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형광색이 되려고 노력하는 나. 한 조직에서 생활하며 본성이 회색인 나는 매번 형광색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언젠가 밝게 빛나는 형광색이 되고 싶다가도, 회색인 지금의 모습에 안도하곤 한다. 왜 그렇게 나는 밝게 빛나고 싶었을까. 때론 회색이 있기에 형광색도 빛이 나는 것인데.
내가 하는 일은 크게 빛나기 힘든 직무다. 스탭 부서의 일은 형광색들이 더 밝게 빛날 수 있도록 주변을 안정감 있게 회색으로 받쳐주는 것이 대부분이다. 여기서 형광색처럼 빛나기는 사실 쉽지 않다. 하지만 계속 회색으로 지내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는 나를 발견한다.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이 맞는 것일까? 나는 올바르게 나아가고 있나?"
그렇게 나는 회색임을 부정한다. 그렇게 갖은 불만들을 머금은 채 채도가 짙은 회색이 되고 만다. 더 이상 회색이고 싶지 않을 때 나는 이 조직에서의 이탈을 생각한다. 그리고 이 곳만 나가면 형광색으로 바뀔 수 있다는 착각에 휩싸인다. 이 곳을 떠나는 것만이 형광색이 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개개인의 직무, 하고 있는 일에 따라 다 다르겠지만, 내가 하는 직무에서 더 밝게 빛나기 위해서는 회색을 더 오래 버텨야 한다. 회색으로 기본기가 다져지고, 깨지고 단단해졌을 때 회색 가운데서 형광색이 나올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게까지 했는데 10년이 지나도 형광색이 나오지 않는다면 그때 가서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나는 오늘도 혼자 되뇐다.
"때론 형광색보다 회색이 나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