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해외여행은 어느덧 우리에게 꿈과 같은 일이 되어버렸다. 여러 사정에 의해 백신을 맞지 않은 경우라면 더욱이 해외로 나가는 것을 꿈도 못 꾸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백신 여부는 우리의 방향성에 크나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그래서 어디를 가더라도 꼭 미리 전화를 해서 물어본다. 헛걸음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동행자 중에 임신을 해서 백신을 못 맞았는데, 입장이 가능한가요?"
"네. 저희는 백신패스 적용을 받지 않는 곳이라 가능합니다."
우리 부부는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 미술 작품을 통해 여러 나라를 여행하고 있다. 때론 그 여행지가 구체적인 나라를 지칭하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그곳이 나라이든, 나이 든 상관없이 그 여행은 너무 즐겁다. 그러다 갑자기 인스타그램 피드를 통해 알게 된 최우, 최수란 작가님 2인전. 순간 그곳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자기야, 갤러리 갈래요?"
"오 나는 너무 좋죠!"
평소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작가님들의 전시회 일정을 접하게 된다. 과거 인스타그램이 없던 시기에는 전시를 관람하는 사람도, 전시를 개최하는 사람도 서로의 접점이 없다 보니 더 홍보가 힘들었을 것 같다. 그래도 요즘은 서로의 창구를 이어주는 편한 플랫폼이 있다 보니 전시를 관람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참 편하다.
평소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고 있던 최우 작가님의 작품을 실제로 보고 싶었다. 그렇게 우리는 서울로 향했다. 매체를 통해서만 보던 작품을 실제로 보게 되었을 때의 그 신선한 기분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리고 그 기대가 충족되었을 때의 그 쾌감은 정말 짜릿하다.
"자기야. 오늘 오기를 너무 잘했다."
2인전이다보니 기존에 알고 있던 최우 작가님의 작품을 보고 난 후, 함께 전시를 하시는 최수란 작가님의 작품을 작품을 보기 시작했다. 우리가 여행했던 유럽의 공간들을 표현한 작품 속에서 나는 한동안 2년 전 여행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 작품 속의 공간에서 생각하고 느꼈던 그 감정이 떠올랐다.
"이때 아침의 선선한 공기가 참 좋았는데..."
첫 유럽여행의 기억은 특별하다. 체코로 유럽여행을 떠나자는 아내의 말에 '여행비용'이 과다함을 언급하며 여행을 만류했다. 아내의 적극적인 설득으로 우리 부부는 체코로 일주일간 여행을 떠났다. 만류했던 건 나인데, 제일 좋아했던 것도 나였다. 그랬다. 특히 체코에서의 아침 산책은 그때의 주변 냄새와 햇빛의 조도까지 기억이 난다.
2년 전 체코의 감정이 최수란 작가님 작품을 보며 떠올랐다. 체코를 여행하고 돌아오며 아내와 나는 꼭 이곳을 다시 오자고 이야기했었는데, 작품을 보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그 약속이 충족되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신기했다.
집에 돌아와 최수란 작가님의 작품을 더 찾아보았다. 여행을 다녀오신 후 그림으로 그 감정들을 녹여내시는 경우가 많았다. 여행지에 가면 꼭 해야 하는 매뉴얼을 본다기보다, 여행지에서 작가님이 느낀 사적인 감정을 솔직하게 풀어내신다는 느낌을 받았다. 정형화된 선과 도형보다, 뭉개진 선과 평면감이 주는 그 느낌이 좋았다. 사람들이 정의해놓은 틀에 부합하지 않아 작품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모든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은 소중하다. 그 소중한 감정은 나도 모르는 사이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나는 그런 감정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그런 감정을 글로 풀어내려고 한다.
삶을 지나치는 그 어떤 누군가가 그 감정을 읽으며, 잠시라도 위로를 느낄 수도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