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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향기 Aug 11. 2023

나보다 낫다. 둘째 너~

유리멘털 엄마, 강철멘털 둘째

"YS, 엄마 브런치에서 글 신나게 썼잖아. 오늘 유튜브처럼 크리에이터라는 걸 선정하는 날이었어. 엄마 떨어졌어.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아."

"그렇구나. 엄마. 그런데 엄마 거기 무슨 기준이 있을 거 아니야?"

"응. 물론 있지."

"그럼, 뭐. 엄마가 기준에 해당이 안 된 거네."

할 말 잃었다.



  큰 아드님의 폰이 몰입의 방으로 들어갔다. 기분이 날아갈 것 같다. 큰 키를 반으로 접고 게임하는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된다. 하루일지라도. 방학 중 최고로 기쁜 날이다.

  현질이 너무나도 하고 싶었던 아드님. 사랑하는 엄마한테 맨날 조건충이라고 뭐라 하던 게 불과 몇 년 전이었는지 잊어버렸나 보다. 요즘은 본인이 조건충이 되었다.

 "엄마, 현질 0만 원만."

 "안돼."

  요즘은 좀 단호해졌다. 브런치 글 쓰면서 아들의 말에 끄덕 않는 버릇이 생겼다. 마음을 단단히 다지는 습관이 생겨났다.

  "엄마, 그럼 어떻게 하면 돼?"

  "조건충 되기 싫다."

  "아니, 엄마. 한 번만."

  조건충도 되기 싫고 현질도 더 이상 해주기 싫어서, 집요한 아들 앞에서 절대 못 지킬 거라 생각되는 조건을 내밀었다.

  "몰입의 방에 폰 24시간 넣어둬. 그리고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읽자."

  예상이 빗나갔다. 현질의 간절함이 내 예상을 뒤엎었다. 좀 더 높은 조건을 걸 것을. 뒤늦은 후회. 48시간이라고 할걸.

  "할게."

  "지금 음식쓰레기도 버리고 오고, 설거지도 해."

  "응."

  큰아들이 음식쓰레기를 버리고 왔다.


   "아, 엄마, 더러워."

  혼란한 틈을 타 옆에서 동생이 말을 건다. 엄마가 정신없으면 자기 말을 들어주는 것을 아는 영리한 둘째 아들 녀석 같으니라고.

  "엄마, 30분만 줘."

  둘째는 휴대폰 제어프로그램 모**펜스라는 것이 폰에 깔려 있어서 사용 시간을 제한당하고 있다.

  갑자기 큰 아들이 책상 위에 쌓인 책들을 보고 말한다.

  정말 정신없다. 꼭 학교에 있는 느낌이다. 동시 다발로 말 거는 아이들.

  "엄마, 이딴 책 왜 샀어. 이걸 다 산 거야? 돈 아깝게"

  "읽으려고 샀지. 도서관서 빌린 것도 있고."

  "엄마, 빨리 반격해. 빨리. 현질 왜 하냐고. 빨리."

  영리한 둘째 너. 엄마는 임기응변이 약해서 그런 말이 떠오르지도 않고 정신이 없으면 머리가 텅 비어버린단다. 니들 둘 틈에서 정신없고 혼란스럽다. 그 순간 너는 어찌 그런 말이 떠오르니?


 나보다 낫다. 둘째 너.
엄마도 너처럼 강철 멘털이 되어서 아이언맨처럼 형에게 반격하고 싶다.

  애 먹이는 두 아들이지만 남편도 출장 가고 없는 요즘 두 아들이 없다면 허전할 겁니다.

  밥도 제대로 안 챙겨 먹고 빈둥거리고 있겠지요. 말 걸어줄 사람 하나 없어서 책 읽다가, 브런치 글 쓰다가, 티브이나 보며 하루 마무리할 겁니다. 자식이 있어서 감사합니다.

  큰아들은 저랑 협상을 하면서 본인도 이 상황이 웃기는지 중간중간 멋쩍은 웃음을 날립니다. 그렇게나 애를 먹였고, 먹이고 있는 아들인데, 내 자식이라고 웃는 모습이 또 귀여워 보이네요.

  "너 오늘 웃는 모습 봐서 엄마가 기분이 좋다.~"


(표지 사진은 부산 근현대역사관 별관 2층입니다. 책 읽기에 좋은 공간입니다. 부산 가면 꼭 한 번 가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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