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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향기 Aug 12. 2024

글이라도 써야지

7월부터 야근과 토요일 근무까지 해서 늦잠이라고는 자 본 적이 없다. 8월 10일 대회를 끝내고 어제도 조카가 있어서 일찍 깨서 밥을 했다. 오늘은 새벽 4시에 겨우 잠이 들어서 8시에 일어났는데 밥을 늦게 줬다고 아들이 난리다.

누군가가 그랬다. 대회 준비로 바쁜 게 아들과 충돌도 줄이고 오히려 낫지 않냐고. 사실이었다. 바빠서 밤늦게 들어오고 토요일도 나가서 오후 늦게 들어오니, 얼굴 맞댈 일이 줄어들어서 가벼운 충돌뿐이었는데, 어제 조카가 집으로 떠난 이후로 아들은 끊임없이 시비를 건다.

내 아들이 잘못해서 일어난 일들이지만 그동안 일어난 일들을 부모 된 마음에 다시 겪게 하고 싶진 않아 입을 다물고 참고 있다. 되도록 말을 줄이고 충돌을 안 하려고. 훈계도 먹히는 아이도 아니고 논리도 먹히는 아이도 아니다. 대회로 진을 뺀 이후라서 인지 화낼 힘도 안 나고, 불교대학이다 경전반이다 마음 수행을 위해서 나름 노력해서인지 화도 안 난다. 

다만 슬프다.

잘못된 방향으로 사고를 고착화시키고 있고, 저 아까운 청춘 시절을 쓸모없는 일로 소모하고 있고, 뇌를 끄집어 내 볼 수 있다면 아마 녹이 슬고 때가 꼬장 하게 끼었을 정도로 생각을 안 하고 사는 아들의 모습이 슬프다.

법륜스님은 전생의 죄는 없다. 그저 내가 한 일에 따른 인연과보를 받는 것일 뿐이라고 말씀하시는데, 그저 일 열심히 하고 살았을 뿐인데 인연과보가 너무 크다. 어쩔 수 없이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나 싶다.

작은 아들한테도 시비를 건다. 가만있으라고 옆에서 말하지만 그것도 문제다.

왜 00이 편만 드냐고 한다.

작은 아들에게 말한다.

"제발 공부 열심히 해서 기숙학교를 가든지 대학 가서 여기를 뜨든지 해. 너 형이랑 같이 있음 큰일 나."

"엄마, 나라도 없으면 어쩌려고? 엄마는 형이랑 같이 살 수 있어?"

"같이 살아야지 어떡해."

"크면 쫓아내."

"쫓아낸다고 쫓겨날 아이도 아니고, 00아 부모 마음이 그런 거란다. 내가 낳아 기른 자식이니 어쩌겠어. 독립 못하면 엄마가 같이 사는 수밖에..."


해결할 수 없어서 답답하다. 더 이상 아무 말도 먹히질 않는다. 물에 기름을 띄워서 아무리 섞으려 해도 분리되는 것 마냥 아들은 내 말과 아빠 말 모든 사람들의 말을 튕겨내기 바쁘다.


이런저런 말들을 한 귀로 흘리기엔 아직 내 마음은 수양이 더 필요한가 보다.

결국 눈물을 쏟는다.

글이라도 써야지.

그냥 브런치는 이제 내 일기장으로 사용하기로.


며칠 남지 않은 방학 늦잠 한 번 자보고 싶지만 늦잠은 잘 수 없겠다. 내 팔자는 그냥 개미처럼 죽도록 일만 하고 늦잠도 못 자고 그런 팔자인가 보다. 친정 살 때도 온 식구가 부지런해서 늦잠 한 번 자 본 적 없는데 평생을 그냥 이렇게 살아야 될 팔자인가 보다.

팔자 타령 하기 싫건만 팔자타령이라도 해야 위안이 될 거 같다.


주저리주저리 아무렇게나 글이라도 써야지, 대나무숲이라도 있으면 소리를 꽥 지르고 싶지만 빽빽한 도시 공간에 그런 장소도 없고, 이렇게 브런치에 글이라도 써야지. 글로 소리 한 번 질러야지.


'그래. 내가 이해할게. 내가 엄마니까. 네 시비가 언제 끝날지 기다릴게. 내가 엄마니까. 하지만 엄마도 힘들고 견디기가 힘들다. 넌 나를 일제강점기 순사가 조선인을 다루듯이 누르고 압박하네. 언제쯤이면 어릴 때 엄마 사랑해요, 엄마 아이러브유, 엄마 안녕히 주무세요. 하던 너로 돌아갈 수 있는 거니? 엄마도 힘들다.'

지질하게 눈물 짠다고 뭐라 하는 큰아들 때문에 작은 아들 앞에 가서 울었지만 엄마가 안 울어야 되는 것도 맞다. 흐물 하지 않고 의연하게 눅진하지 않고 바삭하게 받아들이고 말하는 엄마가 되어야 되는데.


아직 수행이 한참 멀었구나.

대회가 끝나고 어제 불경대학 졸업을 끝으로 다시 뭔가 산뜻하게 마무리하고 시작하고 싶었는데...

대전 식당에서 학교 카드로 결제한 내역에 문제가 생기고, 아들은 계속 시비 중이고... 힘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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