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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해 Oct 31. 2021

걸어 다니는 게 어색해진 사람


오랜만에 타게 된

대중교통과 걷기.


매번 차를 타고 출퇴근을 하는 게 익숙해져 버린 나. 그러다 보니 10월 한 달은 1번도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서울대입구역 근처로 영어시험을 보기 위해 버스를 타러 길을 나섰다. 버스를 타러 가는 길이 조금 어색했다. 가는 길목에 있던 미용실이 무인아이스크림점으로 변해져 있는 것을 보고 느꼈다.


"내가 여기를 오랜만에 지나가는구나!"


계절이 지나감도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새 초록초록하던 여름의 나무는 여러 종류의 갈색 빛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자동차 와이퍼에 낀 나뭇잎만으로 느끼지 못했던 가을을 오늘에서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가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았다. 내일이면 11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패딩을 꺼내야 하는 때가 왔다는 게 실감이 났다. 벌써 패딩이라니...





걸어 다니는 게

어색해진 사람


대학교 재학 시절, 사회에서 일하는 선배들을 보면 차를 가지고 다니는 게 익숙해 보였다. 그런 선배들을 볼 때마다 "나는 차가 익숙해진다고 하더라도, 지금과 같이 많이 걸어 다녀야지!"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나의 다짐은 5년이 지난 지금 지켜지지 않았다.


10kg 이상 불어난 몸무게는 당시 내가 예상한 미래 모습에 없던 옵션이었다. 항상 마를 거라 생각했던 나는 1kg, 1kg 몸에 살이 붙으면서 남들이 보기엔 더 듬직해졌지만, 내가 걸어 다니는 도로의 거리는 1km, 1km 줄어들었다. 그리고 웬만한 거리는 차로 가길 원하는 나를 발견했다.



대학시절 뚜벅이로 살면서 시간의 효율성을 적었지만, 무언가 해보려고 하는 의지는 불타올랐다. 그 의지는 걸어 다니는 시간으로 인한 효율성 문제를 상쇄시킬 정도였다. 지금은 나는 어떠한가? 모든 효율성을 부리며 살고 있지만, 그때만큼의 의지는 없다. 좀 더 쉬운 길, 좀 더 쉬운 길을 찾고 있지 않나 생각했다.


오랜만에 본 영어시험을 마치고 난 후, 집에 가기 위해 서울대 입구역으로 들어갔다.

지하철 입구를 들어서며 몇년 전 나와 같은 모습을 하던 친구들을 보며 생각했다.


"지하철을 타야 할 이유를 더 만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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