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개월까지만 해도 즐거웠던 우리 팀원들의 얼굴에 그늘이 지기 시작했다. 그의 명성은 익히 들었지만, 실제로 체험해보니 상상 이상이었다. 군대 있을 때 화생방이 그랬다. 화생방에 들어가기 전 화장실에 앉아서 화장실 칸에 적혀있는 낙서를 봤다. '화생방? 네가 무엇을 상상하든, 상상 이상일 거야 ㅋㅋㅋㅋ' 처음에는 힘들어봤자 얼마나 힘들겠어라는 생각이 있었다. 들어가는 순간 삶의 위협을 느꼈다. 그렇다. 요즘 내게 회사는 화생방과 다름없다.
처음에는 '내가 선입견을 가지고 그를 생각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와 말투와 뉘앙스는 객관적으로 볼 때에도 듣기 싫다. 팀장이 다른 팀원을 깨고 있을 때, 우선 목소리가 너무 커서 일에 집중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가 하는 말투를 일하는 척 다 써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에서 그의 특징을 발견했다.
1. 상사와 후배를 대하는 태도 : 상사에게는 비위를 맞추지만, 후배에게는 기본 무시 장착 (하지만 본인은 후배를 배려하고 있다는 착각), 대화를 하다 보면 디폴트처럼 깔리는 '이해는 가니?'라는 말.
2.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고 돌려 말하는 태도 : 기본 1시간이 된다.
3. 항상 무엇인가를 가르쳐 주려는 것 : 3분짜리 보고가 30분이 된다. 좋은 것도 하루에 2시간이 충분하다.
4. 본인이 임원을 대하듯, 후배들이 자신에게 그렇게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 : 회식 때, 넌 날 챙겨야지! 와 같은 멘트
5.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변명 : '네가 오해할까 봐'
6. 진짜 배려해야 줘야 할 부분과 하지 않아야 할 부분을 구분하지 못하는 태도 : 결국엔 본인의 안위에 대한 배려로 귀결된다.
회사에서 일을 하고 집에 들어오면 녹초가 되었다. 일이 힘들다기보다, 사람이 힘들다는 것이 맞다. 내가 힘들고, 지칠수록 우리 팀장은 더욱더 행복해지는 것을 느낀다. 행복이 100이라면, 나와 우리 팀원들의 행복지수가 낮아지면 낮아질수록 팀장의 행복지수는 올라간다.
나와 내 팀원은 업무 하는 도중 눈으로 대화를 한다. 그리고 위로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빠지던 살이 드디어 빠지기 시작했다. 역시 맘고생 다이어트인가.라는 생각에 씁쓸하기도 하다. 하지만 팀장의 좋은 면을 보려고 노력한다. 한 사람 때문에 나의 인생이 불행해지는 건 더 이상 못 참기 때문이다. 아침에 굳은 다짐을 하고 회사를 들어서지만, 오후가 되면 그 덕분에 지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그 한 사람으로 인해 내가 회사를 그만두는 일은 최대한 만들지 않으려고 한다. 이전에 그런 일을 해서 한번 후회한 경험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