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너의 이름을 정하려고 해. 몇 개월 동안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빠와 엄마가 고심을 했단다. 할아버지께서는 너를 어떻게 키우고 싶냐고 물어보셨어. 그래서 아빠는 대답했지. "융통성 있고,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건강하게 소통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라고 말했어.
네가 어떤 아이로 성장했으면 좋겠는지 생각을 하니 너의 이름은 몇 가지 후보로 추려졌어. 그래서 오늘은 그 이름 중에 하나를 너의 이름으로 최종적으로 선정하려고 한단다. 너의 이름을 정하면서 아빠는 이런 생각이 들었어. 태어나는 아이에게 본인의 이름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는 없다는 것을. 그래서 아빠는 더 책임감 있게 너의 이름을 지어야겠다고 다짐했어. 아빠도 알지 못하는 너의 이름의 이미지로 인해 네가 힘들어하지 않기 위해서 말이야.
그래서 네가 태어난 직후까지 고민에 고민을 더하게 되더라.
그래도 아빠는 결정했어. 너의 이름을.
너는 이름대로 마음이 넉넉하고 건강한 아이로 자라기를 바라.
넌 태어나자마자 단체생활을 하더라. 아빠가 고등학교 때 기숙사에 살던 것처럼 말이야. 태어나서는 병원에서 60명이 넘는 생일이 비슷한 친구들과 네가 함께 있더니, 조리원에 오니 30명이 넘는 같은 달에 태어난 친구들과 함께 단체생활을 하는 널 보니 대견한 마음이 들었어. 아빠는 고등학교 때 옆 친구가 코 고는 소리에 잠 못 자서 스트레스받곤 했는데, 너는 옆에 친구가 소리를 지르고 자도 꿀잠을 자더라.
한 곳에 여러 명의 아이가 있다 보니 아빠도 모르게 다른 아이들이 궁금해지더라. 그러다 어떤 아이는 얼굴이 작고, 어떤 아이는 머리카락이 많고, 어떤 아이는 눈이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무의식적으로 다른 아이들과 너를 비교하는 아빠를 발견했어.
그러다 정신이 번쩍 들었지.
아들아. 아빠는 너를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않기 위해 노력할게. 너는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빠에게 소중한 존재니까. 오늘은 이런 아빠의 모습을 엄마에게 솔직하게 말했어. 혹시라도 네가 크면서 아빠가 또 누군가와 너를 비교하게 된다면 혼쭐을 내주라고 말이야. 엄마는 충분히 아빠를 혼낼 수 있는 사람이야. 그러니 이 약속은 믿어도 된단다. 엄마는 아빠를 혼낼 준비가 되어 있으니.
아들아 네가 밥을 다 먹고 나면 딸꾹질을 많이 하더라. 그래서 알아보니 신생아들은 원래 딸꾹질을 많이 한다는 거 있지? 그게 너무 신기하더라. 아빠는 오늘 너에게 분유를 처음 먹였어. 그리고 네가 잘 소화할 수 있도록 트림을 시켰지. 그 조금의 분유를 너한테 주는 것도 얼마나 긴장이 되던지. 소량의 분유를 네가 안전하게 잘 먹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했어. 분유를 먹자마자 1초 만에 잠드는 널 보며 또 한 번 감사를 외쳤지.
아빠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 지금은 잘 먹고, 잘 자는 것만으로도 너한테 이렇게도 고마운데 네가 커가면서 아빠의 욕심이 더 생기면 어떻게 할까라고 말이야. 그래서 그럴 때마다 아빠는 이 순간을 기억하려고 해. 네가 잘 먹고, 잘 자는 것만으로도 아빠에게 행복을 주던 때를.
아빠는 우리 아들이 마음과 육체가 건강한 아이가 되었으면 해.
그것만으로도 아빠는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