 피식 웃는다. 그렇게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하루를 마무리하려고 잠자리에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스타벅스 커피는 항상 사람을 각성시킨다. 좀처럼 잠을 잘 수가 없다. 뒤척이다 결국 노트북을 열었다. 뭔가는 써야겠기에 쓰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대체 무슨 글을 쓰고 싶었던 건지 글의 결론을 어떻게 맺을지 몰라 헤매고 있다. 글을 쓰기 시작한 지 한 시간이 다 되어간다.


  작가도 아닌 주제에 절필이란 말을 들먹거렸는데 결국 절필하지 못하고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읽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따뜻한 글을 쓰셔서 마음속으로 존경하는 작가님이 글쓰기에 쉼을 가져보라고 오늘 아침 조언해 주셨다. 글쓰기는 '내려놓기'도 중요한 요소여서 쓰고 있을 때 감정의 정화도 느끼지만, 내려놓고 간절할 때 써보면 또 다른 자기를 볼 수 있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동안 쓰고 있을 때 감정의 정화에만 치우쳐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내려놓고 간절할 때 써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물론 안아주기는 계속 써야겠지만 말이다. 그런 마음을 겨우 한나절도 못 넘기고 또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았다. 잠이 오지 않는다는 핑계로.



  그냥 동강 동강 조각난 생각들을 읊조리고 있다. 전체적인 글의 흐름도 무시한 채로.

  새벽 1시가 다 되었다. 글을 마무리지어야 되는데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건지 모르겠다.

  


  오늘은 마음을 좀 편안히 해야겠다. 기한이 있는 일들을 마무리지어야 된다. 안아주기도 생각이 끊어지기 전에 아침에 쓰려고 안간힘을 썼는데 힘을 좀 빼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이 불편해 아들한테 잔소리를 했는데 마음을 풀어야겠다. 밥을 짓고 수고해 주는 남편도 다시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겠다. 그리고 지난 한 달 행복했던 그 마음을 되찾아야겠다. 작가님의 조언처럼 내려놓고 마음을 좀 고요히 한 후 간절할 때 글을 써 볼 수 있도록 해야겠다. 잠이 오지 않는 밤 맥락 없는 글을 조각조각 끊어 써보았다.


안아주기 시리즈를 쓰면서 아들을 보는 내 마음이 편해졌다.
글쓰기는 내 마음의 안정제가 되었다.



  오늘을 맞아 꿈나라에 드셨을 작가님들 모두 평온한 7월 18일 하루를 보내셨으면 하고 바란다. 노트북을 닫아야 되는 18일 새벽, 과연 잠을 잘 수 있을지 모르겠다. 

  글을 마치며 7월 18일 화요일, 나의 오늘 하루도 모두의 하루도 평온하기를 바란다. 


   조각조각 끊어진 늦은 시간의 잡다한 상념들을 끝까지 읽으셨다면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건강한 하루 보내소서. 나무 향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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