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돌본다는 의미인가?
돌봄도 모자라 늘봄.
나도 맞벌이라 아이를 유치원에 찾으러 가면 늦을 때는 6시 정도인 경우도 있었지만, 아이는 그 긴 시간 그 답답한 공간에서 단체 생활을 하느라 지칠 대로 지쳐 있었고 엄마 품을 늘 그리워했다. 그래서 집에 오면 일찍 잠을 이루지 못하고 엄마 곁에 붙어있기 급급했었다. 모든 아이들은 그렇다. 내 집이 편하고 내 부모가 그립다.
그런 아이들에게 늘봄 학교라.
급식 먹고 1,2시간 더 공부하는 것도 힘겨울 아이들을 부모 품에 안겨줄 수 있는 정책은 만들지 않고 그저 학교에 붙들어 놓아서 부모들 힘을 덜어주겠다는 발상이 진정 부모와 아이들을 위한 것인가? 박근혜 정부 때도 똑같은 건을 내놓았지만 무산되었던 일을 왜 교육부 장관은 지금 밀어붙이는 것인가?
거기다 늘봄 강사 수당 7만 원. 현재 기억상 20년째 동결인 초등학교 부장 교사들 한 달 수당이 7만 원이다. 모두가 기피하는 부장 업무. 담임 수당은 한 달 13만 원이다. 우리 학교의 경우 30명 아이들을 20일 이상 돌보는데 주어지는 한 달 수당이 13만 원인데 늘봄 강사 수당은 시간당 7만 원이란다.
대체 늘봄 강사들은 무슨 하버드 출신이라도 데려오는 건가?
현직 교사들 사이에서는 자조적 한탄으로 퇴직하고 늘봄 강사 하는 게 지금보다 낫겠다고 한다.
그 많은 예산은 어디서 확보되는 것인가?
우리 학교 같은 과밀학교의 경우 교실이 부족해서 돌봄도 일반 교실에서 이루어져서 그 학급 담임은 온종일 아이들의 소음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늘봄이 필요하다면 지역 여건 학교 사정 등을 고려한 면밀한 정책이 이루어져야 되지 무조건 밀어붙이면 다인가?
물론 늘봄을 찬성하는 부모들도 있을 것이다. 꼭 필요한 부모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체계적인 지역 아동센터를 만들어서 좀 더 세밀화된 과정을 운영하든지 다른 대안을 찾으면 된다.
교실도 모자라는 학교, 인력도 부족한 학교에 왜 모든 것을 떠맡기는 것인가?
이 나라는 학교가 거대한 일자리 창출 장소이다. 이게 교육하는 기관의 본질이 맞는 것인가?
예산, 선생님들의 업무 부담 이런 거 다 떠나서, 아이들이 정말 불쌍하다. 어떻게든 부모들이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여러 사업체들의 여건이 개선될 수 있는 정책을 입안하는 게 맞지. 부모가 편히 일할 수 있도록 아이들은 학교에 밤까지 맡기는 제도가 과연 저출산 국가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을 제대로 키우겠다는 정책이 맞는 건지 의심스럽다. 잊혀진 단어. 탁아소란 말이 생각난다. 탁아소에서 부모 얼굴 종일 못 보고 밤에 자기 전 잠깐 보는 아이들. 애처롭다.
비교적 일찍 퇴근하는 직장을 둔 나조차도 남편 없이 혼자 아이를 건사하며, 늦은 시간 아이를 귀가시켰더니, 아이에게 얼마나 많은 문제가 생겼는데, 왜 저 위에 계신 분들은 아무도 모르는 것인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이 과연 아이들을 위한 정책인 것인지?
거기다 공교육 멈춤의 날조차도 중징계, 파면, 해임 운운하며 교사들의 손발을 묶어버렸다.
교사들이 지금 본인의 안위를 위해서 이 더운 여름 땡볕에 매 주말마다 모이는 것으로 보이는가?
교사들은 원한다. 교육이 정상화되기를. 교권과 학생 인권이 상충되지 않고 함께 조화를 이루기를. 학부모와 소통하는 학교 분위기가 되기를.
부모들이 사랑이란 미명하에 훈육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교사라도 훈육할 수 있기를.
앞으로 과연 무슨 변화가 있을 것인가? 눈앞이 캄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