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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향기 Oct 14. 2023

허락보다 용서

중학생 둘째 때문에 정신이 돌겠다.

이 염둥이가 오늘 대환장 파티다.

내일모레가 시험인데 공부를 너무 안 해서 붙들고 사회공부를 시킨다.

수업시간에 아무것도 듣지 않은 모양이다. 대체 아는 게 없다. 이 상태대로면 20점 30점이다.

"엄마 그냥 찍어도 20점은 나올 건데. 포기할게."


내 자식이 맞는 것인가? 좌절과 당황이 몰려온다.

붙들고 설명하는데 중간중간 딴소리다

아. 큰 녀석이랑 비슷하다. 이 염둥이에 대해 착각하고 살았다. 이렇게 부모는 속고 산다.

큰 아이와 다른 점은 웃는다는 것이다.

콩콩 팥팥이라는데(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대체 어디 콩이고 어디 팥인 건가?

원산지가 불분명하다.


설명  하나 듣고 딴소리. 문제 하나 듣고 딴소리.

갑자기 뜬금없는 한마디.

"엄마. 그거 알아? 허락보단 용서야."

"응? 뭔 말이야?"

"아니. 엄마 그것도 몰라? 하하하 "

얼굴엔 미소 한가득이다. 그래 웃는 얼굴에 침은 못 뱉는다.


"진짜 몰라? 와. 진짜 엄마. 하하하"


잉. 이게 뭐람. 시험문제 앞에서 백지처럼 하얘지는 느낌이다.


거실에 있는 남편을 크게 불러본다.

"여보, 허락보다 용서가 뭐야?"

"그걸 모르냐? 내가 만일 담배 펴도 되냐고 당신한테 물으면 허락해 주겠어? 담배 피우는 사고를 치고 용서를 구하는 게 낫지."

"아~~ "

멍하다. 애 사회 공부시키다 바보가 된 건가.

그래서 너희 남자 셋이 그렇게 사고를 쳐대는구나.

용서받을 행동 좀 그만하자고요.


남자 셋과 살아갈 날들이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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