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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해 May 08. 2021

바나나맛 우유 하나면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야.

토요일 아침 7시. 오랜만이다. 그동안 집 안에서 나만의 불금을 보내다 보니 토요일 아침 이렇게 눈을 뜨고 제정신일 때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이른 아침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고, 그저 공기청정기만 돌아가는 그 상태의 거실이 좋다. 사실 오늘 밖에는 최악의 황사라는 기사가 계속 뜨고 있다. 최악의 황사는 맞나 보다. 실내인데도 공기청정기가 평소 근무태만을 보이다가 오늘 미친 듯이 일하고 있으니까.


이런 아침 내 손에는 커피 대신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 하나가 들려져 있다. 사실 와이프가 가끔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를 사놓는다. 코로나 이전에는 주말만 되면 나는 사우나에 갔다. 사우나에 가서 몸을 지지고 오는 게 나의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법이었으니까. 하지만 코로나로 난리가 난 이후부터는 사우나에 가본 기억이 없다. 항상 사우나를 갔다가 나오면 편의점에서 이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를 사 먹었다. 요새 다른 맛들도 나왔는데, 이 바나나맛은 정말 독보적이다. 사우나하고 나온 뒤 먹는 바나나맛 우유는 세상을 다 가진 것과 같다. 몸속에 퍼지는 액체 설탕들이 내 죽어있던 세포들을 하나하나 건드려 깨운다.



"이제 쉬었으니까 움직여"



갑자기 바나나맛 우유가 이전에도 이런 모양이었을지 궁금해졌다.

구수한 패키지, 그래서 더 손이 가는 패키지는 이전부터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래와 같이 시대에 따른 변화를 보니 그래도 바나나맛 우유가 매번 패키지에 신경을 썼다는 게 느껴진다. 너무 새로운 것보다는 우리가 인지하고 있던 모습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아서 좋다.


스트로우, 화장품 등 여러 가지로 소비자들이 함께 바나나맛을 즐길 수 있도록 했던 것도 좋다. 그래서 우리가 바나나맛 우유에 대해 더 친근하게 느끼지는 않았을까.


사실 바나나맛 우유는 위에 뚜껑을 까고 먹는 것보다 스트로우로 먹는 게 제맛이다.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부분에 여러 가지 대안을 제시한 '마이스트로우'는 특히나 더 신선했고 보는 맛이 있는 광고였다. 이건 상을 안받을 수가 없잖아. 안 주는 게 이상할 정도다.




이러니 반하나?

안반하나? 바나나맛 우유


뭐 사실 바나나맛 우유와 관련된 광고와 마케팅 사례는 찾으면 끝도 없이 나온다. 진짜 열일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이 정도로 고객들이 바나나맛을 사랑하는 이유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해야 보기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나오는 광고나 마케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갑자기 토요일 아침에 바나나맛 우유를 먹다가, 이렇게까지 이 글을 쓰고 있는 내가 당황스럽다.

이런 당황스러운 기분을 담아, 냉장고에 남아있는 마지막 바나나맛우유를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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