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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향기 Dec 20. 2023

이기주 기자의 <기자 유감>을 읽고


언론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중립적인 입장을 취해야 하며, 최대한 객관적으로 취재를 하는 것이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태도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언론이, 언론 종사자들이 모두 저런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오죽하면 기레기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사실 인간 자체가 자기가 옳다는 아집을 버리기 힘들고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기가 어렵다는 걸 전제로 생각해 보면 언론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엄청난 사명과 소명의식을 가져야 될 것이다.

뉴스기사를 내보내는 기자들이 중립성과 객관성을 잃게 된다면 우리 사회는 다양성을 존중받기 어려운 사회가 될 것이고, 거짓된 정보가 기사화된다면 사회는 혼란스러워지고 공동체 구성원은 분열되고 사회는 다양한 갈등으로 조화를 이루기 어려운 곳이 된다.


작가는 한마디로 찍힌 기자다.

미움을 받고 있다. 물론 미워하는 상대는 이유를 들이대지만 그 이유가 객관적이지 못하고 비합리적인 측면이 많다. 바이든 날리면에서 시작된 기자에 대한 유감은 도어스테핑에서 슬리퍼를 신었다는 이유로, 대통령 뒤에다 대고 다소 높은 톤으로 질문을 던졌다는 이유로 예의 없는 사람이 된다. 본질과 어긋난 이유다. 마치 우리가 누군가가 미울 때 미워할 이유만 찾아내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작가는 대통령의 도어스테핑마저 중단시킨 장본인이 되어버린다. 작가의 말대로 장소와 격식에 맞는 차림은 중요한데 슬리퍼 공격으로 본질적인 문제를 어지럽히는 건 아니라고 본다. 작가가 살해 협박을 받고 부인까지 유산하는 아픔을 겪는 것을 보니 참으로 안타깝기도 했다.


작가는 말한다.

-거짓말하지 말고 진실을 고백하라고 외친 것이 전부인데 과분하게 포장된 면이 없지 않다. 주변 기자들의 부담을 산 것도 이런 과대 포장 탓일 것이다.-


작가는 기자이지만 기자들을 무조건 옹호하기보다는 기자들의 잘못된 행태가 가져오는 폐해에 대해서 여러 가지 언급한다. 기자 출신 정치인들의 기자 공격, 기자들끼리의 공격,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이 정부 친화적 기사만 쏟아내고 있는 듯 없는 듯 지냈을 때 공짜 세계 여행을 할 수 있다는 풍조, 가짜 뉴스를 비판하는 칼럼을 쓴 기자가 오히려 가짜 뉴스를 만들었다가 망신을 당한 사례 등 기자가 기자답지 못한 경우들이다. 이런 경우 피해를 보는 것은 누구인가?

물론 기사를 읽는 독자도 시청자도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정보를 받아들이는 능력을 키워야 되고 언론은 독립성과 자유가 보장된 상태에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야 올바른 사회이다. 그래야 민주주의가 바로 설 수 있다.

하지만 살기 벅찬 세상에 각종 신문기사들을 읽고 비판적인 생각을 하기에 앞서 사실이라고 그대로 받아들이기 쉬운 입장이 독자이고 시청자가 아닌가? 가짜 뉴스를 분별하거나 기사의 진정성이나 숨겨진 의도 등을 분별할 능력을 일반 대중이 다 갖추기를 바랄 수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진실을 전달하는 역할을 해야 될 기자의 중립성, 객관성, 신뢰성 등은 매우 중요하다. 자극적인 기사나 가짜 뉴스를 읽는 일반 국민들의 피로도와, 기사를 그대로 믿었을 때 가지게 되는 편향성을 극복하는 것이 온전히 국민의 몫이 되어야 된다면 언론이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는 기자의 진정한 역할에 대해서 주변 기자들의 행태를 통해 반성하고 올바른 기자가 되기 위해 갖추어야 될 최소한의 윤리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본인의 주관에 비추어 기자로서 본분을 다하기 위해 동분서주한 내용들과 관련된 사건들을 여러 가지 기술하고 있다.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많다.

목차를 보면 알고 싶은 사실도 읽고 싶은 이야기도 꽤 보인다.

제목이 기자유감인 이유도 기자로서 기자들에 대한 유감, 기자로서 현 정부에 대한 유감, 기자로서 책임 의식을 지니지 않는 기자들에 대한 유감, 기자로서 자기 기사에 대해 끝까지 책임지지 않는 기자들에 대한 유감을 서술하고 있다.

작가의 기자 정신을 참 높이 사고 싶고 직업적 책무와 소명의식, 여러 가지 협박과 비난에도 굳건하게 자기 의지를 굽히지 않는 모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만 정치적 편향성을 싫어하고(거대 정당 두 개가 서로 물고 뜯고 싸우는 모습이 크게 편하게 다가오지 않는 건 사실이다.) 정치현상에 대해 피로도가 높은 독자의 입장에서는 현 정부에 대한 비판만 늘어놓는 것 같아서 다소 불편함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작가가 기자 생활을 한지 꽤 된 만큼 기자 생활을 거쳐온 시절의 다른 정부들도 같은 시각으로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메디치 미디어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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