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은 다음 주 화요일인데 오늘부터 이것저것 준비 위해서 출근이다. 역시 학교는 오면 안 된다. 일단 교실로 들어서는 순간 일거리가 잔뜩이다. 그냥 까먹고 사는 게 최고인데 교실에 왔으니 눈에 보이는 일을 안 할 수가 없다.
정시 출근해 오전에 잡다한 이것저것들을 처리하고 교과서를 옮기러 갔다. 있는 힘을 다해야 된다. 교과서 뭉치를 일층에서 들고 2층 계단으로 옮긴다. 복잡한 학교 구조상 한 번에 엘리베이터로 옮길 수가 없다.
국어가, 국어나, 수학, 수학 익힘, 가을, 겨울. 6종 각 31권.
팔뚝에 힘이 들어간다. 1층에서 2층으로 186권을 옮기는 그 순간 이미 땀으로 샤워를 다했다. 시원한 교실에 있을 때 날씨가 더운 줄 몰랐건만 오늘도 덥다. 더워.
그다음 끌차를 들고 이제 교실로 향해야 된다. 경사가 진 곳은 끌차도 잘 끌리지도 않는다. 힘껏 당긴다.
학교 끌차는 손잡이가 노끈이어서 손마디가 다 쓸려버렸다.
어깨도 뭉친다. 그나마 교과목이 적어서 다행.
교실에 와서도 또 잔뜩 웅크리고 교실로 서너 차례 옮겨 놓는다.
이런 일은 용역을 써서 좀 해주면 좋겠다. 학교의 그 많은 예산은 절대 선생님들 위해 쓸 일은 없는 듯하다.
오늘은 글 쓰지 말아야지 했는데 너무 지쳐서 땀 말리며 일기를 쓴다... 아 힘들다. 집에 가고 싶다. 하지만 일해야 된다. 오지 말았어야 돼. 개학 전날 왔어야 돼. 그래도 이렇게 이것저것 챙기고 나면 개학날 아이들 편안한 마음으로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내일도 또 출근해야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