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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향기 Aug 03. 2023

8월의 시작을 겜돌이, 편식쟁이들과

청소년의 식습관, 놀이 문화 걱정입니다.

 "저녁은 피자, 치킨이요."

 둘째 아들이 친구 셋을 데리고 왔다. 우리 집에서 하루 자고 가기로 했다. 내 자식 밥 챙기기도 힘든데 아이들 저녁을 어떻게 챙겨야 되나 제일 걱정되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되나? 아이들은 당당하게 피자를 요구한다. 피자와 치킨으로 저녁을 때우는 아이들. 10시가 넘어서는 집 앞 편의점에 가서 라면을 사 와 부셔 먹고 있다. 식사는 밥이 되어야 된다는 부담감을 항상 안고 살기에 피자와 라면으로 배를 채우는 아이들을 보면 괜스레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다.


 <아이들의 식습관>

  하루를 재우고 방학의 달콤한 늦잠은 포기하고 김밥을 쌌다. 내 아이와 학교 아이들의 평소 먹기 태도를 생각하면, 아무리 반찬을 많이 줘도 아이들 입맛에 맞지 않으면 먹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에 선택한 메뉴다. 그나마 보편적으로 입맛을 맞출 수 있는 김밥을 준비했고, 잠들기 전 만들기로 결심했던 콩나물국은 포기했다. 힘이 든다. 하지만 김밥만으로는 목이 막힐 것이 걱정돼서 라면 2개를 끓여 남자 애들 넷에게 나눠 줬다. 아이들은 김밥보단 라면이 먼저다. 걔 중 키가 젤 작고 몸이 가는 아이는 김밥은 손도 안 댄다. 키가 우리 아들보다 큰 CB는 김밥, 라면을 싹 먹고 전날 엄마가 사 보낸 햄버거까지 싹 먹어치운다. 키가 커서 잘 먹는 것도 있을 것이고 잘 먹어서 키가 큰 것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준비한 사람 입장에선 잘 먹어주니 좋다. 키만 크고 비쩍 마른 우리 아들은 김밥 1줄 반도 여지없이 또 남긴다.


  아이들의 식습관이 바람직하지 못하다. 학창 시절 친구들을 집에 데리고 오면 채소쌈과 밑반찬, 된장찌개만으로도 밥을 맛있게 먹었고 엄마밥이 맛있다고 좋아해주곤 했다. 남동생 친구들도 엄마의 깍두기를 칭찬하며 맛있게 밥을 먹던 모습이 기억난다. 요즘 아이들은 저런 소박한 반찬에 찬사와 감사를 보내지 않는다. 예전처럼 먹거리가 부족할 때는 채소 반찬만 있더라도 엄마의 집된장으로 만든 된장찌개 하나 곁들이면 감사히 먹고 맛있게 먹는 밥상이었지만, 그런 예전 경험을 이야기하며 골고루 먹지 않음을 탓하기에는 요즘 아이들은 먹어본 것이 너무 많고 길들여진 음식이 너무 많다. 각종 패스트푸드와 조미료가 가미된 외식 음식들, 집된장과 집고추장이 아닌 공장에서 나온 똑같은 맛의 된장과 고추장에 길들여진 입맛. 이 아이들의 길들여진 입맛에 내 식성을 강요하는 것은 무리다. 또한 맞벌이 부부가 많아진 관계로 경제적으로 풍요해해졌지만, 영양적으로는 부실한 식단을 마주하는 경우도 많은 아이들이니 피자, 햄버거, 라면 등이 익숙할 수밖에 없다. 아이들 입맛을 그렇게 바꿔버린 데는 부모들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아이들의 놀이 문화>

  취침 시간을 물어보니 새벽 2시라고 한다. 일찍 김밥을 쌌는데 깨지 않는 애들 때문에 언제 먹이나 속이 탔는데 10시가 넘어서 깨는 것이 당연했다. 9시부터 잠자리를 준비하려는 나를 말리던 남편 말이 생각났다.

  "친구 집에 놀러 왔는데 9시부터 재울 생각을 해? 당신도 참. 교과서야 교과서. 쟤들 안 자. 나도 어릴 때 친구들 오면 일찍 안 잤어."

  남편 말이 맞았다. 예나 지금이나 친구들이 모이면 잠을 늦게까지 안 자는 게 정석인 모양이다. 친구들 집에 놀러간 적은 많지만 자고 온 적은 없고 친구를 우리 집에서 재운 적도 없어서 잘 모른다. 그렇지만 늦게까지 자고 싶은 마음은 이해한다. 놀이가 게임만 아니었다면.

  아이들은 폰을 손에서 떼지 않는다. 어른으로서 가만히 두는 게 맞나 싶다가도 부모 품에서 벗어나 살짝 일탈이 하고 싶을 나이니 그냥 내버려 뒀다. 폰 게임만 계속한다. 그 와중에 C와 B도 여과 없이 입에서 나온다. 이 집에 부모가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듯하다. 여지없이 교사의 근성머리가 발동되며 교육을 해야 되지 않나 싶다가 남자아이들끼리는 욕하는 게 예사라니, 잘못 말했다가 아들이 친구라도 잃을까 방문만 살포시 닫으며 내버려 두었다. 악의적인 C와 B는 아니고 말습관이니. 하지만 언어 습관이 그 사람의 인격을 나타내는 걸 생각하면 요즘 아이들의 말하기 태도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폰 게임 말고 놀 것은 없을까? 물론 저 아이들도 어릴 땐 보드 게임도 하고 뭔가 다른 놀이를 하며 친구들과 지냈을 것이다. 크고 나니 놀거리가 게임밖에 없는 게 참 안 됐다는 생각도 든다. 폰 게임으로 놀다가 자전거를 타러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서 게임하는 것을 반복하고 있었다. 외국 아이들의 놀이 문화도 같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놀이 문화가 풍성해진다면 좋겠다는 희망을 품어보지만 사실 어른인 나도 어떤 것이 잘 노는 것인지 모르겠다. 나는 잘 놀고 있나? 자문해 보지만 '글쎄요'라는 답이 나오는 걸 보면. 잘 놀아야 행복할 터인데, 폰게임이 잘 노는 건 아니라 걱정도 된다.


  저 아이들보다 더 미래 세대 아이들은 어떤 식습관과 놀이 문화를 가지고 살아갈까? 설마 로봇과 놀이하는 세상이 오진 않겠지? 환경이 너무 오염되서 집밖에 못 나가고 집안에서만 놀아야 되는 건 아니겠지? 이 수많은 먹거리가 사라지고 캡슐 하나로 영양 보충을 하는 세상이 온다는 건 생각만 해도 너무 무재미인 세상인데.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분명 세상은 발전하고 있는데 놀이문화는 쇠퇴하고 있는 느낌이다. 공 하나만 던져줘도 이 방법 저 방법 찾아서 잘 놀던 시절이 있었건만 아이들은 가상의 세계에 푹 빠져 손가락과 눈만 움직이며 놀고 있다. 시대적 상황이 그러할진대, 내가 무슨 놀이 전문가도 아니니 딱히 방법을 찾을 길도 없지만, 게임에만 빠져 다양한 놀이를 통해 만들어갈 수 있는 창의력을 잃어가는 아이들 모습이 안타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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