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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해 May 21. 2022

아들아. 엄마는 대단한 존재야.

아들아!

우리 아들은 분유와 모유를 남김없이 잘 먹어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다른 아이를 키워보지는 않았지만 우리 아들이 순한 것은 분명한 것 같아. 그런데 순한 것과 활어처럼 움직이는 것은 별개라는 것도 알게 되는 요즘이야. 아들아. 아빠가 네 똥을 치울 때만이라도 다리를 가만히 있어줄 수 있겠니? 무리한 부탁인 걸 알지만 아빠는 너의 다른 몸에 너의 똥을 묻히고 싶지 않아서 그래. 그래도 아빠는 똥 싼 너의 모습까지도 사랑한단다.


아들아!

아빠가 너를 보기 전에도 "아빠와 엄마는 다른 존재"라는 것을 느낀 적이 있었어. 아빠가 어릴 때 새로운 집에 이사를 간 첫 저녁에 불이 꺼진 채 거실을 돌아다니다가 벽 모서리에 머리를 찧은 적이 있단다. 그때 생각보다 너무 이마가 많이 찢어져서 피가 철철 났었거든. 그때 할머니는 놀래서 일어나셔서 응급조치를 취해주시고 아빠가 네가 잠투정했을 때 안아줬던 것처럼 할머니는 아빠를 품 안에서 안심시켜주셨어. 그때 할아버지는 일어나시지도 않았단다. 아빠는 그때 느꼈지.


"이게 엄마와 아빠의 온도 차이구나."



그런데 그걸 우리 아들을 키우면서 더 많이 느낀단다. 아들아. 아빠는 우리 아들이 이유 없이 울면 3가지 이유를 생각한단다. 배가 더 고픈 걸까? 아니면 소변이나 대변을 한 걸까? 아니면 금방 밥을 다 먹고 소화가 아직 되지 않을 걸까? 이 세 가지를 다 해줬는데도 네가 계속 눈물을 멈추지 않고 소리를 지르면 아빠는 멘붕에 빠지곤 해. 그런데 엄마는 그 순간에도 평온하게 너를 달래더라고. 아빠는 그게 '엄마' 구나 느꼈단다.


아들아!

엄마의 모습에서 할머니의 모습이 많이 보인단다. 사실 아빠는 아빠의 어린 시절이 잘 생각나지 않아. 커가는 널 보며 할머니가 아빠를 키운 모습이 이런 모습이겠구나 싶더라고. 그래서 너와 함께 하는 이 시간이 아빠의 어린 시절, 더 나아가 할머니를 이해하는 시간이기도 한단다. 그래서 그런지 너의 존재가 더 감사하게 느껴진단다. 아들아. 아빠에게 이런 시간을 마련해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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