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건강해야 마음도 건강하지.
비염이 괴롭히기 시작한다.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다. 숙면을 못 취하니 깨기도 힘들다. 6시면 기상했는데 7시에 겨우 일어난다. 아이들 밥 챙기고 나 챙기고 바쁘다. 아침에 머리 손질이 안되거나 옷을 제대로 못 입으면 기분이 덩달아 안 좋은데, 나를 챙길 시간적 여유가 없다.
아침에 깨면 연속적인 재채기, 왔다 갔다 하다 보면 주르륵 흐르는 콧물.
오늘은 아침부터 많이 쌀쌀한가 보다. 창문을 열지 않아도 재채기와 콧물로 날씨를 느낀다. 오늘은 겉옷을 꼭 챙겨 입어야겠구나.
누적된 피로와 비염으로 제대로 자지 못하니 신경이 곤두선다. 눈도 따갑고 머리도 띵하다. 거기서 끝나면 좋으련만 기분이 안 좋아진다. 어김없이 화살이 남편에게로 날아간다. 너무나 잘 안다. 남편도 회사 버스 타고 이른 새벽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니 피곤할 것이란 걸. 그런데도 남편에게 투정을 부린다. 퇴근하면 집안일 좀 해주면 안 되냐고. 남편은 저탄고지 식생활 중이라 식사도 알아서 챙겨 먹는데, 그것에 감사할 만도 하건만 불평이 오른다.
퇴근하니 쌓인 설거지. 할 일은 안 하면서 밥 달라는 소리만 하는 아들. 여기저기 널려 있는 물건들. 굴러다니는 머리카락. 비염엔 먼지도 안 좋으니 청소기로 밀고 바닥을 닦는다. 공기청정기는 청명한 파란색인데 재채기는 계속된다. 어떻게든 비염에서 해방되고 싶지만 해결이 잘 나지 않는다.
2013년부터 시작된 비염이다. 그전엔 비염이 뭔지도 모르고 살았다. 고향 마지막 학교의 교장선생님의 갑질을 못 견디고 휴직을 한 상태였다.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 상태에서 7살, 4살 아이 둘을 혼자 키우면서 먹는 것도 대충, 그냥 대충 살았다. 그런 생활로 면역력이 떨어진 건지 그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비염이 생겨버렸다.
분명 없던 질환이 생긴 거니 없앨 방법도 있을 거 같은데 쉽사리 되지 않는다.
어제의 싸움에 대해서 남편에게 아침에 사과를 했다. 시비를 먼저 건건 나이니 사과해야 맞고 안 살 것 아니니 마음 맞추어야 된다. 몸이 안 좋으니 그동안 글 쓰며 책 읽으며 마음 수양했던 것도 다 휘발되어 버리고 남은 게 없다. 학교에서도 아이들에게 고운 말이 나오지 않는다. 실컷 잘해왔는데 학년 마무리를 망칠 순 없다.
동료선생님이 추천해 주신 비염에 좋다는 건강기능식품을 챙겨 먹었다. 출근을 하며 비타민을 쟁여야 되나 고민도 한다. 양질의 음식을 먹어야 되는데 식단을 뭘로 할까 고민도 해 본다. 한 잔 마시던 커피도 끊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이들에게 1학기처럼, 처음 마음으로, 고운 말로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가르치고 타이를 것을 다짐한다.
건강해야 된다. 몸이 건강해야 마음도 챙길 수 있다. 그리고 내 건강은 내가 챙겨야 된다. 뭐든 의지를 하려는 마음이 강하면서도, 혼자 살았으면 결혼을 하지 않았더라면 꿈꾸는 내 모습에 피식 쓴웃음이 난다. 하긴 혼자 살았으면 혼자 잘 헤쳐나갈 수도 있었을 성격이기도 하다.
결혼을 택하든 택하지 않든 간에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는 사람이, 같이 살아도 독립적으로 삶을 잘 영위할 수 있다.
혼자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면 그래도 가족이 있는 것이 낫다. 혼자 있어도 같이 있어도 외롭지만 같이 사는 게 외로움은 분명 덜할 것이고, 아플 때 걱정해 줄 사람도 있어서 좋고, 기쁜 일을 같이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좋다.
같이 사는 것의 장점을 생각하며 자신과 주변을 잘 챙기다 보면, 같이 사는 삶도 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싶다.
분명 가정을 꾸리고 행복한 순간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몸이 안 좋으니 가정과 가족에 대한 회의가 몰려 온다. 일시적인 감정일 뿐이다.
몸이 안 좋아 마음까지 더 이상 허물어지지 않도록 건강을 챙겨야 된다. 인생은 그렇게 몸도 챙기고 마음도 챙기고 나도 챙기고 주변도 챙기고, 계속해서 챙기는 순간들의 연속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