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스카를 제공해 줘도 공부를 안 해

by 나무 향기

둘째 남자 중학생의 시험 기간이 시작되었다.

무언가에 엄청 매진하는 아이도, 욕심이 많은 아이도, 절박함이 있는 아이도 아니다.

진짜 내면이 그런 아이인지 속내는 알 수 없으나 엄마로서 바라본 아이의 모습은 그러하다.

수업 시간에 멍 때리다가 놓치는 수업도 있고, 특히 사회 과목은 듣는 것 자체를 안 한다. 아직은 중 1이니 시험 대비해 주려고 같이 공부하다 보면 이 부분은 들었어라고 말해서 엄마를 쪼금은 안심시키는 아이다.


시험을 앞두고 월요일 온종일 자습시간이 주어졌다고 한다.

80년대 중학교 시절 기억은 희미하긴 한데 매월 시험을 쳤어도 그렇게 자습시간을 많이 주진 않았던 것 같건만 요즘은 시험 전 날 무조건 자습인가 보다. 그러고도 선생님들 수업 시수를 채울 수 있다니 신기하다.


학원 갔다가 스카(스터디카페)를 간다던 아들이 8시가 넘어 집에 왔다.

"스카 간다더니?"

"여기저기 찾아 헤맸는데 빈자리가 없었어."


'우리 애들 말고 다른 애들은 공부를 열심히 하긴 하는구나.'

'그렇게 시간 낭비하느니 집에 일찍 와서 밥 일찍 먹고 좀 하지.'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말을 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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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감기로 누워 있는 사이 컵라면비빔면을을 해 먹긴 했지만, 아침을 안 먹는 아이는 저녁을 두 끼 먹기에 엄마는 급하게 밥을 차린다.

밥 먹는 아들 옆에 있으면 기분이 좋다. 원체 잘 안 먹어서 마르디 마른 아이라 밥 먹는 걸 지켜보는 게 기쁨이다. 귀여운 손으로 젓가락질을 능숙하게 하며 나물 반찬과 김치를 야무지게 밥에 얹고 한 입 쑥 입으로 가져가는 모습을 보면 언제 이렇게 컸나 싶어서 마음이 뿌듯해진다.


"엄마 공부 못하는 애들 특징을 알았어."

"뭐?"

공부에 큰 관심이 없는 듯했는데 화두를 저렇게 꺼내는 걸 보면 마음 밑바닥엔 공부에 대한 불안이나 생각이 있긴 한가보다.


"애들이 자습시간에 공부를 안 해."

"그래 공부 못하는 아이들은 무엇보다도 수업 시간에 멍 때리지. 너도 멍 때리잖아. 그래서 지난번에도 사회 20점 받을 거라 했잖아."

"그렇긴 한데, 자습 시간에 나는 공부했는데 그 애들은 자습 시간에 자. 그래 놓고 오후에 스카 가자고 하더라고. 학교가 공짜 스카를 제공해 줘도 공부를 안 해. 왜 그러는 거야."

"수업 시간 잘 듣고 시간 줄 때 열심히 하는 애들이 공부 잘하는 건 당연한 거지."


"기술 가정 공부해야 안돼?"

"책 안 가지고 왔어."

"책을 안 가지고 오면 어떡해? 한 번이라도 보고 쳐야지."

"아유 걱정 마. 기가 샘이 쉽게 낸다고 했어. 공부 안 하고도 100점 받는 신공을 보여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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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남자 중학생, 자기가 얼마나 공부를 안 하는지 절대 모른다. 자기는 공부를 잘하는 줄, 아니 열심히 하는 줄 아는 걸까?

그저 80점만 넘으면 잘하는 거고 90점 넘으면 수재고 70점 맞아도 됐다 수준이다.

넌 공부하는 애니? 안 하는 애니?

아들이 스스로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생각하는 당당한 태도 앞에 할 말을 잃는다.


그래 모든 건 상대적이니 너의 마음도 이해한다. 공부 시간에 멍 때리던 네가 지난 토, 일 엄마한테 붙들려서 문제집 풀고 공부 좀 했으니 엄청 공부한 것 같겠지? 그래서 공부 많이 한 것 같고 뿌듯한 너의 자존심을 북돋워줘야 엄마겠지?


시험 끝나고 기가 점수를 톡으로 알려주는데 아뿔싸.

희생 없는 대가가 어디 있고, 노력하지 않은 좋은 결과가 있을 리 없고, 쭉정이 씨앗 뿌려 양질의 열매를 수확할리 없고, 먹은 게 없는 데 나올 것도 없는 게 당연한 이치지.

공부 안 하고 100점 받는다더니 공부 안 한 딱 그대로의 점수를 받았다. 기가 막힌다.

엄마는 네 점수 앞에서 울그락 불그락 할 말을 잃었다.


남자중학생의 근거 없는 자신감과 허풍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남자중학생 너. 농담 따먹기만 하지 말고 언제 정신 좀 차릴래?


사진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