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모닝 108배 수행

by 나무 향기

정토불교대학 수업을 듣다 보니 유튜브 알고리즘에 미라클 모닝 108배 수행 모임 안내가 떴다. 5월에 한 번 2주간 108배 수행을 해 본 경험이 있어서 살짝 망설이다 바로 신청했다.

21일간 새벽 5시 기상으로 108배 수행에 참여하면 된다. 사이트에 접속해 1분 명상을 하고 간단한 수행문을 듣고 목탁소리에 맞추어 일정시간 동안 절을 한다. 그 시간 동안 108배를 하는지는 헤아려보지 못해서 모른다. 아픈 무릎과 과도한 체중, 부실한 체력으로 아마 108배까지는 못했을 거 같다. 너무 힘들어 연속으로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108배 수행은 내 마음의 수양에도 좋지만, 수행이 성공하면 1000원씩 적립해서 적립된 금액을 기부하도록 권장한다. 기부를 하든 안하든 수행자의 선택인데, 수행 후 기부라는 즐거움도 누리게 하는 측면에서 누가 기획했는지 참 좋은 의도라서 박수를 보내고 싶다.

108배를 처음 신청한 5월은 힘들고 괴로운 일들 투성이었다. 하다가 눈물 흘리는 경우가 허다했고 수행을 위한 것이라 무념무상의 상태로 하는 것이 좋은데 온갖 잡생각이 몰려오고, 때론 소원을 빌기도 했다.

끝나고 나면 등에 땀이 주르륵 흐른다. (몸무게를 재어보면 0.2킬로가 감량되어 있었다. 수분을 확 빼버려서일 것이다.) 짧은 시간 동안 이루어지는 절인데도 그 짧은 시간이 1시간 2시간 같이 느껴진다.

호기롭게 시작해서 반은 수행했지만 나머지 기간은 온전히 채우지 못했다.

짧은 시간 성공하지 못했는데 무슨 배짱으로 또 신청한 건지.

오늘 첫날이었다. 5시 알람과 동시에 단톡방에 기상했다는 문자가 계속 울려오지만 일어날 의지가 하나도 없었다. 10분 뒤에, 또 10분 뒤에 그러다가 6시가 되어버렸다. 일어나면 해야 되기에 오히려 더 늦게 일어나게 되었다.

"다들 성공 축하드립니다. 저는 오늘 너무 깨기 싫어서 버텼네요. 내일은 꼭 정해진 시간에 하고, 오늘 오후에라도 하도록 하겠습니다."

궁색한 변명.

강제성이 없긴 하지만 완수하지 못할 수습하지 못할 일들을 자꾸 벌리고 있다.

욕심 좀 버리자. 그리고 좀 느긋하게 편안하게 살자. 예전처럼 계획표 만들고 체크해 가며 스스로를 너무 쪼이지 말고.

티브이를 보면 70 넘어 영어를 시작하는 어르신들도 있고, 배움과 성취엔 늦은 나이가 없다고 하지만, 뭘 하겠다고 스스로를 쪼이며 주변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싶은 게 뜻대로 안 되면 자책하고 쌓이는 스트레스에 주변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표정을 보이게 될 수도 있으니까.

이제 마음도 몸도 좀 편해질 나이가 되었다. 대단한 성취를 이루어야 잘 사는 것도 아니란 걸 아는 나이가 되었으니 주어진 일상, 주어진 일들 하루하루 묵묵히 헤쳐나가기로. 그렇게 욕심을 비우고 마음을 내리는 것도 또 하나의 수행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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