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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향기 Jul 12. 2023

브런치 검색어

통지표는 시간이 가니 어쨌든 끝나는구나

  성적표를 끝냈다. 예정 제출일은 분명 내일 퇴근 전까지였는데 관리자님 마음에 또 무슨 바람이 이셨는지 뜬금없이 내일 오전 11시 30분까지 내라고 한다. 급하게 마무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 오타도 찾고 부정적 피드백은 없는지 살피고 아이에 맞게 썼는지 살펴야 되지만 일단 끝냈다는 사실 하나로 그냥 저 멀리 제쳐두고 싶어 진다. 또 미루다 새벽에 깨서 보게 될 거 같다.

  저학년 선생님들은 애들 보내고 시간 여유가 좀 있는 편이니 그나마 내일 오전 제출이 그리 힘든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7과목에 창의적 체험활동(자율, 동아리, 봉사, 진로), 행동특성까지 12개를 처리해야 되는 고학년 선생님들은 아마 간간히 애들 자습을 시켜 가며 성적처리를 했을 것이다. 과연 누구를 위한 빠른 성적 처리와 마감인 건지 모르겠다. 방학은 아직 2주 넘게 남았건만. 

  학기말마다 아이들을 희생시켜야 되는 교실 분위기는 아직까지도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작년에 중학생이었던 큰애는 늘 불만을 표하곤 했다. 본인은 공부를 하지 않음에도 학기말이라고 유튜브나 틀어대는 선생들에 대해서 엄청나게 불만을 이야기했었다. 물론 모든 선생님들이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아이 말을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일부 그런 선생님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고 일부가 그렇다는 것도 학부모이자 선생으로서도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분명 정해진 교육과정이 있고 시수가 있는데 유튜브를 볼 시간이 있다는 건 단위 수업을 알차게 수행하지 않았다는 뜻일 테니까. 선생이면서 선생들의 조금은 부끄러운 민낯을 글로 쓰는 게 조심스럽다.


 열심히 게임을 하는 아들을 아직은 온전히 받아들이고 견디기가 힘들다. 저 나이 때 공부밖에 몰라서 엉덩이가 짓무르도록 책상에 앉아 있었던 나이니 받아들이기가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그래도 공부해야 안돼 이 말을 하지 않는 걸 보면 어느 정도 포기에 어느 정도 받아들이기가 된 건지도 모르겠다.

 

  답답한 마음에 또 컴을 열었다. 

  예전엔 포털 기사나 뒤적거리고 있었는데 이제는 무조건 브런치스토리로 직행이다.

  통계치를 들여다보니 어느 순간 글에 검색으로 들어오는 사람이 하루 한 둘씩 된다.

 

  나는 검색 바보인가 보다.

  오늘 날짜 검색어 '본인잘못인정 힘든 아이'로 네이버, 다음, 구글까지 검색해 봤지만 내 글은 뜨지 않는다.

  저분은 대체 어떻게 찾아들어온 것일까? 

  우리 아들이 본인 잘못 인정 힘든 아이가 맞긴 한데 제목에 그렇게 쓴 적도 없고, 그렇다고 내가 쓴 글 속에 저런 문장을 넣은 적도 없는 것 같다. 

  '정신과샘'도 마찬가지다. 정신과 몇 번이나 가보셨나요? 글을 쓰긴 했지만 정신과샘으로 검색해도 내 글은 안 나온다. 

  '선생님 아동학대'는 다음에서 검색하니까 노출이 되긴 한다.

  받아쓰기 아동학대는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다. '선생님 가출할래요' 글에 받아쓰기 못했다고 발바닥을 때리는 부모가 있다고 쓰긴 했지만 검색은 되지 않는다.

  그리고 살짝 의문이 드는 검색어. '3년 전 아동학대 신고'이다. 검색어를 보면서 살며시 걱정이 되었다. 3년 전 전국적으로 유명한 아동학대 사건을 검색하고 싶은 걸까? 아니면 3년 전 선생님을 아동학대로 신고하고 싶은 걸까? 전자는 가방아동학대, 칠곡 아동학대 등 전국적으로 유명한 아동 학대 사건은 나름의 이름이 붙어 있으니 아닐 거 같다. 아마 후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불안이 오른다. 교사들이 간혹 지나간 일로 아동 학대 신고를 당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경영록이나 수첩, 일지 등을 버리지 않고 남기란 말은 들어보긴 했지만 말이다. 이 땅의 어느 선생님이 3년 전 아동학대로 신고당하고 있지 않길 바란다. 아니 그저 오해이길 바란다.

   아무튼 '선생님 아동학대'외에는 저 검색어들로 아무리 검색해도 내 글이 노출되지 않는다. 

  내가 내 글을 검색할 수 없는데 어떤 경로로 들어온 건지 신기한 재주를 가지신 분들이다.


  <오늘의 결론은> 

0선생은 검색 바보. 도저히 검색 불가능.

시간이 지나니 어쨌든 통지표는 완성된다.

알파벳을 공중에 날리며 게임을 하는 아들도 어느 정도는 수용이 되고 있다.

그래도 걱정은 늘 한가득이다.

여러 가지 경로로 글이 검색되고 있는 것을 보면 글을 함부로 쓰기가 두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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