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여행 1일 일정> 부산역 아침 식사 / 송도해수욕장 해상 케이블카 탑승/케이블카 도착지 암남공원 산책(더워서 너무 힘듦) / 송도 용궁 구름다리 / 점심식사 / 숙소 체크인 및 휴식/ 자갈치 크루즈 이용/자갈치 시장 저녁
2023년 7월 28일 방학 시작 첫날 완전체가 된 우리 가족의 부산 여행이 시작되었다.
새벽 6시 44분 기차를 타기 위해 아이들을 일찍 깨웠다. 언제나 느릿한 두 아들은 그럭저럭 빨리 준비를 한 편이었지만 케이티엑스 역에 도착했을 때는 기차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종종걸음을 쳐야 했다. 큰아들은 또 뭐라 구시렁 거린다. 속으로 한숨을 쉬며 어떤 일이 있어도 화내지 않고 아들이 따라와 준 것만으로도 감사할 것을 다짐하며, 이 여행에서 아들과 좀 더 가까워지는 길은 어떤 일이 있어도 엄마가 이해하는 것임을 계속 되뇌며 기차에 올랐다.
금요일 새벽 기차라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전날 급하게 좌석 1개를 더 끊느라 남편과 떨어져 가야 했다. 기차를 타고 가는 동안 남편은 열심히 다닐 곳을 카톡으로 검색하고 공유하며 의견을 물었다. 자주 가는 여행은 아니지만 항상 표를 끊고 일정을 찾는 남편에게 고맙다. 가족과 관련해서 남편이 유일하게 주도적으로 하는 일이라 간섭하지 않고 싶은 부분이다. 그렇게 나는 따라다니기만 하면 되는 조금은 편한 가족 여행이 시작되었다.
부산역에서 아침 식사를 하려고 하는데 아들이 원하는 카레돈가스밥은 준비 중이라서 주문이 불가했다. 또 아들의 투덜거림이 시작되었다. 진정시키고 달래느라 살짝 힘이 들었는데, 아들은 다음날 집으로 오기 전 카레돈가스밥을 저녁으로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역에 있는 모든 음식점을 제쳐 두고 아들이 첫날 아침 먹고 싶었던 음식을 먹이기 위해 아빠가 같은 식당에 우리를 데리고 갔기 때문이다.
남편과 아들에게 한 마디씩 했다.
"여보, 당신은 우리 큰아들한테 가끔 욱하는데, 아들이 먹고 싶은 음식을 기억했다 여길 오는 걸 보니 정말 아들 생각 많이 하네. 아들 생각 이만큼 한다는 걸 느낄 수 있도록 화나더라도 아들한테 침착하게 말해요. 그래야 아들도 아빠가 본인을 얼마나 생각하는지 알지요. 당신의 이런 배려나 아들에 대한 마음이 가끔씩 욱하고 화내는 일 때문에 다 묻혀버려."
"00야, 아빠가 너 얼마나 생각하는지 알겠지? 엄마는 밀면이 먹고 싶어서 00 식당에 가고 싶었는데 기어코 여길 데려오길래 아빠가 왜 이러시나 싶었거든. 네가 어제 아침에 먹고 싶어 했던 걸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아빠가 널 이만큼 생각해 준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
아들은 말똥 말똥 쳐다보는데, 엄마 말을 어느 정도 새기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아빠와 아들 사이의 벽을 깨는 중재자 역할도 해야 되니 언제쯤이면 아들 셋을 다 키우나 걱정이 앞선다.
1. 송도 해상 케이블카
아침을 먹고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송도해수욕장으로 향했다. 호텔에서 준 2장의 탑승권 덕분에 2장만 구입하면 되었다. 송도 해상케이블카는 바닥이 훤히 보이는 투명창으로 된 것과 아닌 것 두 가지 종류 중에서 선택할 수 있었다. 호텔 측에서 주는 이용권은 바닥이 보이지 않는 것이라 같은 탑승권을 구입했다. 탑승권에 34000원이라 되어 있는 걸 보니 인당 170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바닥을 통해 바다를 볼 수 있는 입장권은 아마 2만 원이 넘어갈 것 같다.
케이블카 탑승 전 인원수만큼 주는 막대 사탕. 2인용을 지불한 탑승권. 1인당 17000원.
케이블카를 타기 전 사탕을 인원만큼 준다. 막대사탕을 물고 가는 동안 아이가 된 것 같아 조금은 마음이 들뜨는 걸 보면 막대 사탕을 주는 건 괜찮은 선택이다. 탁 트인 바닷가를 바라보며 숨 돌릴 틈이 있어서 좋았고 케이블카에 냉방기가 없으니 더울까 걱정했는데 높은 고도라서 바닷바람이 시원하게 들어와서 괜찮았다. 아들은 케이블카 안에서도 계속 투덜거렸다.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막대사탕을 물었다. 마음이 답답할 땐 단 것을 먹든 장소를 바꾸든 탈출구를 찾아야 된다.
"여름엔 여행 좀 다니지 마, 더워. 여행은 겨울에 가는 거야."
입 다물고 살던 아들이 어쨌든 자기 의견을 피력하니 이젠 짜증으로 받지 않는다.
"여름에도 가고 겨울에도 가야지. 아빠는 더위를 견디며 여름에 가는 여행도 추위를 맞으며 겨울에 다니는 여행도 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가족이 같이 뭔가를 나눈다는 게 의미가 있는 거지."
"봄가을에 여행 다녀."
아들의 로봇 같은 목소리와 불평은 계속되었다.
"봄, 가을은 휴가 내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그럼 우리 어딜 가야 되지? 00가 더위 때문에 고생 안 하려면. 너 어디 가고 싶어?"
"이렇게 더울 때는 러시아를 가야지."
예전부터 러시아를 가고 싶어 하던 아들이었다. 우크라이나와 한참 전쟁 중인 러시아를 방문해도 될 것인가? 아들의 희망은 잠시 접어두는 걸로.
케이블카에서 바라본 부산 바다 풍경. 저 멀리 신축 아파트들. 밤이면 아파트 불빛의 야경이 멋있어 보이긴 하겠지만 바닷가 주변에 자연 풍광이 더 많았으면 하는 바람도 든다.
케이블카를 타고 내리면 3층짜리 건물이 있다. 1층은 매점, 2층엔 카페와 식당이, 3층 전망대엔 사진 찍기 좋은 조형물과 타임캡슐이 전시되어 있다. 아들은 인스타도 하지 않으면서 가는 곳마다 사진을 열심히 찍어댔다. 내려가자 하면 사진으로 다 남기려고 조금만 기다리라고 했다. 더워서 계속 투덜거리지만 새로운 곳을 구경하고 눈에 넣는 것이 싫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아들의 투덜거림과 화를 직면하기 힘들어서 어느 순간부터 가족 여행을 꺼려했었다. 뜻하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부모로서 잘 해결하고, 상황마다 자식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적절한 충고를 하는 것은 아이들을 성장시키는 길이 된다. 예민한 아이를 키우기 때문에 닥칠 상황이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대화도 피하는 어리석은 행동은 다시는 하지 않기로.
마지막 사진은 타임캡슐. 매점에서 타임캡슐을 구입해 보관함에 넣고 2년 후에 찾아갈 수 있음. 타임캡슐을 찾으러 2년 뒤에 꼭 방문할 것이니 재미있고 효과적인 마케팅.
2. 암남공원
전망대 구경 후 암남공원 산책을 조금 했다. 5년 전 가을에 왔을 때는 날씨가 좋아서 경치가 너무 아름답게 느껴졌는데, 35도가 넘는 더운 날씨는 경치를 둘러볼 여유보다는 어디 들어가서 시원한 거나 마셔야겠다는 생각만 하게 만들었다. 작은 아들은 모기떼가 다리에 몰려 힘들어했고 유독 땀이 많은 큰아들은 얼굴이 비를 맞은 것처럼 땀범벅이 되었다. 조금 걷다가 포기를 하고 건물 2층 카페에 가서 음료를 마시며 열기를 식혔다. 아들의 투덜거림도 조금 진정이 되었다.
공원 산책 중 찍은 작품들. 왼쪽은 잃어버린 시간(김근배). 작가의 문명관을 표현한 작품이며 말은 작가 자신, 하반부는 문화, 상반부는 문명, 배면은 시간을 상징한다고 한다. 오른쪽은 여정(이영춘). 거대한 가방 속 여행자의 파생물인 재킷, 우산, 안식처인 의자, 자연을 상징하는 코끼리를 표현하여 여정을 상징화하였다고 한다.
작가님께는 죄송하지만 우산을 보니 비라도 내렸으면 싶고 의자에 앉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3. 용궁구름다리
시원한 음료를 마신 후 송도 용궁구름다리로 갔다. 입장료는 1000원이다. 용궁구름다리는 입장권 속 사진으로 보는 게 훨씬 멋있다. 구름다리란 말에 출렁다리를 연상하는 착각을 했으나 다리는 튼튼한 쇠붙이들로 만들어져 있고 혹시나 모를 사고를 대비해서인지 난간의 높이도 엄청 높았다. 다리 곳곳에 서서 바라보는 부산 바닷가 전경은 괜찮았으나 용궁구름다리라는 이름 때문에 뭔가 우와 하는 경치를 기대한다면 실망이 따를 수도 있다.
구름다리에서 바라본 바닷가 전경. 구름다리의 난간이 꽤나 높다. 아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입장권 속 용궁구름다리 전경.
겨우 점심 전 일정까지만 썼는데도 숨이 차네요. 가는 곳마다 덥고 숨찼던 그날의 열기가 느껴집니다. 너무 더웠으니 당연히 투덜거리고 짜증도 냈지만, 괜히 왔어라는 말은 하지 않는 아들이었습니다. 예전엔 괜히 왔다는 말을 참 많이도 했거든요. 그러면 엄마라서 또 속상하고 혼내고 했지요. 이젠 어느 정도 자기 선택에 책임을 지려 하는 모습을 보면서 다른 집 아이들보단 늦지만 아들은 자신만의 속도대로 성장하고 있음을 인정하는 하루였습니다. 너무 더웠습니다. 부산은 바닷가에서 놀 게 아니면 여름에 가지 않기를 추천하지만 생각보다 가는 곳마다 사람들도 많고 외국인도 많았답니다. 더위에도 사람들은 밖으로 밖으로 나왔네요. 아무리 더워도 역시 여행의 계절은 여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