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 아무도 없는데도 일찍 깨고 청소하고 피곤했나 보다. 오늘은 7시가 다 되어서 겨우 눈을 떴다. 아들 식사만 아니면 더 잤을지도 모른다. 학교가 가까워서 너무 감사하다. 이제 3년만 누릴 수 있는 혜택. 저 멀리 타시군으로 빠지지 않도록 점수 열심히 모을 생각 하면 막막하기만 하다. 대구로 돌아가고 싶다.
2박 3일의 기운이 아직도 남아 있다. 남편에게 감사하고 스스로에게 고맙다. 남편은 아들의 그 수많은 분노와 화를 받아주느라 힘들었음에도 한 달에 한 번 여행 가고 싶다고 한다.
"그려. 가셔. 안 말려."
아들은 일시적일 게 뻔하지만 농담도 좀 하고 말투가 달라졌다.
우리 가족 모두에게 단기적일지라도 좋은 기운을 안겨준 일본이다. 가보지도 않았고 때론 미운 감정이 많이 드는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나라 일본이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늦게 깼지만 기분 좋게 아침을 시작했다.
밤사이 구독자가 200명이 되었다.(라라크루 글쓰기에 참여한 덕도 크다.) 내가 글을 잘 쓴다는 증거는 절대 아니지만 숫자가 주는 기쁨을 억지로 숨기고 싶지는 않다. 글 개수 대비 효율 엄청 떨어지지만 뭐 어떤가? 느릿느릿 목표를 달성하는 사람도 있고, 죽도록 애써서 목표를 달성하는 사람도 있고, 타고난 재능으로 설렁해도 목표를 달성하는 사람도 있고, 어차피 인간사가 엄청나게 다양한 걸.
2박 3일 자유부인이다 글이 오랜만에 조회수를 올려줬다. 조회수 이게 뭐라고. 정말 내 인생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것도 아닌데 사람 마음 들었다 놓았다 한다. 이런 것들에도 좀 평점심을 가지고 그렇구나라고 볼 수 있어야 수양이 된 것이리라.
학교를 걸어오며 생각했다. 지금 나에게 주어지는 이 여유로운 1년이 달력 두 장만 떼면 끝난다. 내년엔 부장을 할 것이고 숨차게 바쁠 것이다. 브런치에 글 쓸 시간도 별로 없을 거 같다. 여유로운 지금 남은 달력 두 장이 더러워지도록 열심히 하고 싶은 일들 채워놓고 달성해야겠다.
부장. 다시 하려고 생각하니 막막하다. 일단 2,3일에 한 번씩 하는 회의들이 너무 부담스럽다. 그리고 의사결정을 해야 되고, 학년의 일들을 스케쥴러에 빡빡히 쓰고 먼저 챙겨야 된다.
잘할 수 있을까? 난 참 안 좋은 생각의 습성이 있다. 남들이 부장을 하는 걸 보면 참 대단해 보인다. 다들 능력자로 보인다. 대범해 보이고 일을 척척해 나가는 모습이 대단해 보인다. 그런데 내가 부장을 하면 이렇게 생각하고 말한다.
"부장이 별 건가? 아무나 맡기면 다해. 교대 나온 사람들이 못할 일이 뭐 있어. 맡기면 다하는 거라고."
왜 남이 하면 대단하고 내가 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로 둔갑하는 건지?
남이 한다고 대단할 것도 없고, 내가 한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일도 아닌 거다. 그저 각자 주어진 역할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일 뿐이다.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이은하의 이별의 끝은 어디인가요가 계속 맴돈다.
<나보다 더 나를 사랑했던 그대가~~>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하는 게 좋은 건가? 나는 내가 젤 사랑해 줘야 된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오늘 하루다.
2박 3일의 기운이 오래갔으면 좋겠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내 마음을 바꾸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