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무 향기 Dec 03. 2023

<어떤 섬세함> 정식 출간본을 읽고

이석원 작가의 에세이 어떤 섬세함 정식 출간본을 받았다.

겉표지가 추가되었고 책의 쪽수도 늘었다. 사진이 중간중간 더 첨가되었다. 종이질도 더 좋아졌다. 여전히 붉은색 표지의 강렬함은 책에 대한 깊은 인상과 기대를 남긴다. 처음에는 빨간색이 이상했는데 볼수록 정이 가는 따뜻한 느낌이다.

지난 한 주 몸이 안 좋았다.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몸을 압박해 왔고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먹은 약이 체해서 월요일 온종일은 두통과 구토로 마무리지었다. 출장, 연말 할 일, 아들의 무기력, 정신과 방문, 상담소 방문 등등으로 지친 몸이 더 이상 짜낼 에너지가 없었는지 금, 토 하루 종일 잠으로 체력을 보충하는 수밖에 없었다. 

몸과 마음이 지치고 돌볼 힘이 없는 상태에서 이석원 작가의 에세이집을 다시 읽어보게 되었다. 

작가는 누구나 다 그렇다고 위로를 해 준다.

나 빼고 다른 사람들은 다 잘 사는 것 같아서. 

- 다양한 형태의 삶의 착시를 경험한다.

-우리는 그렇게 늘 서로가 서로를 부러워하며 사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이해의 위력

-왜냐하면 나도 그래봤으니까.

-타인에 대한 우리의 이해라는 게 그렇게나 얄팍한 것이기에 남을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인지도 모른다.

-누굴 이해한다는 건 우선 그 누구보다 나 자신을 위한 일이라는 것.

그리고 중년의 삶이 결코 나쁜 게 아니라는 걸,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내 현실이 다른 사람을 좀 더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기준을 제공해 준다는 걸 느끼게 해 준다.

런던이 내게 준 것

-왜 어른들이 모든 것에는 다 때가 있느니, 그러니까 젊어서 많은 것들을 경험해 보는 게 좋다느니 하는 말들을 했는지를.

아주 조심스럽지만 말할 수 있는 것

-당신에겐 지금 당신 눈에 보이는 세상만이 이 넓은 세계의 전부처럼 느껴지겠지만 결코 그렇지가 않다고, 그러니 조금만 견뎌보자고. 나는 겨우 아주 겨우 이 정도의 말을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그저 기대와 실망을 되풀이하며 어떻게든 버티고 살아가는 게 인생이라고 말한다면.

내 주변에 일어나는 나쁜 일들이 결코 나쁜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해 준다.

믿음

-불행인 듯싶었던 일이 누구도 예상 못한 행운으로 이어질 수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말이다. 

-때로는 근거 없지만 이런 확신에 가까운 믿음이 사람을 살게 해 주는 힘이 되어주기도 한다.

지칠 대로 지친 나에게 일상의 일들을 담담하게 서술하며 생각한 것들을 펼쳐 놓음으로써 살아갈 힘을 준다.

작은 마음

-무슨 마음으로 했건 어쨌든 한 건 한 거라는 친구의 말은 애초 내 관심사와 다른 방향의 말이긴 했지만 이상하게도 내게 묘한 위안을 주는 구석이 있었다.

사람은 그냥 나이가 드는 건 아닐 것이다. 세월과 함께 경험하는 것들 속에서 타인에 대한 시선도 달라지고 이해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공감의 폭도 넓어지게 된다. 절대 내게는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들을 겪으며 겸손해지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아픔을 보담 드어 가는 마음도 더욱 커지게 된다.

작가도 말한다

- 사람이 다른 사람에 대해 그 어떤 작은 이해 하나를 하는 데에도 이렇게나 긴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그것도 본인이 비슷한 처지가 되어야만 겨우 가능하다는 사실은 언제나 나를 긴장시킨다. 그래서 모쪼록 나의 글을이 또 내가 타인을 헤아리는 마음가짐이 좀 더 사려 깊어지기를 바랄 수밖엔 없게 된다. 

결국 이해라는 것을 하기에 섬세함이라는 덕목이 필요하다는 작가의 말에 깊이 공감하며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바라보며 느낀 감정을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게 풀어나가는 작가의 힘에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

안타깝게도 내 주변에는 나보다 나이가 많음에도 타인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분들은 삶의 부침이 크지 않은 사람일 것이다. 부침 없는 복된 삶에 축복을 보낼 수도 있겠으나, 사람이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것도 또 다른 형태의 복 받음이라 생각한다. 부디 삶의 부침이 없는 그런 사람들이 이런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타인을 이해하고 아낄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누군가의 섬세함과 따뜻한 마음이 함께 한 나무는 긴 겨울을 행복하게 날 것이다. 나무를 바라보는 사람들도 마음 따뜻해지는 경험을 할 것이며......


#이석원 작가 #에세이 #어떤 섬세함 #타인에 대한 시선 #나이 듦의 행복 #위즈덤하우스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도서 : 상처받은 관계에서 회복하고 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