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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해 May 12. 2021

#일단기록, 내가 일단 기록하는 이유

대학교를 졸업한지도 벌써 5년이 지났다. 직장에서 일을 하면서, 대학교 때 가지고 있던 열정이 많이 사그라들었다. 그렇다고 대학교를 졸업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어렸을 때부터 시시콜콜한 이야기 쓰는 것을 즐겼던 터라 퇴근하고 와서 받는 스트레스를 글로 쓰는 게 그나마 나의 유일한 낙이었다. 사실 브런치를 처음 쓰기 시작한 것도 사회초년생 때 내가 받았던 스트레스를 어딘가에 던져버렸어야 했기에 키보드에 손을 올렸던 것이다.


집에 와서 어떤 날은 브런치 글을 쓰고, 어떤 날은 블로그를 쓰고, 어떤 날은 인스타그램을 눈팅하고, 어떤 날은 영상을 찍고 이것저것 해보는 것이 좋았다. 여러 플랫폼을 기웃기웃 거린 나의 행동들이 금전적인 수익은 가져다주지 못했지만, 그 대신 마음의 안정을 얻었다. 특히 여러 플랫폼보다 글 쓰는 플랫폼이 나에게 좀 더 맞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글 쓰는 것이 좋았지만, 몸이 힘들거나 지치는 날에는 키보드에 손을 올리기가 힘들었다. 슬슬 혼자 글 쓰는 것에 지쳐가고 있을 때, 문득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라오는 #일단기록 을 만났다. 사실 #일단기록 이라는 플랫폼보다 그 안에 강아지가 너무 귀여웠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나와 비슷한 고민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다니...


직장 5년 차. 어쩌면 나는 피해망상에 빠져있는 것은 아닐까? 나만 가장 힘든 사람인 것 같은 느낌을 가진 듯. 어제 근무를 하던 중 문득 이런 문구를 봤다. "회사를 다니고 있으면서 '나는 여기 있어야 할 사람이 아니야.'라는 마음을 가진 사람과 함께 있는 것만큼 힘든 일도 없다(강주원 작가님, @ggumtalkhead)." 이 글을 읽는 순간 내가 그런 사람은 아닐까 갑자기 숨이 턱 하고 막혔다.  


내가 하는 업종과 직무는 또래들이 많이 없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과 늘 함께 하다 보니 나와 비슷한 또래와 글로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것이 무척이나 신선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나태해졌고 남에게 완벽한 나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갇혀 행동했다. 그리고 체력도 떨어져 있었다. (나이가 먹은 것보다 운동을..안.했..) 다시 그런 활력 있는 삶, 가장 나다운 삶을 살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돌아가고 싶었다(#일단기록 크루 @동무 님의 1st 기록 中)." 


내가 요즘 가지고 있는 생각을 나 대신 글로 표현을 해주니, 샤워 후 탄산수를 마신 것처럼 뭔가 시원했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내가 이상한 게 아니었어..."


김승 작가님의 "나만 이러고 사는 건 아니겠지"



긴 호흡으로 이어지는 느낌.

그 느낌이 더 편안하다.


우리 #일단기록 방의 크루들은 주로 블로그, 브런치, 노션 등 긴 호흡으로 이어지는 글을 주로 작성한다. 정보와 사진의 휘발성이 강한 요즘 시대 차분하고 길게 이어진 글을 읽는게 참 좋다. 사실 나는 활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좀 더 쉽게 말하면 내가 읽고 싶은 글만 읽는 경향이 있다. 학교를 다닐 때는 내가 읽고 싶지 않은 글도 필독서라는 명목 하에 글을 읽었어야 했기에 괴로웠다.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다 보니 내가 읽고 싶은 글만 읽는 것이 얼마나 나에게 독이 되는지 몸소 깨달았다. 그래서 #일단기록은 나에게 여러 가지 장르의 글을 접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이다.


그저께는 #일단기록 크루 중 한 명인 @헤일리 님의 글을 읽었다. 양자역학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슈뢰딩거의 고양이'라는 개념이 나왔다. (사실 나에겐 조금 어려운 내용이었다.)


이건 마치 내가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고 나와서, 내용을 다 이해하지도 못하고 "영화 너무 재밌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내가 모르던 분야의 글이었지만, 그냥 호흡이 긴 글을 읽는 자체가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글만 읽지 않을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사실 '양자역학'보다 파워링크에 걸려있던 '반려묘 맞춤 사료 추천'이 더 눈에 들어오는 건 내가 더 노력할 부분이 있다는 것일 거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오랜만에 시작하는

끝이 보이는 게임


우리는 소속감을 하나의 무기로 삼으며, 끝이 보이는 제도권 속에서 살았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군대, 대학교, 동아리 등 끝이 보이는 것들의 연속이었다. 사실 처음 회사를 들어갔을 때 나의 끝이 보이지 않는 것이 너무나도 답답했다. 그렇게 1년, 1년, 1년이 지나다 보니 나는 흐물흐물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나를 새롭게 하기 위해선, 끝이 보이는 게임이 필요했다. 그런 나에게 있어 #일단기록 은 나의 글쓰기를 다시 한번 생각해주게 하는 좋은 플랫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끝이 보이는 게임을 통해, 평생 동안 날 위해 단단하게 지탱해줄 나의 글들을, 내가 행복해하며 더 즐겁게 쓸 수 있지 않을까?


#일단기록 크루 @물음 님이 오후에 추천해주신 "The 1975- The Birthday Party"



그 누구보다

나에게 잘 보이고 싶다.


나는 최근 2년 넘게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사진으로 보이는 것이 강한 플랫폼이다 보니, 내가 원하는 사진과 글 보단 상대방이 원하는 글과 사진을 올리는 것에 대한 압박감을 느끼고 있는 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어떻게 나를 생각할까?"라는 생각이 나를 지배하고 있다 보니 사진을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하며 인스타그램에서 허송세월을 보냈다. 그렇게 나는 2년간 인스타그램 피드 업로드를 중지했다.


나라는 사람을 드러내지 않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호흡이 긴 글을 쓰다 보니 휘발성이 강한 사진보다 내가 가진 생각과 어떤 순간순간 느끼는 감정에 대해 좀 더 집중하게 되었다. 그렇게 글을 쓰다 보니 정작 내가 잘 보여야 하는 사람은 '상대방'이 아니라 '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단기록의 3일 차. 오전 6:56 클럽장님인 @앤가은 님은 이렇게 글을 남겼다.

"기록이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요. 지금 내 상태를 써 내려가는 것만으로도 해소되거나 정리되거나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기 수월해지는 힘이 있습니다. 좋은 무엇을 꼭 남기겠다보다 나를 계속 기록하다 보면 이전과는 분명 다른 나를 발견할 겁니다"


"그래. 나는 그 누구보다 나에게 잘 보이고 싶다."


인스타그램 @zizae_bubu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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