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핸드폰 속, 어플에 답이 있다.
회사 생활을 한 지 5년이 족히 넘었다. 코로나19로 세상이 무너질 것 같았던 것도 벌써 1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우리의 생활은 너무 많이 변해버렸다. 마스크가 없으면 어색할 정도니까. 그렇지만 이렇게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나는 또 너무 빠르게 적응해버렸다. 적응력이 내 인생의 장점이니까.
그렇게 빠르게 적응하며 살다 보니, 또 내가 누군지 망각하고 산다. 몇 년 전 새로운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자기소개서를 미친 듯이 쓸 때만 해도 내가 누군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때만 지나면 또 타성에 젖어 회사를 유치원 다니듯 다니게 된다.
정처 없이 세상이라는 흐름에 몸을 맡겨 같이 떠다니다 보면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다.
"나는 누구일까. 나는 어떤 사람일까?"
"(속마음) 아 몰라... 유튜브나 볼래..."
문득 "내 핸드폰 속 어플이 내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려주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요즘 어떤 것에 꽂혀있고, 무의식적으로 어떤 것에 미쳐있는지...
그렇게 자연스럽게 내 핸드폰 속 어플들을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요새 젊은 사람들이 모이면 하는 1순위 관심사. 주식이다. 주식을 안 하는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다. 아침에 일어나서 나는 무의식적으로 영웅문S 글로벌을 켠다. 파란색으로 물든 내 주식 현황을 살펴보며, 강제로 장기투자를 자기합리화한다. 그렇게 출근하며 업비트를 켠다. 비트코인은 떨어지다 왜 다시 7500만 원까지 올라가는 것일까. 1주도 가지고 있지 않은 업비트 속 비트코인 주식을 바라보며, 과거에 1억을 넣었으면 지금 7억 일 텐데 라는 말을 나도 몰래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누가 보면 금융권에서 일하는 사람인 줄 알겠다. 나도 이렇게 내가 가지고 있는 금융 관련 어플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 이 많은 은행 어플만 절반으로 줄여도 내 데이터가 텅텅 비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렇게 모든 것을 모바일로 하다 보니 은행 산업이 힘든 것은 물 보듯 뻔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쓰는 어플은 송금할 때 사용하는 토스와, 우리 집 근처에서 사용하는 경기지역화폐이다. 내가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다른 어플보다 편하다는 거겠지.
2명 사는 집에 왜 이렇게 살림살이가 많을까. 처음에 결혼하고 살림을 합칠 때만 해도 이렇게 살림살이가 많지 않았다. 이사를 하면서 많이 비웠다고 생각했는데, 비울수록 드는 생각은 더 비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에게 당근마켓은 필수 어플이 되었다. 무의식적으로 당근마켓에 올라온 물건들을 보는 것에 중독되기도 했다. 비우려고 왔다가 되려 살림살이가 늘어가는 마법으로 바뀔 수 있으니 항상 조심해야 한다. 사람마다 맞는 게 다르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당근마켓이 더 잘 맞는다. 우리 집 여자는 오히려 번개마켓에서 인기가 엄청나다. 사람마다 맞는 중고 플랫폼도 다른 것 같다.
모든 직장인들은 가슴에 사직서 하나씩 들고 있다고 하던데, 왜 아직까지 내 핸드폰에서 이 어플들을 존재하나 회의가 몰려온다. 지금 브런치를 쓰고 있는 도중에도 울리는 잡코리아 채용공고 알림. 부지런하다 잡코리아. 아니.. 우리나라에는 이렇게도 많은 회사들이 있구나 라며 다시 한번 느끼게 되는 주말이다. 그렇다고 자기소개를 쓰지는 않는다. 괜한 알림에 머리가 지직 거린다. 최근 유퀴즈온더블럭에서 진기주 연기자님께서 말했던 말이 기억난다. "토익시험이 만료되면 갱신하는 것이 인지상정". 취업 관련 어플을 지우지 못하는 것이 직장인들의 운명 아니겠는가.
내 핸드폰 안에 이렇게도 많은 어플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어플의 수는 어마 무시하다.
한 번의 글로 나에 대해 파악하고 싶었으나, 무리라는 결론!
다음번 글에서 내 어플을 통해 나를 한번 더 확인해야겠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