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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해 Dec 31. 2021

올해 쓴 50편의 브런치 글을 통해 본 나의 2021년


기억 저 끝자리에 있던 모습까지

알 수 있게 한 내 50편의 글들


2021년에는 참 글을 많이 썼다. 글을 쓸 때만큼은 나 자신에게 솔직해져서 행복하다. 올해의 마지막 날에 내가 올해 썼던 글들을 다시 한번 읽어보았다. 총 50편, 서랍 속에 있는 글까지 포함하면 주 1회 글을 쓴 셈이다. 많은 사람들이 순간순간을 추억하고자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보며 과거를 추억한다. 때론 너무 좋았던 기억도 메모해놓지 않으면 그 당시 느꼈던 감정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한다. 아직 미생인 인생, 그래도 그 순간순간의 고민을 잊지 않으려 나는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 그렇게 1년이 지났다.


"이때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놓치고 싶지 않아."


월명, 90.9 X 72.7 cm, Acrylic on canvas, 2021 (이지은 작가)




성장없는 회사생활은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내 꿈은 직장인이었을까? 중학교 시절 30대의 내 모습을 상상해본 적이 있다. 너무 멀게만 느껴졌던 그날을 나는 지나가고 있다. 직장생활 6년 차, 1년간 썼던 글을 다시 보니 금년 초에는 '이직'에 대한 고민이 엄청 많았었다. 동료의 인사이동으로 내가 해보지 않은 일을 갑자기 맡게 되어 너무 버거웠다. 회사에 출근하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어 도피 차원으로 '이직'을 내 선택지 안에 넣었다. 그래서였을까. 매일매일 긴 한숨과, 내 핸드폰 한 폴더 안에는 '잡코리아, 사람인, 리멤버커리어' 로 꽉꽉 채워져 있었다. 그럴 때마다 이건 '이직'이 문제가 아니라 '도피'임을 인정하며 마음을 바로 잡았다.


"이제 제대로 된 일을 하는 거야. 이번 1년 봉급만 한번 더 받아보고 결정하자!"


그렇게 가지 않을 것 같았던 1년이 벌써 지났고, 지금의 나는 많이 안정되어 있다. 죽을 것 같이 힘든 것도 이제는 크게 힘들지 않았고, 과거보다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많아졌다. 나는 나의 '성장'을 정확하게 느끼지 못했지만, 나의 '성장'은 나보다 내 주변의 사람들이 더 빨리 알아채는 것 같았다. 가끔 물리적으로 출퇴근이 버겁다는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지금 연차에서 내가 경험하고 있는 이 일이 가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약치기 그림




바쁠수록 쉬어가라.

休, 쉼이 필요해!


내 반려자는 나에게 "당신에게 글쓰기는 더 이상 취미가 아니라 특기가 된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아직 많이 부족한 줄 알면서도 왠지 모를 뿌듯함이 찾아왔다. 하지만 때론 특정한 주제에 대해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감 때문에 글을 마무리 짓지 못한 적도 많았다. 


'일단기록' 하자. 우선 두서없지만 보고서를 쓰는 게 아니라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일단기록'하는 연습을 했다. 처음이 어려웠지, 하다 보니 기록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은 없앨 수 있었다. 많은 '일단기록' 글 중에 내가 가장 많이 고민했던 것은 '쉼'에 대한 부분이었다. 


바쁘게 살아가다 보니 나를 돌아볼 시간이 없었고, 의도적으로 그 시간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하지도 않았다. 나뿐만 아니라 결혼 3년 차가 된 우리 부부에게도 아무런 일 생각 없이 쉬는 시간이 필요했다. 우린 2021년 동안 '무이림, 자연사이에 나무속으로, 무무펜션, 우리집 등' 우리 부부에게 안정감을 주는 장소에서 온전히 쉼을 누리기 위해 시간을 냈다. 초록빛으로 가득한 자연속에서 자연과 함께 하다 보니 자연스레 외부 상황과 마음의 균형을 맞출 수 있었고, 그 가운에 우리 가정에 새 생명이 찾아왔다. 그 생명을 우린 '초록이'라 부른다.


"초록을 보니, 마음이 초록해졌고, 우리에게 초록이가 왔다."


무이림 9번 방 전경




이런 세계도 있구나!

그림으로 힐링하는 우리.


이번 한 해는 컬렉팅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경험했다. 매번 아트페어와 갤러리에 가서 눈으로만 담아왔었는데, 실제로 작품을 구매하기까지 했다. 특히 "샤넬백 사는 것보다 작품 사는 게 더 만족도가 높다"는 누나의 말이 실제 컬렉팅을 하다 보니 더 공감 갔다. 컬렉팅을 하기 전부터 우리 부부의 컬렉팅에 큰 영향을 준 것은 매형과 누나의 조언 덕분이 아닐까. 


작품 전시를 돌아다니면서 더 감사했던 것은 우리 부부의 취향이 비슷해서 더 공유하고 향유할 것이 많았다는 점이다. 보통 작품 전시를 찾아보고 다니다 보면 부부의 취향이 달라 서로 다투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부부의 취향이 유사하다는 것은 축복 중에 축복이었다. 


그렇게 우리 부부는 한 작가님의 작품을 9월 개인전에서 1점, 11월 개인전에서 1점 구매했다. 너무 인기가 많으셔서 작품 구매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감사하게도 그 2점의 그림은 현재 우리 집을 밝히고 있다. 작품 덕분에 코로나19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요즘, 작품 덕분에 집에서도 답답하지 않고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자기야. 여러 작가님의 작품을 구매하는 것보다 한 작가님의 그림을 매년 소장하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

"나도 그 생각했는데, 정말 그것도 너무 의미 있을 것 같아!"


북극 아래서 (스케치), 57.5 X 38.9 cm, Acrylic on canvas, 2020 (이지은 작가)


그밖에도 나는 2021년 마케팅 관련 플랫폼과 관련된 글을 일부 썼고, 반려자의 패션에 대한 나의 시선을 주제로 글을 쓰기도 했다. 이렇게 1년간의 나의 글을 다시 정독하여 읽어보니 내가 보낸 2021년의 생활을 되돌아보고 정리할 수 있었다. 2022년은 또 어떤 한 해가 될까? 


때론 내 미래를 계획하는 것이 필요하겠지만, 한 살 한 살 나이를 더 먹어가다 보니 계획한 대로 되지 않는 것이 더 많아짐을 느낀다. 계획도 필요하지만, 그 계획이 내 마음처럼 안될 때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내 마음을 더 단단하게 하는 2022년이 되길 바라며, 2021년의 마지막 날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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