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회사에 차를 가지고 가지 않았다. 그래서였을까. 퇴근시간이 다가오자 순간적으로 불안해졌다. 퇴근버스를 타지 못하면 '택시비 77,000원'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조급해져 왔다. 오늘 하루 종일 길게 쉬지도 않은 것 같은데, 은근 할 일도 많았고 챙겨야 할 것도 많았다. 그리고 군데군데 새로운 일까지 생겼다.
시키는 것만 하던 시기를 지나, 요즘은 내가 챙겨야 할 사람과 챙겨야 할 업무가 많아짐을 느꼈다. 이럴 때면 순간적으로 '회사-집' 출퇴근 시간이 3시간이 것에 현타가 온다. 도로에서 버리는 시간만 반으로 쪼개도 회사에 절반, 나한테 절반 사용할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 3시간이 생겨도 사실 회사에 더 할애하지는 않을 것 같다.) 나는 간사한 사람이다.
내가 입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내 상사는 내가 하는 말을 한 번에 믿지 않았다. 본인이 다른 곳에 더블 체크를 하고 나서야 내가 했던 말이 사실이었다는 것을 수긍했다. 그런 상황이 한 번, 두 번 반복되고 나니 일에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내가 업무 초기에 몇 번 실수를 했던 것은 맞지만 매번 나를 그렇게 대하는 것은 나를 맥 빠지게 했다.
"나는 후배가 생기면 후배가 된다고 하면, 된다고 믿어야겠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고 난 후, 나에게도 후배가 들어왔다.
이번주까지 완성되지 않으면 큰 문제가 되는 일이 있었는데, 업무처리에 문제가 생겼다. (왜 이런 일은 퇴근시간이 다가올 때 발견하게 되는 것일까?) 후배가 어찌해야할지 몰라하자 그 해결책을 찾아주다 기존 처리를 완료한 업무에도 뭔가 문제가 있음을 발견했다. 퇴근시간이 다가오자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업체에 연락하여 해결책을 발견했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후배를 다급하게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아차 싶었다. (굳이 이렇게 몰아붙이지 않아도 되는데...)
그렇게 퇴근길에 후배를 다급하게 몰아붙인 나를 반성했다. 선배가 나에게 대했던 행동을 나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회의감이 들었다. 나도 똑같은 사람이구나! 하...
오늘도 느꼈다. 난 아직 멀었다. 좋은 선배가 되기에.
그리고 오늘도 다짐했다. 직급의 위, 아래를 떠나 상대방에게 미안하다고 할 일을 만들지 말기로.
이전보다 할 일과 책임은 쌓여 가지만, 내가 가진 시간이 유한하다고 후배를 다급하게 몰아붙이지 말기로. 오늘 무조건 이 일을 끝내야 하면 '택시비 77,000원'을 내면 되고, 데드라인이 조금 여유 있다면 내일 이 일을 해도 좋으니 말이다. 일을 빨리 해결하는 것도 좋지만, 흥분하지 않고 차분하게 일을 처리하는 것을 더 연습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