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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단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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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해 May 24. 2021

#일단기록, 갑자기 뭘 기록해야 할지 멘붕이 왔다.

일단기록! 하기로 한지 2주일 정도 된 것 같다. 이런 날이 올 걸 알았지만, 생각보다 빨리 온 것 같아 상당히 당황스럽다. 퇴근하고 숙소에 앉아 노트북을 꺼냈다. 갑자기 멘붕! 뭘 기록해야 할지 멍을 때리고 있다. 금요일에 Pass를 시원하게 쓴 덕분일 거다. 사실 Pass를 쓸 때에는 너무 시원하고 좋았는데, 이게 이토록 기록을 귀찮게 느껴지게 할 줄은 몰랐다.


그렇게 멍 때리며, #일단기록 해야한다는 생각을 다시 먹었다.

사실 지난주에는 해야 할 일도 많았지만, 그보다 치과를 다녀온 게 육체적으로 힘이 들었나 보다. 나이가 들어도 치과 가는 일은 아직도 힘이 든다. 두 시간 넘게 온 몸에 힘을 주고 있다 보니, 내가 내 몸이었어도 피곤했을 것 같다. 거기다 마취를 했을 때는 이렇게 아픈 줄 몰랐는데, 마취가 풀리고 나니 이가 시리고 몸이 으슬으슬 떨렸다. 이렇게 한 개의 치아만 아플 뿐인데 온 몸이 이렇게 아픈 것일까.


나는 치아 1개 치료하는 데에도 이렇게 피곤하고 아픈데,

"우리 엄마는 얼마나 아팠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내 치아 차트 안에

보였던 내 나이


치과에 치료를 받으려고 누워있으면 좋은 점이 한가지 있다. 그것은 약 2시간 정도 핸드폰을 안 할 수 있다는 것. 자연스레 멍을 때린다. 내 눈앞에 보이는 엑스레이만 멍하니 바라볼 뿐이다. 그리고 자연스레 내 차트 우측 상단에 있는 내 이름과 내 나이가 눈에 들어온다. 31살.


"나 생각보다 아직 어리네"


대학을 졸업하고, 5년정도 일을 하고, 결혼을 하다 보니 내가 너무 큰 어른이 된 것만 같았다. 그리고 더 이상의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일 마음의 여유가 없어진 나를 발견했다. 몇 년 전만 해도 그러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두렵고 무서워지는 것들이 많이 생겼다. 그러다 치과에 와서 알게 되었다. 내가 생각보다 아직 어리다는 것을. 아직 큰 어른이 아니라는 것을.


이는 너무 아팠지만, 뭔가 해볼 수 있는 나이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어렸을 때 궁금하기만 했던 슬럼프.

빠져보니 극복하기 힘든 내 페이스.


어릴 때부터 성공신화를 너무 많이 봐서 그럴까. 슬럼프에 빠졌다가 극복한 사람들을 보면 어찌나 멋져 보이 던 지.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한테도 슬럼프라 한 번쯤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문득 하곤 했다. 3년 전 엄마가 떠나면서 그렇게 멋져 보이기만 하던 슬럼프가 나에게도 찾아왔다. TV 속, 매체 속에 보던 '슬럼프 극복'은 나에게 빨리 찾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 슬럼프는 길고 길게 이어졌다. 왜 그토록 나는 슬럼프가 한 번쯤 오길 바랬던 걸까. 빠져보니 알겠다. 내 페이스 조절하는 게 이토록 힘든 일이었다는 것을.






사실 무슨 말이 크게 필요할까.

이번 주는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 몇 년 전 이 날 느꼈던 그 감정을 내가 느껴볼 수만 있다면, 내 기분이 저 심해를 떠다닌다고 하더라도 괜찮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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