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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에 붙어 버린 휴대폰

생각을 수 만 번 한다고 습관이 되진 않는다.

by 나무 향기

좋은 습관을 가지면 삶은 풍요롭다. 일찍 자고 일찍 깨기, 한 달에 적어도 1권의 책은 읽기, 규칙적인 운동하기, 세끼 영양을 고루 갖춘 식단 하기, 밀가루 음식 끊기, 바르고 고운 말 쓰기, 가족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기. 갖추어야 될 좋은 습관은 너무나도 많고 습관을 잘 갖추면 인생의 어려움도 줄어든다.

이번 주부터는 철분제를 먹고 일주일에 3일은 걷자고 다짐했다. 매년 반복되는 빈혈 진단에 3개월치 약을 처방받고도 늘 그대로 묵혀두고 있었다. 유통 기한이 다 되어가는 약이 한 통 두 통 늘어난다. 커피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하루 3잔씩 마셔댈 때도 있으면서 철분제 한 알 먹는 게 왜 그리도 힘든지 모르겠다.

좋은 습관은 늘 나를 피해 다니고 나쁜 습관은 철썩 몸과 마음에 붙어서 떨어지지를 않는다.

몸에 붙지 않는 습관은 관심이 없어서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려는 마음이 좋은 습관을 멀리 하게 한다.

근래 들어 생긴 황당한 습관에 살짝 당황했다.

얼마 전 오랜만에 종이책을 펴 들었다. 휴대폰을 몰입의 방에 넣어두고 시작한 독서라 중단되지 않았고 간만에 책에 빠져들고 있었다. 항상 생각이 좀 고정되어 있는 편인데 '삐딱해도 괜찮아'라는 책 제목처럼 생각을 비틀어 놓은 글을 보면서, 아 이렇게도 생각이 가능하구나. 왜 이렇게 다각도로 생각하는 게 안될까 사고의 유연하지 못함과 넓지 못한 내 모습을 생각하며 열심히 글을 읽어나갔다.

어느 순간 아 이 글엔 댓글을 달아야겠네 하고 마우스를 건드리고 있는 내 모습에 화들짝 놀랐다.

종이책을 읽으면서 마우스를 만지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정말 짧은 순간이었고 이건 종이책이네 바로 깨닫긴 했지만, 브런치 글 읽으면서 좋은 글은 라이킷도 수 백개 주고 싶고 댓글도 달고 싶고 하던 순간처럼, 종이책에 댓글을 달려고 하고 있었던 것이다.

겨우 한 달 남짓에 이런 습관이 몸에 배어버렸다. 철분제 먹는 건 몇 년을 생각해도 안되건만 한 달 만에 생긴 이상한 습관.

삐딱.jpg

폰이 두 개다. 개인폰으로 학교 일을 처리하다 보니 개인 문자를 학부모에게 잘못 보내서 실수를 했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폰을 두 개 쓸 수밖에 없었다. 원래 가지고 있던 폰을 저렴한 가격의 플립 3로 교체한 지 6개월 정도 되어 간다. 저렴한 기계 요금 때문에 비싼 요금제를 6개월 동안 써야 된다. 기계값이 싸다고 해도 조삼모사 수준이긴 했지만, 원래 사용하던 폰보다는 최신 것이니 아주 잘 사용하고 있다.

플립폰을 접었다 폈다 하는 게 가끔은 불편하다. 휴대폰을 너무 자주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론 그냥 펼쳐서 가방에 넣거나 들고 다니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접었을 때 손에 딱 들어오는 그 느낌에 플립폰이 쓸만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아무튼 6개월 동안 하루에 수십 번 접었다 폈다 했으니 습관이 몸에 배었다.

오늘 아침 학교용 폰을 가방에 챙겨 넣기 전, 휴대폰을 반으로 꺾으려고 하고 있는 내 모습에 아차 싶었다.

이전에도 이미 두 세 차례 정도 학교용 폰을 반으로 꺾으려고 했던 적이 있었던 게 떠올랐다.

앞의 사례는 겨우 한 달 반 정도, 뒤의 사례는 겨우 6개월 정도만에 생긴 습관이다. 그런데 내 몸에 착 붙어서 그냥 저절로 그 습관이 나온다. 철분제를 먹는 것과 책을 읽는 것 같은 건 습관이 잘 되지 않는데 왜 이건 짧은 시간에 내 몸과 마음에 딱 붙어버린 습관이 된 것일까?


휴대폰은 거의 손에서 떼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원래 급식실을 갈 때 폰을 들고 가지 않았는데 브런치를 시작하고선 다른 분들 글을 읽으려고 들고 간다. 쉬는 시간에도 자주 보게 되었다. 수업 시간 외에 알람이 울리거나 하면 자꾸 보게 된다. 몸과 마음에 붙어버린 습관이 되었다.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횟수가 얼마나 많은가에 따라 습관은 내 몸에 붙기도 하고 안 붙기도 한다. 철분제를 먹겠다는 건 생각만 수년 했지 실천을 하지 않았으니 습관이 될 턱이 없다. 생각만 한다고 습관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고운 말을 써야지 한다는 결심만으로 고운 말이 저절로 습득되는 건 아니다. 아들에게 잘해야지 결심만으로 좋은 엄마가 될 수 없다.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방법을 찾고 실패하더라도 실행부터 해봐야 된다.


성인들은 좋은 습관을 스스로 만들어나가겠지만 어린아이들에게는 부모가 좋은 습관을 들여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반 아이들을 보면 게임은 제재시키지만 휴대폰 사용량을 조절시키지 않는 부모들이 많다. 우리 아들은 4학년 후반에 휴대폰을 사줬는데도 아이가 휴대폰에 빠져 일상이 잘 되지 않았는데 2학년 꼬맹이들 중에 휴대폰이 없는 아이가 없으니 걱정이 많이 된다. 우리 아들로 겪은 게 많아서, 반 아이들이 게임을 많이 하거나 휴대폰을 많이 쓰는 걸 보면 노파심에 부모들한테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한다.

"어머니, 2학년 짜리가 하루에 2시간 게임하는 건 결코 적게 하는 게 아니에요. 게임 빼고 폰 사용 시간까지 하면 4,5시간은 될 텐데요.

"어머. 몰랐어요. 그런가요?"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다른 사람은 의외로 모를 때가 있다. 저학년 학부형들 중엔 휴대폰 사용에 대해서 심각성을 못 느끼는 사람들이 꽤 된다. 남자아이들의 부모는 공부 1시간 하면 폰 사용량 줄게, 백점 받으면 종일 폰 사용하게 해 줄게 등의 조건을 거는 경우가 꽤 있다. 휴대폰 사용량 과다가 아이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조금이라도 인지하고 있는 부모라면, 아이에게 붙이고 싶은 습관이나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와 휴대폰 사용량을 맞바꾸는 어리석은 협상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긍정적 습관을 키우기 위해서 부정적 조건을 들이대는 누를 여전히 범하고 있는, 나보다 어린 나이의 엄마들을 보면 안타까움이 든다. 그렇다고 내 아들 이야기를 들먹일 수도 없고 말이다. 최대한 여러 가지 예를 들고 주워들은 이론적 배경까지 들먹이지만 엄마들은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기 전에는 심각성을 못 깨닫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 아이는 조금 문제가 생겼지만 대한민국의 다른 아이들은 건강하고 좋은 습관을 들여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소 귀에 경 읽기일지라도 휴대폰 사용의 폐해에 대해서는 부모들에게 계속 이야기할 것이다.


좋은 습관이 몸에 배도록 좋은 행위를 자주 반복하도록 하는 것이 인생에 보탬이 된다. 습관을 만들고 싶으면 지금 일어나서 액션을 취하라. 일단 해 보자. 아무 생각 없이. 그러면 언젠가 내 몸과 마음에 붙어버린 좋은 습관에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일단 하자. 하고 하고 하다 보면 습관은 내 몸에 붙어서 저절로 나올 것이니까.


0 선생. 너부터 아들 앞에서는 폰을 보지 말지어다. 좋은 습관은 부모의 행동에서 보고 배우면서 형성되는 것도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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