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엄마
자식 여섯을 낳았지만 둘을 잃어버린 우리 엄마
고등학교 때 1등으로 등교하던 딸 때문에 다섯 시에 깨서 아침 준비하시던 우리 엄마
다섯 시에 깨도 항상 따뜻한 국과 밥을 준비해 주시던 우리 엄마
00 아직도 애먹이냐가 전화 첫마디인 우리 엄마
니 좋은 거 입고 니 맛있는 사 먹고 네 생각하고 살라고 말씀하시는 우리 엄마
너는 바쁘니 전화 자주 안 해도 된다는 우리 엄마
아버지 삼시세끼 챙기느라 고생하시는 우리 엄마
집을 항상 청결하게 관리하시는 우리 엄마
애먹이는 우리 00도 항상 예쁘다고 하시는 우리 엄마
할아버지 모신다고 고생하신 우리 엄마
손재주가 좋은 우리 엄마
운동회 한복도, 신주머니도 다 만들어 주시던 우리 엄마
80이 넘어도 허리가 꼿꼿한 우리 엄마
여행을 가면 어딜 가든 좋다고, 오늘이 최고 좋은 여행이었다고 말씀하시는 우리 엄마
소리 한 번 안 지르고 우릴 키우신 우리 엄마
김치를 맛있게 담그는 우리 엄마
나물 반찬을 맛있게 해 주시는 우리 엄마
우리 아버지
무섭고 근엄하신 우리 아버지
아빠라는 말로 불러보고 싶었던 우리 아버지
맏이로 태어나 삶의 무게를 온전히 짊어지신 우리 아버지
두 동생들에게 큰 힘이 되어주신 형이자 오빠인 우리 아버지
어릴 때부터 외삼촌 집에 얹혀 살며 갖은 고생 다하신 우리 아버지
본인은 못 배우셨지만 자식 넷을 다 대학 보내신 우리 아버지
자식이 선생이 되서 그리도 기뻐하셨던 우리 아버지
딸이 전교 1등 하던 날 과자를 사들고 오신 우리 아버지
풍채가 좋으신 우리 아버지
못 배운 한을 서예로 푸신 우리 아버지
서예 작가가 되서 작품 전시회도 하고 가훈도 써 주시는 우리 아버지
오래 오래 살아서 든든한 기둥이 되실 것만 같은 우리 아버지
가난의 무게를 견디고 견디며 자수성가하신 우리 아버지
방금 점심을 먹고 왔습니다.
아이들은 오늘도 이 말 저 말 고자질 한가득입니다.
1인 1역도 제대로 안 하고 나가 놀기 바쁩니다.
물론 잘 노는 게 젤 중요합니다.
하지만 책임도 좀 다했으면 좋겠네요.
오늘은 남학생 하나가 한달 동안 왕, 형이라고 부르라고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네요.
아이들은 기쁨일 때가 많은데 이럴 땐 슬픔입니다.
체할 것 같습니다.
소화가 잘되던 엄마 밥이 생각납니다.
언제나 무섭지만 오래 살아 계셔서 든든한 기둥이 되는 아버지도 생각납니다.
쓸데없이, 두서없이 낙서 같은 글을 끄적거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