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무 향기 Oct 30. 2023

시끄러운 교실 속 잡다한 생각

방과후 교실 소음 속에서 공문 한 건을 끝내고, 내 자식들 체험 보고서 후딱 완성하고(나는 가지도 않았는데 내가 쓴다. 씁쓸), 브런치를 열어 본다.


1. 두려움이 많은 첫째, 기대가 없는 둘째.

2박 3일 너무나 행복했다. 내가 봐도 오늘은 화장도 잘 먹고 축 처진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하지만 남편님은 그야말로 부처님의 고행길을 함께한 2박 3일이었다고 한다. 스마트폰, 말 그대로 스마트하게 모든 정보가 검색이 가능한 스마트폰은 아들들에겐 장난감이었을 뿐이었다. 아빠가 이동 경로를 찾고 맛집을 찾고 온갖 정보를 찾아 머리 아프게 헤매는 동안 아들들은 아빠에게 의지할 뿐 본인 스스로 뭔가를 할 마음이 전혀, 0.1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뭐, 그 정도까지였으면 그나마 괜찮은데 큰아들은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 직면하지 않은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이 떨어지다 보니 짜증과 화를 터트리는 순간이 꽤나 많았던 것이다. 들어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다.

공항검색대에 오류가 있는지 삑 하고 소리를 내니 화. 아빠가 지하철 노선을 찾는데 목이 마르니 짜증 등등.


거기다 둘째는 일본까지 가서 사진을 한 장도 찍어오지 않았다.

이게 알파세대의 모습일리는 없고, 둘째 아들은 말한다.

"엄마, 난 사실 여행이 별로 안 가고 싶어. 크게 흥미도 없고 평생 여행 안 가도 상관없는 걸."


여행의 경험이 풍족하지 않은 우리들과 너무 다르다. 너무 어릴 때부터 여기저기 데리고 다닌 탓에 결핍도 없고 갈망도 사라진 아이들이다. 우리 애들만 그런가 싶어 동료선생님들께 물어보니 어릴 때 해외를 한 번 데리고 간 선생님 집 아이들은 여행에 대한 갈망이 크고, 뻔질나게 데리고 다닌 선생님 아이들은 우리 아이들과 비슷하다.


자녀 교육을 잘 시키려면 때론 결핍도 필요하다.


(알파세대- 어려서부터 기술적 진보를 경험하며 자라나는 세대로, 2010년 이후에 태어난 이들을 지칭한다. 이 세대는 기계와의 일방적 소통에 익숙해 사회성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2. 벌써 11월.

내일이면 10월의 마지막 날이다. 한 해 한 해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 작년에 원하는 학교로 전근이 가능할까 고민에 휩싸였던 기억이 난다. 그게 벌써 일 년 전이라니.

달력이 2장 남았고, 아이들과 공부할 날이 두 달밖에 안 남았다. 늘 새해 계획을 세우곤 했는데 올해는 계획도 하고 싶은 일도 없었다. 계획이 있어도 실현할까 말까인데 계획마저 없었으니 그냥저냥 되는대로 살았다. 

이 맘 때쯤이면 항상 서점에 가서 작은 수첩을 사는데, 남은 두 달과 내년 계획을 좀 생각해야겠다. 특히 재정적으로 내년에 타격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므로.(정말 속상한 일이다. 열심히 일했는데 한 방에 엄청난 돈이 날아갈 예정이다. ㅠㅠ 잘못된 투자로.) 긴축 재정을 해야 된다.


3. 두 달 동안 급식과 헤어졌으나.

감량은 미미하다. 다행히 증량은 되지 않았다. 인간 심리가 그렇지. 덜 먹으니까 빠지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에 걷기 등 운동을 게을리했다. 갱년기 시기에 살 안 찌면 그나마 다행인데, 안 움직이니 감량이 될 리가 있나.

작가님들에게 다이어트 성공기를 못 들려드려 속이 상한다. 

11월부터는 급식을 먹으며 다이어트 방법을 찾아보려고 한다. 심기일전해야지, 별 수 있나.


4. 오늘부터 열심히 밥, 일, 밥, 청소 무한 반복.

청소는 그다지 힘들지 않다. 밥, 밥이 문제다. 요리에 흥미도 없고 미식가도 아니어서 아무 거나 먹으면 되는 스타일이니 요리 실력은 늘지 않는다. 이제 당장 저녁부터 밥의 굴레에 다시 빠져들어야 된다. 밥, 청소, 일 무한 반복의 시작.

돈 아끼고 아껴서 삼부자 분기별로 여행 보내야겠다. 그 에너지로 분기를 버텨나갈 수 있도록.


5. 방과후 선생님의 청명한 목소리.

목소리가 너무 청명하시다. 노래도 잘하실 거 같다. 아이들은 좋겠다. 나는 힘들다. 이 교실에서 뭔가를 집중해서 하기는 힘든 일이다.

5일 중 2일이 이렇게 허무하게 지나가서 안타깝다.


6. 모든 작가님들께.

날씨가 쌀쌀해집니다. 건강하십시오. 이런 잡다한 상념들의 나열을 끈기 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직장 계시는 모든 작가님들은 저랑 같은 마음이지요? 지금 퇴근하고 싶습니다. 

일 적게 하고 돈 많이 주는 직장 다니고 싶습니다. 아니면 남편이 좀 많이 벌어주면 좋겠습니다.(도둑심보)


열심히 오늘 하루 일하시고 마무리 잘하십시오. 항상 함께 해 주셔서 힘이 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