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가 차오르기 시작한다. 대한민국 국민 거의 모두가 스트레스를 안고 살겠지만 슬기롭게 잘 헤쳐나가는 사람은 분명 있을 것이고, 방향을 전환해서 스트레스를 잘 완화시키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50이면 지천명이라는데 하늘의 뜻은커녕 아직 내 마음도 하나 제대로 모르고 산다.
내 마음을 모르니 늘 우왕좌왕하고 갈팡질팡한다. 불교대학을 한 이유도 법륜스님의 행복학교 이후 내 마음 알아차리기의 중요성을 알아서 도움을 받고 싶은 마음이 커서였는데 아직도 내 마음 알기는 잘 되지 않는 부분이다.
다만 바뀐 것이라면 요즘은 스트레스가 오르면 내 마음이 왜 이럴까? 왜 이렇게 화가 날까? 이런 사소한 일들에 왜 불안해하는 것일까?라고 마음을 담담히 쳐다보려는 시간은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담담히 쳐다 보아도 생각이 떠오르지 않을 때가 많다.
신학기 준비가 시작되고 많은 것들이 마음을 짓누른다.
그저 선생만으로만 살아갈 수 있다면야 덜하겠지만 챙겨야 될 가족이 있다. 마음 아픈 아들도 신학기를 시작하니 그 걱정도 한몫을 한다. 집안 살림도 해야 된다. 방학 동안 쉬어 가며 쉬엄쉬엄 했지만, 제대로 하던 집안일도 이젠 짬 내서 타이트하게 해야 된다.
시간도 부족해지고 마음도 어지럽고.
어찌 됐든, 이러나저러나...
결국은 기한 내 모든 일들을 어떻게든 해 낼 것이다. 이때까지 그래왔으니까.
그런데 결국 해내기까지 불안한 마음으로 종종거리고 있다. 이때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하지도 않으면서 해야 되는데라는 마음을 안고 종종거리면 일도 하지 않으면서 마음만 불안하다. 결국 한 건 없으면서 마음만 괴롭고, 소득 없이 이중으로 자신을 괴롭히게 된다.
그래서 그런 어리석은 짓은 안 하기로 결심했다.
토요일 일에 대한 걱정은 마음에서 떠나보내고 푹 쉬었고 오늘도 해야 되는데 마음이 들었다가, 못하겠는데 포기하자, 이중으로 힘들게 하지 말자라며 생각을 바꿔 먹었다. 마음이 어지러울 땐 정리가 최고다. 냉장고를 뒤엎고 정리하다 보니 어느 순간 편안해진다.
내 마음은 통제했지만 다른 변수가 나를 힘들게 한다.
아들. 신학기를 앞둔 아들은 지난주부터 말과 행동이 이상해졌다. 불안한 것이라 짐작이 된다.
아들이 또 내 마음을 힘들게 한다. 요구, 거절, 충돌, 훈육, 대꾸, 변명, 과거 이야기로 엄마 상처 주기 등으로 점철된 상황들.
결국 또 손님 아닌 손님들이 우리 집에 왔다.
쇼핑은 끊었다. 옷 가방 등을 사지 않는다. 브런치에 선언한 탓도 있지만 많은 물건들을 소유하는 것이 버겁게 느껴지는 순간이 왔고 사는 순간의 행복이 오래가지 않는다는 걸 너무나도 알기에 이젠 옷과 가방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
하지만 쇼핑 습성은 못 버리나 보다.
요 며칠 책 쇼핑을 하고 있다. 불안과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싶은 것이다. 되도록 도서관에서 빌려보던 책이고 방학 동안은 책은 읽지도 않고 살림만 살고 쉬기만 쉬었는데(쉬엄쉬엄 반찬 만들고 영화나 보고 영어 공부도 하고, 일 걱정 없이 쉬니까 너무 좋았다.) 선배가 출간한 책을 산 게 도화선이 되어서 그때부터 책 쇼핑을 하고 있다.
심지어 어제는 교보문고에서 온 광고에 이끌려 사은품에(말이 사은품이지 그것도 돈 주고 사야 됨) 혹해 책쇼핑을 또 했다.
이를 어쩐다. 옷과 가방을 안 살뿐 또 다른 쇼핑이 시작되었다.
책 읽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이것도 짬 내서 해야 되는 일이건만, 봄에 겨울옷 드라이 해서 다음 겨울을 대비해 옷장 속에 고이 모셔 놓는 것처럼 책도 책장에 고이 모셔 놓을 심산인지. 사놓고 쳐다만 보고 있다. 내년 봄에 읽으려나.
책 쇼핑도 옷 쇼핑과 똑같다. 안 입어 보고 예측만으로 구입하는 옷처럼, 책도 제목과 리뷰에 의존해 사다 보니 기대에 못 미치는 책들이 꽤 된다. 하지만 책은 반품도 쉽지 않고 반품도 하지 않는다.
옷쇼핑보다 더 비합리적인 소비가 될 때도 있다.
책이 됐건 옷이 됐건 스트레스와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쇼핑은 그만되어야 한다. 적어도 나한테는.
책 쇼핑도 쇼핑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