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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저녁 샤워 후, 한 잔의 탄산수

by 초록해

특히 회사에서 말을 많이 한 날일 경우에는 머리가 더 지끈지끈 아프다. 타이레놀 한 알에도 진정되지 않는 내 머리 통은 아직도 회사에서 쓰다 만 보고서와 홍보물로 가득하다. 집에 돌아와 샤워하는 중간에는 회사 생각을 지워낼 법도 한데, 쓰다 만 보고서는 어떻게 바꿔야 할지 애쓰는 중이다. 이러니 타이레놀이 제 일을 못할 수밖에.


To do는 많은데,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나는 준비되어 있지 않다. 혼란스럽고 답답한 마음만 가득하다. 사실 일이 많아서 그런 것보다는 이 모든 일과 생각들을 회사에서 나눌 누군가가 없어서 그렇다. 지랄 같은 성격을 가진 선배라도 나와 교감을 하고 있다면 다를 거다. 다시 생각해보니 지랄 같은 성격을 가진 선배는 없어도 될 것 같다. 그냥 외로운 편이 더 낫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순간 답답한 감정이 잠시 사라짐을 느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의지할 곳을 찾는 것은 똑같다. 마음의 안식처와 같은 곳이 없다는 뜻은 내 얼굴에 웃음이 없다는 것과 같으니까.


그래도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은 늦은 저녁 나의 고단했던 하루를 잠시나마 잊어버리게 하는 샤워 타임이다. 샤워 타임 이후 침실에서 마시는 탄산수 한 잔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나만의 행복이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이 탄산수를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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