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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해 Aug 22. 2021

매미소리가 점점 약해지기 시작했다.



새벽 5시 15분

밝았던 하늘이 검게 변했다.


내가 집 대문을 여는 시간은 새벽 5시 15분이다. 하루하루 날짜는 변하지만 내 출근시간은 변하지 않는다. 나는 24평 복도식 구축 아파트 살고 있다. 복도식 아파트의 장점은 대문을 열자마자 바로 오늘의 날씨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 대문만 열어도 오늘의 날씨를 바로 알 수 있다. 그래서 1층까지 가서 비 오는 것을 확인하고 우산을 챙기러 다시 집까지 오는 불상사는 이 집으로 이사 오고 나서 한 번도 없었다. 그게 30년 된 구축 복도식 아파트를 사는 메리트이지 않을까?


나는 출근할 때 밝은 하늘보다 검은 하늘을 더 좋아한다. 검은 하늘이 밝게 변하는 모습을 출근 운전하면서 보고 있자면, 군대 시절 배 위에서 당직을 설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8월 초만 해도 출근할 때 나를 반겼던 밝은 하늘이, 최근 검게 변해 좋다. 검은 하늘이 나를 포옥 껴안아 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안정감을 느낀다.


인스타그램 @jisujgood 사진 인용




매미소리가,

점점 약해지기 시작했다.


이제 여름의 절정이 조금씩 우리에게서 멀어지고 있다. 집 안에서 에어컨을 켜지 않고, 문을 열어도 될 정도다. 아파트 사이사이 나무들에 숨어 자신만의 소리를 내던 매미들도 8월 초보다는 자신들의 소리의 볼륨을 줄였다. 매미들도 이제 바람이 살랑살랑 부니, 덜 힘든가 보다. 그렇게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여름도 조금씩 자취를 감춘다. 오후 2시에서 4시 사이에 밖에 나가는 것이 너무나 고역 같았는데, 오후 2시에 나가도 불괘감이 많이 들지 않는다. 영원할 것 같았던 여름도 영원하진 않았다.


대문을 열고 베란다 문을 열어두면, 바람이 우리 집을 지나간다.

이게 30년 된 구축 복도식 아파트의 매력 아닐까.


인스타그램 @zizae_bubu 사진 인용




한바탕 비가 쏟아지면,

가을이 찾아오겠지.


다음 주는 내내 비가 온다고 한다. 이번 비는 무더웠던 여름을 씻겨내려 주는 고마운 비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다음 주 내내 식물들에게 도움 되는 비가 한바탕 뿌려주고 나면 지금보다 더 선선한 바람이 우리를 맞아 줄꺼다. 1년, 1년 시간이 흘러가며 봄과 가을을 느낄 수 있는 날은 점점 적어지고, 여름과 겨울을 더 많이 직면하게 되는 요즘 시대.


그래서일까. 봄과 가을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인스타그램 @jisujgood 사진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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