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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향기 Aug 05. 2023

폭염 속 부산으로 떠났습니다 3

   <부산여행 2일 차(2023년 7월 29일)>
해운대 해수욕장 / 블루라인 파크/ 종착역 송정해수욕장/  용궁사
점심식사(곰장어) / 근현대역사관(12월 개관예정이라 별관 도서관에서 책 읽기만 가능. 좋았음.)
/ 부산역에서 집으로/ 역내 파리바게트(사지 마셔요. 빵값이 비싸요.)

 

 1. 블루 라인 파크(해변 열차)

  2일 차 일정이 시작되었다.

  아침을 먹고 해운대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해수욕장이라도 한 번 거닐고 블루라인 트레인을 타려고 했으나 햇빛이 너무 강렬해서 포기했다. 택시 기사님께 부탁해 바로 블루라인 타는 곳으로 갔다. 10시 30분 표를 예약했는데 조금 일찍 도착해서 앞쪽에 줄을 서게 되었다. 이 줄이 큰 의미는 없다. 긴 기차칸이 여러 개 있는데 줄을 서 있다가 기차가 도착하면 줄대로 쭉 기차 앞으로 간다. 들어가다가 기차문 앞에 멈추는 우연을 만나지 않으면 아무리 앞쪽에 서 있어도 열차칸의 앞쪽 자리는 놓칠 가능성도 있고, 사람이 많다면 서서 가야 될 수도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일찍 대기하면 좋은 점은 바깥에 줄을 서지 않고 내부 대기실에 앉아 기다려도 되는 점이다.


  드디어 기차가 도착하고 아슬하게 앞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해변을 따라가는 열차라 좌석은 당연히 세로로 배열되어 있다. 작년 봄에 와서 앞자리에 앉았을 때는 경치 구경에 신이 났으나 폭염에 앞자리는 햇살을 받고 가는 편이라 썩 좋다는 느낌은 못 받았다. 그래도 아들은 앞자리에 앉아서 좋은 모양이었다.


 종착역은 송정해수욕장이다. 여지없이 볕은 강하다. 강해도 너무 강해서 눈을 뜨기가 힘들고 왜 여기 와서 이 고생인가 하는 마음이 절로 들게 한다. 내가 짜증 내고 덥다고 티 내면 아들은 한 수 더 떠 힘들어할 것이므로 꾹 참아본다.

송정해수욕장. 해변열차에서 바라보는 풍경. 블루 라인 파크(해변열차 타는 곳)


2. 용궁사

 송정해수욕장과 용궁사는 근거리에 있다.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들어가는 길은 막히지 않았으나 반대편 나오는 길은 차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돌아갈 때 택시비가 훨씬 더 나오겠구나 걱정을 살짝 했다. 택시에서 내려 아들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바로 슬러쉬를 사 먹였다. 폭염에 슬러시는 슬러시가 아니라 물이었다. 그래도 물 같은 슬러쉬 덕분에 햇볕에 걷는 것도 불평이 덜한 아들이었다. 여름엔 수분 보충을 수시로 하는 걸로.


  겨울에 용궁사에 온 적이 있었다. 바닷가에 위치한 절은 본 적이 없었기에 바닷가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용궁사의 경치는 다시 꼭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가족을 꼭 데리고 와서 보여주고 싶었다. 더운 날씨는 그때의 장관과 다른 느낌을 주었다. 날씨가 경치를 압도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아들은 다행히 불만 없이 경치 여기저기를 사진으로 남겼다.

  불전함에 시주를 하며 아들이 편안한 성인이 되길 빌었다. 작은 아들도 무사히 사춘기를 넘기기를 기원했다. 소원초에 소원을 적고 소원종이에도 우리 가족이 화목하길 비는 마음을 썼다. 작은 아들은 관심도 없는데 큰아들은 사진을 열심히 찍었다. 아들의 사진은 엄마의 마음을 남기는 기록이 되길 바란다.

  다시 송정해수욕장으로 왔다. 서핑을 하는 청년들이 많았다. 우리 아들도 크면 활발하게 서핑도 배우고 하고 싶은 것을 찾아서 역동적으로 살아보길 바라보았다.

  송정해수욕장 앞 장어집에 들어가서 점심을 시켜 먹었다. 대자가 7만 원이었는데 양은 턱도 없이 모자랐고 양념도 영 시원찮았다. 아들이 먹고 싶어 했는데 식당을 잘못 골랐다. 송정해수욕장 앞 장어집에는 들어가지 않는 것을 추천.


  기차를 타고 다시 해운대 해수욕장을 왔다. 드디어 아들은 택시에서 내려 한 2미터 걷고 난 후에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순간적으로 나도 이성을 잃고 남편도 이성을 잃고 해운대에서 큰 싸움이 벌어질 뻔했다. 얼른 진정하고 더운 날씨 때문이니 아들들을 커피숍으로 데리고 갔다. 열기를 식히고 기차표를 당겨서 집에 빨리 가자고 했지만 이번에도 아들은 끝까지 일정대로 하자고 했다. 다행이었다. 더위를 못 견디고 땀범벅으로 비 맞은 것 같은 얼굴을 한 아들이 이 정도로 견디고 있다는 건, 정말 고도의 인내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엄마인 나는 덥다는 말도, 힘들다는 말도 하지 않고 일정을 마무리하고자 마음먹었다.


 이렇게 더울 것을 예상 못하고 기차표를 오후 6시로 예약했기에 남편은 예정에 없는 일정을 찾았다. 부산 근현대사 박물관에 방문했다가 역에 가기로 했다. 해운대에서 근현대사 박물관까지는 꽤 먼 거리라 택시비가 2만 원 넘게 나왔다. 처음에는 지하철을 타고 갈까 하다가 돈 아끼자고 큰아들을 짜증 나게 해서 여행을 망치고 싶진 않아서 택시를 탔다. 내비를 찍었음에도 기사 아저씨가 길을 헷갈려해서 살짝 고생을 했다.

 

3. 부산 근현대 역사관

 근현대사 역사관 도착. 그런데 도서관이다.

 진짜 근현대사 역사관은 12월 개관을 앞두고 정비 중이었고, 근현대사 역사관 별관에 들어가 볼 수 있었다. 별관 건물은 예전 동양척식주식회사 부산 지점 건물이라고 한다. 1949년에는 부산미국 문화원이 되었고 2003년 부산근대역사관, 2023년 부산근현대역사관으로 바뀌었다. 부산 시민들이 미문화원 건물 반환 운동을 추진하였고 1999년 미국정부로부터 건물의 관리권을 반환받았다고 한다. 부산 시민들의 노력이 깃든 곳이라 더욱 흥미로웠다. 책이 많아서 남편은 신나 했고 기차 시간까지 여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4. 집 도착

  역에 도착하니 10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내일 아침도 걱정이 돼서 파리바게뜨에 들렀다. 계산을 하려고 할인권, 해피포인트 적립 등을 하려고 하니 모두 안된다고 했다. 그리고 더 황당한 건 빵값이 비싸다. 롤케이크가 동네 파바보다 40퍼센트나 더 비쌌다. 그걸 알고 남편과 나는 대화를 주고받으면서도 결국 계산을 했다. 왜 사람이 실수를 알면서도 이상하게 실수를 행동으로 옮길 때가 있지 않은가. 안 산다고 주인 분들이 뭐라 할 입장도 아닌데 빵은 덜컥 사버렸다. 마감을 앞두고 있는 입장은 충분히 이해하나 남자 사장님은 내가 서 있는 곳마다 막대걸레를 들고 바닥을 닦는데 빵을 고르다가 비켜주기를 몇 번을 했는지 모른다. 비싼 가격과 불친절한 태도. 잘못 삐끗하면 여행의 마무리를 불평으로 망칠 수도 있기에 그냥 넘겨버렸다. 빵 몇 개 넣었는데 4만 원이 넘어가 버리는 가격. 롤케이크뿐만 아니라 다른 빵도 아마 다 비싼 모양이다. 역내 파바에서는 절대 빵을 사지 않으시기를 추천.



  1박 2일 여행인데 경비가 꽤 든 것 같다. 남편은 지출에 대해서 고민하는 눈치였다. 여행을 가면 일정계획은 안 하지만 매일 일정 속의 지출을 엑셀에 꼼꼼히 기록하던 나였다. 이번 여행은 지출 기록을 하지 않기로 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아들의 마음을 얻은 이번 부산여행을 생각하면서, 돈을 맞추고 계산을 하는 그 순간 왠지 여행의 가치가 뚝 떨어질 것 같아서이다. 아들이 가족 속으로 한 발짝 고개를 빼꼼 내밀게 만들어준 이번 여행은 돈으로 결코 살 수 없는 경험이기에, 무사히 여행을 마친 것만으로 가족 모두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부산 뉴스에서는 엑스포 주최 관련 내용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엑스포 주최가 꼭 가능하길 바란다. 우리 가족에게 서로를 바라보는 시각에 전환점을 마련해 준 부산. 사랑합니대이~~



  여행을 기록하고 정리하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여행은 7월 29일 날 끝났는데 2편까지 쓰고 이틀째 일정을 마무리짓지 못해서 계속 찝찝한 마음이었습니다. 2편까지도 사실 어떤 다른 글보다도 힘이 들었습니다. 도저히 못 쓰겠다고 놓아버리려고 생각하고 있다가 이번 주를 넘기면 정말 미완으로 끝날 거 같아서 노트북을 열었더니 마무리는 되었습니다. 경비 내역은 정리하지 않더라도 가족과의 이번 여행 기록은 꼭 남겨야겠다고 생각해서 꾸역꾸역 3편을 억지로 썼네요. 글을 다시 돌아볼 마음의 여유는 없습니다. 뭔가 앞뒤가 안 맞는 내용도 많을 것이고 매끄럽지 못한 문장도 많을 거 같습니다. 하지만 다시 읽을 힘이 안 나네요.

  여행 관련 블로그를 쓰시는 분들도 존경스럽습니다. 앞으로 여행 관련 책도 허투루 읽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글자에 체해서 울렁거립니다. 과연 노트북을 다시 열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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