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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향기 Aug 02. 2023

폭염 속 부산으로 떠났습니다 2

자갈치 크루즈 꼭 이용해 보세요.

  용궁구름다리 관광을 마친 후 케이블카를 타고 다시 송도해수욕장으로 왔다. 송도해수욕장은 우리나라 제1호 해수욕장이라고 한다. 바닷물에서 노는 사람들을 보며 더운 날씨 때문에 물에 뛰어들고 싶었지만 수영도 못해서 엄두가 안 난다. 남편은 수영을 할 줄 알지만 바닷속 수영은 하고 나면 마를 때도 싫고 씻기도 불편해서 안 하고 싶다고 한다. 이럴 땐 남편이 야속하다. 물놀이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이 아이들과 놀아주어야 되는데, 물을 겁내는 내가 아이들과 놀아주기는 쉽지 않지 않은가. 나처럼 물놀이를 즐길 줄 모르는 아이들로 크게 해서 미안한 마음이다. 언제나 부모는 죄인!


 <부산 여행 1일 일정>
부산역 아침 식사 / 송도해수욕장 해상 케이블카 탑승/케이블카 도착지 암남공원 산책(더워서 너무 힘듦) / 송도 용궁 구름다리 / 점심식사 / 숙소 체크인 및 휴식 / 자갈치 크루즈 이용 / 자갈치 시장 회(저녁 식사)


 1. 숙소 체크인. 페*필드 호텔

  숙소 체크인을 했다. 페*필드 호텔이라고 송도 해수욕장 바로 앞에 있는 22층짜리 건물이다. 숙소에서 바라보는 해수욕장의 풍광이 제법 멋있다. 

  체크인 전에 점심을 먹었는데 아래 보이는 건물 옆 골목이 먹거리 골목이다. 거기에서 백반집을 찾았는데 게장정식이 7000원, 냉국수가 5000원밖에 하지 않았다. 4인 식사 가격이 24000원이다. 커피숍에서 음료 마시는 가격보다 더 싸게 한 끼 식사를 해결했는데 아쉽게도 음식점 이름이 기억 안 난다. 할머니들이 하는 곳이었는데 적당한 가격에 맛있는 한 끼를 먹을 수 있었다. 찾아가 보시길.

숙소에서 보이는 풍경. 둘째가 신이 났는지 손가락 V를 들어 보였다. 언제나 그렇게 즐거우면 좋으련만. 감정기복 한참 심할 사춘기, 슬기롭게 넘기자.


2. 투썸 플레이스

 체크인을 하고 나와서 근처 투썸플레이스에 왔다. 더위에 지친 아들들 달래주려고 팥빙수와 파르페를 시켰다. 파르페 메뉴를 투썸에서 보다니 신기한데 우리가 알던 파르페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초코 음료에 후레이크 약간 그 위에 아이스크림. 조금 정성은 부족한 파르페를 흉내 낸 듯한 파르페이다. 아들들은 초코 파르페를 시켰는데 저 초코는 달아도 너무 달아서 단 것 좋아하는 아들마저도 먹기를 포기했다. 부산이 관광지라서인지 주문벨에도 마이 힐링 트립이라고 적혀 있어서 여행을 왔다는 게 실감이 났다. 남은 일정이 정말 힐링 여행이 되기를 바라며 맛있는 음료와 시원한 에어컨으로 열기를 식혔다. 옆에서 남편은 열심히 자갈치 크루즈 예약을 했다. 살짝 촌스러운 듯하면서도 부산에 왔다는 걸 실감 나게 하는 자갈치 크루즈. 기대를 잔뜩 안고 크루즈 탈 시간을 기다리며 담소를 나누었다.

힐링 트립 기원. 여름엔 빙설이 최고인데 양이 너무 적다. 진동벨로 얼굴이 다 가려지는 둘째 아들. 너 내 아들 맞니? 10살 때 식당에서 유치원생으로 오해받은 아들이다. 


3. 자갈치 크루즈

  입장료 : 대인 25000원, 중고등 20000원, 소인 10000원(온라인 예약은 20% 할인/대인 2만 원, 중고등 16000원으로 예약했다.)

  인터넷으로 예매한 표를 현장에서 발권했다. 발권할 때 부모 신분증은 필수다. 아이들 주민등록 등본까지 있어야 되나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부모 신분증만으로 발권이 된다. 승선자 정보(이름, 생년월일, 대표 번호)를 쓰고 발권을 받았다. 바로 앞 대기실에서 배가 오기를 기다리면 된다. 6시 출발 크루즈인데 기다렸다가 40분부터 대기줄에 섰다. 상황 따라 다르겠지만 우리는 금요일 저녁에 간 거라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아 대기줄은 큰 의미가 없었다. 크루즈 내부는 매점도 있고 공연장도 갖추어져 있었다. 남편 말에 의하면 저녁배를 타면 야경이 좋다고 하는데 금요일은 마지막 배가 6시여서 야경까지는 아니고 석양을 볼 수 있었다.

  큰아들은 승선 초반부터 배 갑판으로 나가 구경을 시작했다. 태종대, 오륙도, 해운대 등을 거쳐서 다시 송도로 돌아오는 경로는 꽤나 흥미로웠고 선장님이 가는 곳곳마다 친절한 설명을 해주셔서 알찬 크루즈 여행이었다.

입장권을 가지고 있으면 다음에 이용할 때 30퍼센트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이 가능하다고 한다. 기간을 말씀해 주셨는데 잊어버렸다. 기록하지 않으면 잊어버릴 나이!


석양이 아름답다. 델몬트사의 배. 바다에 뜬 배 아래 붉은색이 완전히 가라앉아야 물건이 실린 배. 저 배는 비어 있는 배임. 태종대에 와서 새우깡을 던지면 갈매기들이 날아옴.


  선장님은 배에 관한 설명을 많이 하셨다. 부산항에 입항하기 전 바다에 떠 있는 상선들은 각각 실을 수 있는 물건이 다르다고 한다. 사진에 보이는 델몬트 상선은 파인애플만 실을 것이다. 상선에 물건이 가득 차면 배의 빨간 부분이 완전히 가라앉는다고 한다. 붉은 부분이 보이는 배는 한마디로 텅 빈 배. 태종대 근처에 오자 새우깡을 던지라고 하셨다. 학습된 갈매기들이 새우깡을 먹으러 몰려올 것이라고. 신기하게도 갈매기들은 어떻게 알았는지 하나 둘 몰려들더니 나중에는 떼로 몰려왔다. 먹고살려고 활강하는 갈매기들이 안쓰러워 보이는 날이다. 

  부산 바다는 뿌연 안개로 가득 차 멀리 대마도나 오륙도를 자세히 볼 수는 없었다. 선장님 말씀에 의하면 더운 날씨가 지속돼서 수증기가 가득 차서 그렇다고 한다. 한 달 동안 계속 바다에 안개가 끼어 있다고 하셨다. 오던 길의 택시 기사 아저씨도 부산이 계속 더워서 맑은 바다를 볼 수 없다고 하셨다. 각종 섬들을 또렷이 볼 수 없어서 아쉬움이 남았지만 큰아들이 같이 있어서인지 수증기 낀 바다조차도 운치 있어 보였다. 누구와 어떤 마음으로 있느냐에 따라 똑같은 경치도 달라 보인다는 사실을 온 마음으로 느꼈다. 석양 사진을 열심히 찍는 아들. 햇살에 짜증 날 법도 한데 내부로 들어올 생각은 없어 보였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아들의 마음을 좀 탁 트이게 해줬으면 하고 바랄 뿐이었다.

  부산 앞바다의 석양을 끝으로 자갈치 크루즈 여행은 끝났다. 


4. 자갈치 시장에서 저녁 식사

 부산의 자갈치 시장에 왔으니 회를 먹어야 정석 코스. 한 곳을 골라 광어와 농어를 주문했다. 1kg에 3만 원이라 하셨는데 갑자기 2.9kg에 6만 원으로 해 주신다고 했다. 2층의 20번으로 가서 기다리면 회를 보내준다고 하셨다. 2층에 오르니 회를 먹을 수 있는 장소의 번호가 매겨져 있었다. 회를 기다리면서 기억을 더듬어 보니 횟집 주인분이 횟감의 무게를 잴 때 바구니를 두 손으로 누르고 계셨다. 2.9kg이 9만 원이 아닌 6만 원이 된 이유가 짐작이 되었다. 두 손이 누르는 무게를 빼면 아마도 2kg 남짓일 것이다. 아마 더 적을지도. 뭔가 덤으로 회를 더 먹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전략. 장사의 기술이다.(활어가 튈까봐 그랬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누르는 무게도 포함되었을 것이다.)

  바닷가에서 먹는 싱싱한 회는 맛있었다. 아들은 회를 다 먹고 나오고 난 뒤 갑자기 장어가 먹고 싶다고 했다. 주변에 장어를 먹는 사람들이 많아서 군침이 돌았나 보다 싶었지만 이미 식당은 나와버려서 다음날 장어를 먹어보기로 했다. 


    <부산 여행 2일차 일정은 아래와 같습니다.>


  더운 하루의 여행이 끝났습니다. 큰아들도 생각보다는 큰 불평이 없었고 작은 아들도 군소리 없이 잘 따라다녔습니다. 올여름은 진짜 유난히 덥네요. 이 폭염 속에 더운 부산으로 와서, 하루를 무사히 마침에 감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따라오지 않겠다는 큰아들도 왔고, 가족 간의 다툼도 없었기 때문이죠. 어린 자식들이 불평하더라도 부모가 얼마나 잘 다독이고 이해해 주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암남공원에서 두 아들 모두 짜증을 부렸지만 그냥 흘려보내고 깊이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자연스러운 감정의 표현이겠거니, 어른이 되면 참을성이 더 생기겠거니 마음먹으니 한 귀로 듣고 흘릴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더 어릴 때 그러지 못했던 것이 많이 후회가 되었습니다. 


 여행을 다녀온 후에 있었던 일을 글로 써 본 경험이 없어서 글쓰기가 막막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큰아들과 조금 더 가까워지는 계기를 만든 여행이라 쓰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막막한 마음 끌어안고 일단 컴퓨터를 열었더니 뭐가 써지긴 하네요. 여행하면서 있었던 일은 빨리 쓰지 않으면 다 잊어버리니 어쩔 수 없이 빨리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것을 할 때마다 두려움에 미루고 미루다 끄트머리에서 시작을 하는 저에게 미루지 않는 용기를 주는 여행 글쓰기였습니다. 기행문이란 말을 갖다붙이기엔 아직 뭔가 모자란 것 같지만 일단 시도해 보아서 만족합니다. 큰아들에게 언젠가 보여주며 함께 웃을 날이 오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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