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 15분. 우리 집에서 가장 햇빛이 가장 잘 들어오는 시간이다. 지난주 와이프가 거실의 가구 배치를 새롭게 해 주어서 그런지 새 집에서 사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읽고 싶은 수필집이 내 책상 위에 마구 쌓여 있고, 그 제목들을 보고 눈으로 책 제목을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안정감을 주었다.
프랑스 아이처럼
키울 수 있을까?
오지 않을 것 같았던 4월이 드디어 왔다. 어제는 만우절이었으니 4월이 아니다고 누군가에게 거짓말할 수도 있었지만, 오늘은 아니다. 이제 정말 4월이다. 우리 아가가 세상에 태어날 준비를 하는 날. 우리 아가는 나에게 새로운 임무를 하나 더 주었다. "아빠"라는 직책.
조급하고 싶지 않은데 조급해졌다. 아가가 태어나서 조급해진 것은 아니다. 외부 요인을 컨트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외부 요인으로 인해 우리 아가에게 조급함을 선물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그 조급함이 좀처럼 잡아지지 않았다. 가만히 있는 것이 불안해질 정도였다. 이러면 태어날 아기에게도 좋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게 마음처럼 잡히지 않았다. 시간이 필요했나 보다. 시간이 필요했는데, 그 시간을 와이프와 우리 아가가 나에게 선물해줬다.
의자 위 먼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햇빛에 비친 먼지가 빛났다. 늦은 오후 잠에 빠진 와이프의 잠꼬대가 들렸다.
"네가 세상에 나올 준비를 하고 있네. 너는 엄마와 서로 나올 시간을 조율하는구나. 서로에게 육체적으로 견디기 힘든 4월이 되겠지만, 그만큼 찬란한 4월이 될 거야. 벌써 그 모습을 상상하면 아빠는 눈물이 나려 해. 그리고 아빠에게 의자 위에 먼지를 볼 수 있는 여유를 줘서 고마워."
"사실 아빠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네가 세상에 나올 그날, 너를 만나게 되지 못할까 봐 꽤 많이 불안하고 초조했나 봐. 그리고 3월 한 달은 코로나에 걸리지 않으려고 부단히 애썼단다. 내가 너의 탄생에 걸림돌이 되기 싫었거든. 그런데 이번 일주일은 그런 것 마저 아빠의 욕심이겠구나 싶었어."
"너를 만날 날을 기다리고 노력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오더라도 네가 힘내서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마음으로 응원하려고 해. 엄마와 함께 시간을 상의해보렴."
너와 함께하는
오후 4시 15분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바쁘게 살다 보면 놓치는 것들이 참 많아. 아빠도 어른이 되었지만 완벽하지 않단다. 완벽해지려고 노력해도 완벽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온전히 인정하는 것이 쉽지 않더라고. 네가 세상에 나오더라도 네가 상상한 것만큼 세상은 완벽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그 완벽하지 않은 곳이어서 우리가 숨 쉴 수 있어."
"네가 조만간 세상에 나오면 아빠는 조만간 이 의자 위에 있는 먼지를 보지 못할지도 몰라. 그래도 괜찮아."
"아들아. 사실 너희 엄마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모르지? 네가 행복하게 발길질할 때마다 엄마는 아픔의 눈물을 흘려. 하지만 엄마의 눈에서는 눈물이 나지만, 엄마의 입은 웃고 있어. 참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지? 그런 엄마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아빠는 너무 행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