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아가를 실물로 볼 날이 40일도 남지 않았다. 우리 아가가 아내의 뱃속에서 더 크게 꿈틀꿈틀 거린다. 꿈틀거릴 때마다 아내는 아가에게 말한다.
"응? 좋아?"
아기를 가지기 전 나는 아내에게 더 예쁘고, 더 멋진 옷들을 많이 입으라고 말했다. 혹시 본인이 아기를 가지고 나서 달라진 몸에 대해 실망할지도 모르니까. 본인은 모르지만, 나는 배가 볼록 나온 아내가 너무 예쁘다. 그리고 아가를 쓰다듬으며 환하게 웃으며 나를 쳐다볼 때는 뭔지 모를 벅차오름이 느껴지곤 한다. 아름답다는 말로는 다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결혼할 때는 상대적으로 남편, 나라는 존재가 좀 더 크게 느껴졌다. 짊어져야 하는 것들이 더 많았다고나 해야 할까. 하지만 절대적인 것은 없다. 배가 볼록 나온 아내를 보며 점점 더 단단해지고 있는 그녀를 발견하게 된다.
연애할 때 우리는 서로가 더 발전할 수 있는 사이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곤 했다.
4년이 지난 지금 그 대화는 기억 저 밑자리에 있지만, 우리는 아가와 함께 한 단계 더 성장하고 있다.
이제 배가 생각보다 많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임신 초기에 배가 나오던 속도와 지금의 속도는 천지차이다. 아내도 이전보다 숨차 하는 횟수가 늘었다. 아내가 3월 초 육아휴직을 낸다고 했을 때는 잘 몰랐는데, 그때 육아휴직을 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아가가 태어나면 우리만의 시간은 이제 만들지 못할 거라 말했다. 좀비처럼 집에만 있게 될 거라고... 하지만 좀비 같은 삶이 될지라도 둘이 아닌 셋이 쓰는 일기는 얼마나 더 설렐지 좀 기대가 된다.
어떤 아가가 세상에 뿅하고 나와 우리와 어떤 대화를 나눌까? 때론 속을 썩이고, 힘들게도 하고, 때론 기쁨도 주겠지. 아빠, 엄마가 나에게 절대적인 사랑을 주었던 이유를 아주 조금은 알 것만 같다. 우리의 아가라는 것이 우리에게는 특별하게 느껴지니까. 그래서 나도 아빠, 엄마의 특별한 사람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